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전면노출] "한국 경제, 이미 경기 위축…하반기 물가 실질 상승률은 8~9%"

2022-07-19 18:00
올 가을께 물가 정점…물가 7~8%까지 오를 듯
거꾸로 가는 폴리시믹스…취약차주 보호 필요

[그래픽=아주경제DB]

한국 경제가 물가·환율·금리가 동시에 상승하는 '삼중고'와 더불어 '경제의 3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생산·소비·투자까지 일제히 부진한 복합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 상황이 경기침체냐, 위축이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두 복합위기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올 하반기와 내년 경기에 대해서도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아주경제신문은 19일 학계와 연구기관 등 경제전문가 7명에게 현재의 경제상황 진단과 전망, 정부의 대응책 및 해결방안 등에 대해 질문한 결과, 이 같은 견해를 내놓았다.
 
스태그플래이션 의견 분분…경각심 필요
 

[그래픽=아주경제DB]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이견이 있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해 지금은 상당히 진행 중인 단계"라며 "앞으로 물가 상승세 하에서 경기가 부진해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스태그플레이션이 경기침체 상황 속 물가 상승 상태를 의미하는 만큼 실물경제가 침체단계까지는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통상 2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경기침체로 보는데 1분기 실적도 마이너스가 아니었다"며 "조만간 2분기 실적이 나오는 만큼 우선은 경각심을 갖고 계속 지켜봐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경기침체 우려는 커지고 있지만 리스크 대부분이 대외적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단기적 대안보다 중장기적으로 산업체계를 개편하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민간 차원에서 투자가 활성화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을 따라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고집하기보다는 국내 경기에 맞게 금리를 움직여야 물가가 안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는 공급 측면의 해결 없이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데 이는 잘못된 처방"이라며 "아무리 통화가 많이 풀려도 유통속도가 낮아지면 물가는 금방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요금 인상 등 대기 중…기술적 침체 빠질 가능성
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솟은 소비자물가는 가을은 돼야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6.0% 올라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상승폭은 7~8%대로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외적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며 "올 하반기까지는 물가 상승 국면이 계속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소 10~11월까지는 6~7%대가 유지될 것"이라며 "미국이 최소 내년까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 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도 물가 상승세를 키우는 요인이다. 상승세가 정점을 지났더라도 당분간은 과거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우 교수는 "소비자물가에 아직 공공요금 인상이 반영되지 않았고, 다른 나라에서는 포함되는 주거 비용 등이 빠져있다"며 "가을에 물가가 정점을 찍으면 눈으로 보이는 물가는 7~8% 수준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8~9% 수준까지 올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물가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해외 공급망 차질에 의한 에너지·식료품 가격 상승"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한국도 금리를 올리는 데다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봉쇄령이 내려진다면 한국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물가 상승률이 10%가 넘고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저성장·고물가의 유사 스태그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질 우려가 높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하반기에는 기저효과와 에너지 가격 하향 안정 요인으로 물가가 조금씩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면서도 "수출이 부진해 경제 상황 자체는 생각보다 안 좋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건전 기조로 전환 일러···확장 재정 정책 유지해야"
정부가 지금 처한 복합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건전 재정'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일각에서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확장적 재정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 실장은 "내년까지는 계속 확장적 재정을 편성해야 할 것 같다"며 "재정 지출할 때 취약계층도 좀 더 지원해서 그들이 버틸 힘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적 요인으로 한국 경제에 위기가 닥친 만큼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대외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이벤트가 많아서 정부 차원에서는 차라리 단기적인 대책보다 중장기적인 산업 체제를 개편하는 게 더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단행한 '빅스텝'으로 개인사업자나 연체자 등 취약 차주의 빚 부담이 커지자 이들을 보호할 만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강 교수는 "앞으로 한국은행은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예정이어서 취약 차주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사회안전망을 마련해 이들을 케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 경제 상황,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정상화 시점은 이견

1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홈카페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따라 경제 정상화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정 실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주된 요인"이라며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 경제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는 후년 중반이나 하반기까지 경제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며 "해외 상황이 잠잠해져야 한국도 안정기에 접어든다. 후년 하반기는 지나야 정상 궤도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경제위기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경제위기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함부로 예상할 수 없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물가 상승과 공급망 차질, 코로나 경기 위축이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 역시 "경제위기가 언제쯤 끝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현재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로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