[이주의 김건희] 두문불출 김건희...輿野 모두 '활동 자제하라'

2022-07-22 15:43
김건희, 尹 지지율 하락과 자신을 향한 부정적 여론 의식한 듯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월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열린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만찬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근 2주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김 여사 본인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앞다퉈 김 여사의 '잠적'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김 여사가 최근 행보를 보이지 않는 것을 두고 "내부에서 (김 여사가) 지지율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 소장은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 국면으로 가면서 많은 분이 비판하고 있는데, 대통령과 관련된 문제 중에 중요한 변화가 하나 나온 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가 사라졌다. 최근 한 2주 동안 사라졌다"며 "김 여사가 자꾸 대외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저도 몇 번이나 비판적으로 말씀을 드렸는데, 김 여사가 대통령 지지율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내부적인, 정무적인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김건희에 정치적 행보 자제 촉구

여권에서는 김 여사에게 정치적 행보를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들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부인 제도가 생긴 이래 영부인이 정치의 주인공이 된 사례도 없었고, 요란스러운 외부 활동도 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부인의 역할은 조용히 대통령 뒤에서 대통령이 살피지 못한 데를 찾아다니거나, 뉴스를 피해 그늘진 곳에 다니며 국민들을 보살피는 것"이라며 "정치인도 아닌 영부인의 팬카페가 생긴 것도 이례적인 현상이고 그 팬카페 회장이라는 사람이 설치면서 여당 인사들 군기를 잡는 것도 참 어이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국민적 반감을 사게 된 계기는, 집권 초 공개석상에서 문 대통령보다 앞서 휘젓고 걸어갔다는 단순한 소문에서 비롯됐다"고 짚으며, "정치인들이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 계기는 스트레이트 뉴스가 아니라 가십성 단발기사와 페이크뉴스가 합성되어 소문으로 떠돌 때다. 그걸 해명하기도 부적절하고 해명할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최근 나토 순방 때 시중의 화제는 대통령의 국익외교가 아니라 영부인의 목걸이와 팔찌였다"라며 "박지원(전 국정원장)씨가 교묘하게 이중적인 언어로 비꼬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도 주변을 잘 살피고, 친인척 관리를 위한 특별감찰관도 조속히 임명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꼴사나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의 행태에 대해 경고할 것도 말했다.

홍 시장은 "내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들은 '현대판 상소(上疏)'라고 보면 된다"며 "대구로 내려가는 SRT 속에서 최근 우려되는 사태를 보고 걱정이 되어 한 말씀 올렸다"라고 글을 마쳤다.

◆野, '사적 채용'에 김건희 실질적 연관 가능성 주장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논란에 김 여사가 실질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실 구성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앞서 박홍근 원내대표와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도 "(대통령실을) 구성하는 데 김건희 여사의 입김이 제일 셌다" 등의 발언을 하며 '김 여사 실세론'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현재 대통령실에 공적인 라인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사적으로 채용된 사적 인맥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고 거들었다. 

그는 최근 언론에 거론된 이른바 '황 사장 아들', '우 사장 아들' 등 윤 대통령과 김 여사와 사적 인연이 있는 대통령실 행정관들을 언급하고 "이런 채용 형태들이 실제로 이뤄지면서 대통령실이 거의 이너서클 형태로 운영되는 게 아니냐"며 "실질적으로 이 관계에 거의 김 여사가 연관이 돼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문제는 김 여사가 선거운동 할 때는 '조용한 내조, 뒤에서 빠져 있겠다'고 얘기하다가 (윤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그런데 이에 대해 (김 여사를)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는 거다. 그리고 앞으로도 말릴 사람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공적인 보좌도 받지 못하고 실질적으로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거듭 비판했다. 

◆김건희, '팬클럽' 강신업 변호사와 거리두기 시도

한편 김 여사 팬클럽인 '건희사랑'의 회장 강신업 변호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여사를 응원하는 내용의 글을 적었다. 강 변호사는 "여사님 무한 응원합니다!! 힘내십시오! 개들이 짖는다고 새벽이 안 오겠습니까?"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윤 대통령이 취임 두 달여 동안 꾸준히 지지율 하락을 겪는 와중에도 "윤석열이 옳다", "영웅의 길을 가시라" 등의 메시지를 내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강한 지지 의사를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최근 윤 대통령의 '개혁 노정'을 방해하는 이들을 "국민의 역적"으로 규정하며 더 강경한 발언도 쏟아내는 중이다. 김 여사의 인사권 실세 의혹을 지적한 우상호 위원장을 향해서는 '정치 잡놈'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김 여사 측은 우회적으로 강 변호사와의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이는 팬클럽 회장의 과격한 언사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김 여사는 주변인들에게 '강 변호사와 최근 교류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 변호사도 교류 부재를 인정하면서 "자신의 정치 의견은 김 여사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강 변호사와 윤 대통령 내외의 연관성을 여전히 의심하는 모습이다. 강 변호사는 윤 대통령 취임 초반 용산 대통령실 내부 촬영 사진 등을 공개하는 등 권력의 지근거리에 있는 모습을 보여 왔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마라비야스 시장 내 한인교포 식료품점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