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신경식 "尹대통령 24시간 野 비롯한 각계각층 만나라···낡은 헌법도 이제 손볼 때"
2022-07-18 01:18
[원로에게 듣는 대한민국 리빌딩] <7> 신경식 전 대한민국헌정회장
"대통령은 근무시간이 24시간이다. 시간 나는 대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는 게 중요하다."
신경식 전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야는 물론 경제인, 사회단체 등 각계각층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신 전 회장은 "잘못 건드렸다가 큰 일 생길까 봐 손도 못 대고 쉬쉬하는데 그러기에는 정치권이 독주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4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새로운 방식의 개헌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신 전 회장과 일문일답.
-87년 체제 이후 35년간 '낡은 옷'을 입고 있다. 임기 초 개헌에 나서야 한다고 보나.
"필요한 부분은 고쳐야 한다. 지금까지는 집권자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개헌했다. 사사오입·3선 개헌 등이 대표적이다. 선진국을 보면 4년씩 연임을 할 때 전임 4년은 후임 4년을 위해 열심히 하고, 후임 4년은 그만두는 마당에 욕 안 먹으려고 열심히 한다. 우리는 임기 2년쯤 남으면 이제 끝이라는 생각에 부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헌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헌정회에서 만든 시안이 있는데 양원제로 하는 게 어떠냐는 논의가 있었다. 양원제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 대한민국은 제2공화국(1960∼1961년)을 빼곤 단원제만 했다. 권력 분산 측면에서도 양원제가 낫다."
-21대 국회 원 구성이 잘 안 되고 있다. '협치와 소통이 안 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여야가 대립해도 일단 회의가 끝나고 이슈가 풀어지면 서로 접촉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과거엔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자주 어울리다 보니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이자 정치인으로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야가 너무 극단적이다. 인간적인 접촉을 하고 상황에 따라 마음을 트고 교류하면 좋겠다."
-현 정치판에 대화나 협치가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단순히 리더십의 부재 때문인가.
"김영삼(YS)·김대중(DJ) 정부 땐 그나마 정치인 간 뿌리와 인간미가 있었는데 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각박해졌다. 정치력에 대한 이해나 통솔력이 부족해 여야 화합이 안 된 것이다.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이란 말이 돌 정도로 친목을 도모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다. 여야 화합은 대통령의 지도력에 달렸다."
◆정치의 근본은 '타협과 조정'
-여·야·정 협의체가 잘 가동되지 않는다. 대야 소통을 위한 윤 대통령의 카드는 무엇인가.
"그런 벽을 허무는 기초 작업을 하는 곳이 국회다. 전에는 6선, 7선 의원들이 10여 명씩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국회 전통이 없다. 영국 의회를 보면 긴 의자에 앉을 때 다선 의원이 앞에 앉고, 초선은 뒤에 앉는 '시니어리티(연공서열)'가 엄격하다. 그런 전통이 우리나라에는 없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정 운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정치는 근본이 타협과 조정이다. 제9대 국회의장을 역임한 정일권 의장은 국회 개회식 때마다 타협과 조정을 강조했고, 유진산 전 신민당 총재는 "디스커스(discuss·논의)해 컴프로마이스(compromise·타협)하는 게 정치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은 어떻게 보나.
"상당히 신선하고 과연 정치에 물들지 않았구나 하는 반가움을 안겨준다. 정치의 근본은 소통이다. 기자들과 만나 격의 없이 현안을 논의하는 것, 대화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정치 중의 정치다."
-정치 개혁이 다시 화두다. 정치 원로가 본 개혁의 핵심은 무엇인가.
"지난주 전직 미국 하원의원 10여 명이 내한해 간담회를 했다. 전임 정부에서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갖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윤 대통령이 당선 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나라의 주춧돌로 삼겠다고 공약하면서 북한과 관계를 재정립해 미국도 우려를 서서히 걷어내고 있다. 정치 개혁에서 우선할 것은 지난 5년간 흔들렸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속히 제자리로 되돌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