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음식의 배신...역대 최고실적에도 배달비·가격 올리는 치킨업계

2022-07-14 18:57

교촌치킨 일부 가맹점이 최근 기본 배달비를 4000원으로 인상했다. [사진=배달의민족 홈페이지 갈무리]

교촌치킨의 일부 가맹점 배달비 인상으로 촉발된 '국내 치킨가격 적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낸 치킨업계가 원재료 가격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치킨값 3만원 시대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촌이 쏘아올린 치킨값 논란..1년 새 배달비 2000원 올려 '시끌'

14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 일부 가맹점이 기본 배달비를 기존 3000원에서 4000원으로 33.3% 인상했다. 

현재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앱)은 물론, 교촌치킨 자체 앱에서 주문하면 기본 배달료가 기존보다 1000원 인상된 4000원이 적용되고 있다. 기본 메뉴인 '교촌오리지날' 한 마리에 1만6000원인 점을 고려할 때 배달비가 치킨 가격의 25%에 달하는 셈이다.

만약 배달 앱에서 '교촌블랙시크릿 제품과 웨지감자 세트' 메뉴(2만6500원)를 주문하면 배달비 포함해 총 3만5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치킨 먹을 때 무조건 곁들이는 콜라 1.5ℓ짜리를 추가하면 주문 금액은 더 올라간다. 

소비자들이 더 분노하는 지점은 교촌치킨이 지난해 7월에 기본 배달비를 이미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다는 점이다. 당시 교촌치킨은 기본 배달비를 기존 2000원에서 3000원으로 50%를 올렸다. 1년 사이 2000원에서 4000원으로 2000원 인상했다. 가격 상승률로 따져보면 100%(2배)에 달한다. 7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인 점을 감안할 때 약 16배에 이른 수치다. 

교촌에프앤비는 이번 배달비 인상은 본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교촌 관계자는 "배달비는 가맹점 재량으로 책정된다"며 "배달비는 본사의 수익이나 매출로 잡히는 것이 아니며 본사가 관련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2018년 교촌 가맹본사가 가맹점에 유료 배달비 도입을 권고하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때문에 이번에도 사실상 본사 주도 아래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식물가 중 가장 많이 오른 치킨...교촌·bhc·BBQ '빅3'도 일제히 인상

외식 품목 중 치킨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치킨 가격이 6.6%나 상승했다. 

치킨가격의 높은 상승률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지난 5월까지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3사인 교촌·BBQ·bhc의 치킨 가격은 큰 폭으로 인상됐다. 작년 11월엔 교촌치킨, 같은 해 12월엔 bhc가 프라이드 치킨 가격을 각각 1000원(6.6%), 2000원(13.3%) 인상했다. BBQ 역시 올해 5월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을 11.1% 오른 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인기 제품들도 일제히 가격이 올랐다. 제품별로 보면 교촌오리지날과 허니오리지날을 기존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교촌윙과 교촌콤보는 1만7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bhc의 해바라기후라이드 가격은 1만5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기 메뉴인 뿌링클콤보와 레드킹윙 등은 1만8000원에서 2만원이 됐다.

BBQ도 지난 5월 치킨 전 품목의 가격을 2000원 인상했다. 대표 메뉴인 황금 올리브 치킨은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오른다. 황금올리브 닭다리 가격은 1만9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조정된다.

가맹점주를 상대로 한 원재료 가격 인상에도 나섰다. bhc는 이달 7일부터 해바라기유의 가맹점 공급가를 15㎏ 1통당 기존 9만750원(부가세 포함)에서 12만5750원으로 올렸다. 인상률은 약 40%에 달한다. BBQ도 지난 4월 올리브유 가격을 33% 인상했고 교촌치킨은 지난해 말 카놀라유를 14% 올렸다.   
 

[그래픽=아주경제]

◆작년 사상 최대 실적...소비자들 '부글부글'

해당 업체들은 인건비, 원부자재 가격 등이 올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치킨업계는 지난해 배달 특수를 맞아 제대로 호황을 누렸다. bhc, 교촌, BBQ 등 3사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 3사의 합산 매출액은 1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각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 중 작년 실적이 가장 좋았던 업체는 bhc다. bhc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연결 기준)은 61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7% 늘어난 1681억원을 기록했다.

교촌도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교촌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507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도(410억1997만)와 비슷한 409억6244만원을 기록했다.

BBQ 역시 매출액 3663억원, 영업이익 654억원으로, 매출 13%, 영업이익 19%의 증가율을 보였다. 영업이익률도 bhc가 27.3%, 제너시스BBQ는 18%로, 평균 식품업계 영업이익률(5%)을 훨씬 뛰어넘었다. 교촌도 8%로 평균 이상이다. 

이처럼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음에도 1년 사이 제품 가격 인상에 이어 배달비까지 올리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의 관계자는 "이미 한 차례 가격을 올린 상황에서 배달비를 인상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특히 지난해 실적이 좋았음에도 광범위하게 가격을 올리는 행위는 원가 부담을 소비자나 가맹점주에게 전가시키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도 불만을 토로한다. 전업주부인 김주희씨(여·40)는 "4인 가족이 치킨을 주문하려면 보통 두 마리를 시키는데, 콜라 등을 추가하면 기본적으로 5만원이 넘는다"며 "치킨은 서민음식이라는데 그것도 옛말이 됐다. 이제 치킨 배달은 꺼리게 된다. 치킨값 3만원이 현실이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