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와 끊임없이 호흡하는 전통...국립극장, 새 시즌

2022-07-12 16:26
'2022 무용극 호동'· 웹툰 원작으로 한 '정년이' 등
'합★체' 등 무장애 공연 4편 제작...다양성과 공존

장애가 있는 학생과 소외계층 비장애 학생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함께, 봄’ [사진=국립극장]


“국립무용단은 안 해본 시도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한국의 문화가 케이(K)라는 이름을 걸고 확장하는 가운데,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현대화와 세계화에 대한 고민을 풀어보려 합니다.”

국립무용단은 오는 10월 창단 60주년을 맞아 신작 ‘2022 무용극 호동’을 선보인다. 이지나 연출을 비롯해 많은 예술가는 동시대와 호흡하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국립극장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23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번 시즌은 신작 26편, 레퍼토리 10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1편 총 61편으로 구성됐다.

한국적이면서도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다수 눈에 띄었다.

신작 ‘2022 무용극 호동’은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고구려 왕자 호동과 낙랑 공주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시대의 풍랑 속, 국가와 대립하는 개인의 고뇌를 통해 ‘너와 나, 우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뮤지컬과 가무악극 등에서 무용 장르에 대한 깊은 조예를 보여준 연출가 이지나가 작품의 극본과 연출을 맡았고, 독보적인 음악세계로 대중을 사로잡은 김성수가 작곡과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국립무용단 초대 단장인 송범의 ‘왕자 호동’(1974)과 ‘그 하늘 그 북소리’(1990)를 잇는 작품이다”라며 “‘너와 나, 우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내면을 바라보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이지나 연출은 “새로운 시도는 음악에 맞췄다. 국립무용단은 안무, 시각적인 면에서 많은 시도를 했다”라며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음악적인 시도를 하겠다. 좀 더 확장하거나 도전해보겠다.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작업을 해보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전 세계가 한국의 웹툰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웹툰의 창극화에 첫 도전장을 내미는 작품도 있다.

오는 3월 선보이는 신작 ‘정년이’는 1950년대를 풍미한 ‘여성 국극’을 소재로 삼은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소리 재능을 타고난 목포 소녀 윤정년과 국극(창극) 배우들의 성장기를 그린 이 작품은 여성 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으며, 연재 초부터 화제를 모았다.

창작 판소리극 ‘사천가’와 ‘억척가’로 호흡을 맞춘 남인우와 이자람이 각각 연출과 작창을 맡아 더욱 기대를 받고 있다.

허종열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대행은 “웹툰 ‘정년이’를 봤는데 주인공들이 국립창극단 단원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소리꾼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게 돼 무척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국립무용단이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안무가를 초빙해 만든 ‘회오리’는 오는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핀란드 헬싱키 댄스 하우스에서 공연된다. 핀란드 출신 천재 안무가 테로 사리넨이 동양의 기의 흐름을 역동적인 춤으로 표현했다.

손인영 예술감독은 “전통을 어떻게 확장시킬지 고민하며 몇 년째 작품을 만들고 있다”라며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콘텐츠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국악관현악단은 2023년 6월 작품 '부재(不在)'를 통해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파격적 실험을 한다. 이를 위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협업했다.

국립극장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23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 장벽 없는 극장 만들기···무장애 공연

국립극장은 제작극장으로서 전통 기반의 동시대적 공연예술 창작을 이어가는 한편, 다양성과 공존을 전제로 모두를 위한 극장으로 나아가는 데 방점을 찍었다.

국립극장은 장애인 문화 향유와 장애예술인의 활발한 창작활동 지원을 위해 이번 시즌 총 4편의 무장애(배리어 프리, Barrier-free) 공연 제작에 나선다.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음악극 ’합★체’는 작은 키가 고민인 쌍둥이 형제 ‘오합’과 ‘오체’의 재기발랄한 성장담을 그린다. 연출은 20여 년간 장애예술인과 다양한 작품을 만든 연출가 김지원이, 극본은 역사적 상상력과 시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극작가 정준이 맡았다.

김지원 연출은 “오합과 오체의 유쾌한 성장기를 그렸다. 겉모습이 아닌 어떤 환경에 처해도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중요성을 그렸다”라며 “작품 내 해설을 위해 5명의 수어 통역사가 배우와 함께 움직이며 7명의 연주자가 라이브 음악을 선보인다”라고 말했다.

연극 ‘틴에이지 딕(Teenage Dick)’은 셰익스피어 비극 ‘리처드 3세’를 뇌성마비 고등학생의 이야기로 각색한 미국 극작가 마이크 루의 동명 희곡을 한국 초연하는 무대다.

장애가 있는 학생과 소외계층 비장애 학생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가 지난 4월에 이어 내년 4월 ‘2023 함께, 봄’을 공연하며, 연극 ‘우리 읍내’도 관객을 만난다.

움직임과 마임 등 신체 언어 활용에 독보적인 연출가 임도완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평범한 마을의 일상을 통해 무심코 지나치는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원작을 장애인의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 사람 이야기로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