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극우 유튜버' 둘러싼 의혹···정국 파고든 그림자
2022-07-14 17:15
논란 커지자 "능력보고 채용했고 절차 하자없다...과거 일 모른다"
대통령실 '인사 논란'이 또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가 6촌 친척, 윤 대통령의 오랜 지인 사업가 아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직원에 이어 이번에는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의 누나 안수경씨(이하 안씨)가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커지자 안씨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사가 갑작스럽게 굉장히 많이 나왔고, 본인이 굉장히 부담을 느껴서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안씨는 동생의 영상 플랫폼 업체 '벨라도'에서 일하다 지난해 11월 초부터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해 영상 편집 등의 일을 했다. 대선 승리 이후에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용산 대통령실 국민소통관실에서 근무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나는 누나고 동생은 동생이지 왜 동생이 소란 피운다고 누나가 물러나야 하냐"며 "둘 다 한참 성인이다. (안정권씨의) 확성기 소음 시위는 제가 발의한 법으로 충분히 막는다. 전근대적 연좌제로 대통령실 공격하고 모함하지 말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다음 날 대통령실은 "그 분(안씨)은 사진 전속의 담당 보조 업무를 하던 것으로 알고 있고, 이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저희가 알지 못한다"면서 "채용 과정 등에 대해 확인해 드릴 만한 내용이 없다"고 입을 굳게 닫았다.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는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거리에서 투쟁하는 보수)의 대표 인물 중 한 명이다. 지난 5월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에서 차량 확성기로 욕설 시위를 해온 것으로 악명이 높다.
또한 그는 "위안부 피해자는 매춘부"라며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집회에 나섰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을 '폭도'로 비하하는 집회도 열었다. "좌파의 시체팔이"라면서 세월호 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양한 음모론과 혐오발언, 돌출 행동으로 대중의 관심을 모아 현금성 후원(유튜브 슈퍼챗)을 유도한 그는 한때 전 세계 유튜브 채널 수익 2위까지 오른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혐오발언 등이 문제가 돼 계정이 폐쇄됐고, 이후엔 영상 플랫폼 벨라도를 만들어 라이브 방송과 멤버십·후원금 모집 활동을 이어왔다.
안씨도 '또순이TV'라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동생 명의의 계좌번호를 공유해 후원을 받거나 동생과 합동방송을 진행했다. 현재 해당 채널 영상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안정권씨는 윤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 초청‘을 받기도 했다. 안정권씨의 영상을 편집해 올리는 유튜브 채널 '브하 스튜디오'는 '의리녀 김건희 여사님이 뒤돌아서까지 반갑게 인사해주는 모습'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취임식에 입장하던 중 안정권씨를 발견하고 뒤돌아서 인사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보수논객 변희재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정권씨와 함께 활동했던 턴라이트TV 강민구 대표의 영상을 소개하면서 "윤석열 캠프에서 안정권 등 보수 유튜버를 관리한 사람은 김건희 고모, 김혜섭이란 자"라며 "안정권 누나의 대통령실 입성은 바로 이런 김건희 라인을 통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다른 게시글에서는 "안정권 누나는 안정권의 욕설, 폭언, 협박 등의 범죄 유튜브를 함께 운영하며, 수십억 후원금을 나눠먹은 공범"이라며 "또한 안정권 인맥인 김상진, 배인규 등은 윤석열 캠프와 공동으로 댓글 조작을 하다 적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정권 누나의 대통령실 입성이 바로 이 댓글 조작 관리를 위한 것이 아니냐,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누가 (안씨를) 추천하고 어떤 경로와 근거로 채용하게 된 것인지 밝혀야 한다"며 "세간에는 인사권을 대통령이 아닌 부인이 휘두르고 있다는 소문으로 들끓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안정권 무리의 끔찍한 콘텐츠는 입에 담기도 민망하다"며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혐오했고, 세월호 유가족이 천막 안에서 성행위를 한다고 억지 주장하고 그걸로 끔찍한 퍼포먼스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씨도) 그저 생물학적 누나가 아니다. 안정권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었다"면서 "그를 (대통령실이) 채용한 것은 반사회적, 반정치적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역임한 같은 당 윤영찬 의원도 페이스북에 "안씨는 (극우 유튜버인) 안정권씨의 누나이면서 본인이 극우 유튜버로 최근까지 활동해온 사람"이라며 "그의 존재가 일선 경찰 입장에선 어떤 사인으로 받아들여지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사저 앞 혐오시위를 방관하는 것을 넘어 독려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안정권씨는 세월호 사고를 폄하하고,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불행한 죽음 앞에서 '잔치국수 먹방'을 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왜곡했던 사람"이라며 "대통령실의 보수 유튜버 친족 채용은 5·18 폄훼의 연장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광주시'라고 부르짖었던 윤 대통령의 5·18 기념사는 모두 가식과 위선이었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