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늑장 대응에 '상습 학대 의심' 어린이집 아동 부모 피눈물..."선제적 대응책 필요"

2022-07-20 08:12
지난해 상반기 CCTV 분석 결과 학대 정황 380여건 달해
신고 6개월 뒤에야 가해자 '보육교사 자격정지 2년' 처분

경기 파주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A군의 양쪽 귀를 잡아당겨 들어올리는 모습. [사진=CCTV 캡처]

지난해 피해 아동이 3년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만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게 한 학대가 이뤄진 파주시 어린이집이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버젓이 운영되는 등 파주시의 소극적인 대처에 피해아동 부모가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 어린이집에서는 무려 300여 차례의 학대 의심 정황이 파악됐지만 파주시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처리하다 보니 행정처분 등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20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A군 부모는 지난해 6월 13일 “선생님이 때린다”는 아이의 말에 처음 학대 정황을 인지했다. 이들은 이틀 뒤 어린이집으로 찾아가 폐쇄회로(CC)TV 열람으로 담임인 보육교사 B씨의 학대 행위를 확인했다. 
 
이후 유관기관인 경기고양아동보호기관에서는 경찰 측 CCTV 조사가 종료돼야 아동학대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고 부모에게 전했다. 이에 6개월치 영상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 A군 부모는 일부 확인 후 아동학대 판정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사건 발생 2달 반가량 뒤인 지난 2021년 8월 30일 B씨와 조리사의 신체·정서적 학대 판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런 판정에도 파주시는 “가해자가 학대를 인정하거나 CCTV가 너무 명확하다면 처분이 가능하지만 그런 부분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종합적으로 검토를 해야 한다”며 처분을 미뤘다.
 
결국 A군 부모는 사건 발생 약 6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3일 ‘시청을 포함한 유관기관의 직무유기’와 ‘소극행정 행태’ 등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신고 6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13일에서야 파주시는 B씨에 대한 ‘보육교사 자격정지 2년’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1~6월 아동 학대 정황이 담긴 어린이집 CCTV는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지난 6월 분석을 완료했다. A군 부모는 경찰이 분석을 통해 학대 정황 380여건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피의자는 B씨와 조리사였으며 학대 발생시 같은 교실에서 이를 인지했지만 방관한 보조교사도 추가 피의자로 지목돼 수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더불어 해당 어린이집의 다른 아이들에 대한 학대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진단서 [사진=최태원 기자]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를 한 경우에는 1년 이내의 어린이집 운영정지 또는 어린이집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 다만 운영자가 학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된다.

6개월간 지속적으로 아동학대 혐의가 발생된 사실만으로 원장은 관리·감독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A군 부모의 주장이다.

아주경제가 입수한 해당 어린이집 CCTV 화면에 따르면 보육교사 B씨는 A군의 턱을 힘껏 뒤로 밀치고, 이어 가슴팍을 수저통으로 찌르는 등 학대 행위를 보였다. 또 다른 영상에는 밥을 먹고 있던 아이를 뒤로 끌어낸 뒤 아이를 가격하는 모습도 담겼다.

어린이집 조리사도 A군 학대에 가세했다. 누워서 낮잠을 청하려는 A군에게 조리사가 파리채를 들고 다가가 엉덩이를 10대 가까이 때리는 등의 모습이 CCTV에 오롯이 찍혔다.

A군은 당시 학대로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만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과 3년 이상의 전문적 심리 치료와 정신의학적 치료, 주기적인 심리평가 등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처분이 늦어진 것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신고는 지난해 6월 들어왔지만 검토는 지난해 10월 착수했다. (파주시는) 조사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최대한 빠른 사태 해결을 위해 CCTV 화면을 열람하러 경기북부경찰청에 총 4번 방문했다. 다만 공무원들이 관련 전문가들이 아니라 판정을 내리기 어려웠고 아동보호 전문기관(경기고양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지난해 8월 말에야 결과를 보내줬다. 이후 CCTV 등 조사를 한번 더 한 후 지난해 10월 검토에 착수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행정절차법에 의거해 B씨에게 미리 사전 공지와 사전 처분 등도 해야 하고 청문 절차도 거친 후에야 행정 처분이 나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며 "해당 원장과 어린이집에 대한 처분도 경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야 내릴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법규상 파주시 공무원들이 위법한 행동을 한 것은 없다"면서도 "노인과 아동, 그리고 장애인 등 복지 정책의 대상자들의 경우 추가적인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처분에 시간을 다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수사기관 등의 조치를 기다리기 전에 지자체 수준에서 사안 별로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전문위원회를 꾸려 선제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A군 부모는 파주시가 사건에 매뉴얼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호소하려 지난 11일 보건복지부를 찾아 간담회를 가졌고, 19일 파주시장을 찾아 1차 항의서를 전달했다. 이후 내달 2일 국회 공청회에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