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리셀 플랫폼의 '중고품 판매' 오명

2022-07-21 10:37

[그래픽=아주경제 DB]

“크림에서는 분명히 새제품이라고 안내했는데 제품을 받아보니 누가 봐도 중고제품이었습니다.”
 
최근 한정판 리셀(재판매) 플랫폼 1위 크림의 ‘검수 논란’ 취재 중 피해 소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대기업 네이버 계열사인 크림에서 중고 의심제품을 소비자에게 보낼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것이다. 크림은 리셀 플랫폼이지만 검수를 통해 중고제품이 아닌 미사용 신품을 취급한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28세 회사원 이모씨는 지난달 29일 크림을 통해 시계 브랜드 오메가와 스와치가 협업한 한정판 제품인 ‘문스와치’를 구매했다. 이씨는 제품비, 검수비, 수수료, 배송비를 포함해 총 69만6000원을 지불했다. 이씨는 8일 만에 제품을 받았다. 기대감에 박스를 열어본 이씨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품 곳곳에 흠집이 있었다. 시곗줄도 사용 흔적이 있었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곧바로 크림에 환불을 요청했다. 크림 측은 ‘검수를 제대로 했고 이씨가 약관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환불 요청을 거절했다. 3차례 환불 요청을 했지만 같은 대답만 돌아왔다. 이씨는 네 번째 환불 요청에서는 해당 내용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했고 한국소비자원과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크림은 태도를 180도 바꿔 부랴부랴 환불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6월 29일 구매한 제품은 7월 14일에야 최종 환불 처리됐다.
 
크림은 허술한 검수로 중고 의심 제품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보낸 것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특히 검수 논란 건에 대해 제품 탓으로 일관했다. 크림 측은 “해당 제품은 제조 단계에서부터 화면 보호 커버가 전체 화면보다 작게 제작돼 이슈가 됐던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검수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크림 측은 “해당 제품이 중고품이면 아예 검수에서 탈락했을 것”이라며 “중고제품을 보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역지사지로 본인이 같은 입장에서 확연히 눈에 띄는 흠집이 있는 제품을 받았을 때 같은 말을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소비자가 언론 제보를 언급하자 환불 절차를 밟은 것에 대해 크림 측은 “제품이 검수센터에 입고되면 사진을 찍는 등 일련의 과정들이 있는데 해당 내용을 인지·확인하고 있었다”고 했다. 언론 제보 때문에 환불 절차를 밟은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언급이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답변이라고 보기 힘들다. 크림 측이 해당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면 소비자가 3차례 환불 요청을 했을 때 내부 검토 중이니 언제까지 연락을 주겠다는 안내가 있었어야 했다. 이씨가 세 차례나 환불 요청을 했을 때 같은 답을 반복 안내한 것을 보면 언론 제보 언급에 환불 절차를 시작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크림 측은 “고객 응대 등에 부족함은 없었는지 전반적 절차에 대한 개선을 진행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만 내놨다. 구체적인 해결책 제시 없이 제품 핑계만 늘어놓는 것은 결국 소비자 신뢰를 잃는 행위다. 리셀 플랫폼에게 소비자 신뢰는 핵심 가치다.

경쟁사인 무신사는 짝퉁 판매 플랫폼으로 오명을 입어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번 일로 크림의 허술한 검수 시스템이 드러났다. 크림은 중고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박히기 전에 변화해야 한다. 촘촘한 검수 시스템 도입과 제대로 된 소비자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시장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