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빚투 탕감 논란] "생계형 '빚투' 아닌데 왜 지원?"…정부·당국 해명에도 '부글부글'
최근 정부가 2030 청년들의 빚 상환 부담을 낮추겠다며 내놓은 청년특례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금리상승기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과도하게 빚을 내 부동산을 구입(영끌)하거나 돈을 빌려 주식 또는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만 34세 이하 청년들의 부채를 정부 차원에서 경감해주는 내용을 두고 개인 투자 손실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한다는 인식에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당초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금융 취약층 채무조정 지원방안, 특히 '청년특례 지원프로그램'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그는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었는데 이를 갚기 어려운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며 "지금도 정상적으로 채무를 갚기 어려운 사람들은 신용회복위원회나 (회생)법원으로 가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 조치도 같은 맥락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금융 취약층 채무조정 지원방안'의 총 규모는 '125조원+@'다. 지원안에는 연체 90일 이상 부실차주에 대해서는 60~90% 수준의 과감한 원금감면, 여기에 청년층 투자 실패 등이 장기간 사회적 낙인이 되지 않도록 빚투·영끌에 따른 채무 관련 이자를 일부 감면해 주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이 중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는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만 34세 이하 청년이 대상으로, 채무 정도에 따라 이자를 30~5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와 관련해 "청년층은 우리경제의 미래에 있어 그 역할이 보다 중요한 점을 고려해 금리감면 지원을 일부 확대하게 됐다"면서 "청년층의 채무상환 어려움을 방치해 금융채무불이행자가 확대될 경우, 금융거래뿐 아니라 취업상 제약 등으로 경제활동인구에서 탈락하는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더 크다"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성실하게 대출 상환을 해오던 차주들, 여기에 매달 월급을 받아 생활하던 이들과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 '한탕주의' 성격이 큰 빚투 대비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적지만 예·적금을 통해 돈을 불려오던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형평성 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빚투·영끌 부채 탕감 대책이 임금 근로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정부 시책으로 부적절한 데다 단순 이자부담 경감 정책으로 빚투 차주들의 신용불량자 양산을 최소화하고 부실 리스크를 막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대두된다.
한 누리꾼은 "이번 지원안은 빚투 없이 성실하게 생활해 온 이들에게는 불공평한 처사"라며 "생계형 '빚투'도 아니고 모든 투자행위는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기본상식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20대 누리꾼은 "방금 마이너스통장(마통) 개설해 빚투 시작했다"며 "어차피 이익 나면 좋은 거고 손해가 나면 나라에서 지원해줄 것"이라고 정부 정책을 꼬집었다. 자신을 30대라고 밝힌 한 남성은 "취약청년을 지원해주기 위한 거라면 코인 투자자 말고 차라리 학자금(대출)을 지원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악화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영끌·빚투 청년 차주에 대한 지원 의지와 필요성을 적극 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영끌’로 집을 산 뒤 최근 금리상승으로 고통받은 국민들에 대해 "국가가 안아야 한다"면서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과도한 대출로 집을 산 뒤 최근 금리인상으로 채무 상황에 고통받는 ‘하우스푸어’ 대책에 대해 “청년층들이 '영끌·빚투'를 한 것은 전 정권, 넓게 보면 한국 사회가 청년을 그렇게 몰아갔던 면이 있다"면서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방관자적 자세가 아니라 어려울 때 안아주는게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말을 전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작년까지만 해도 저금리 속에서 집값이 끝없이 오를 것만 같다가 최근 들어 반대 흐름(금리 상승)으로 갔기 떄문에 고점에서 집을 산 청년세대, 2030세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지금 느끼는 당혹감과 불안감,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생활비 문제로 오고 신용의 문제까지 연결되며 고통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는 주택 시장에 대한 하향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단기적 급등으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영끌한 사람들에 대해서 세금으로 구해주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도덕적 해이를 심각하게 흐뜨러트리지 않는 선에서 금융이나 여러 지원책에 대해서도 민생 불안과 이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시키도록 하겠고, 대통령도 구체적으로 짚어가면서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반론은 거세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의 경우 빚투·영끌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별 연봉 이내로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대출규제 등을 병행해왔다는 측면에서다. 한 누리꾼은 "지금 지원하려는 사람들은 전 정권 때 '빚투'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도 기어코 투자한 사람들"이라며 "그에 따른 부담은 사실상 '국가'가 안는 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안게 되는 건데 왜 이들을 책임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