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K-예능'이다…넷플릭스, "하반기 1~2개월에 1편씩 선보일 것"

2022-07-12 15:00
헤이스팅스 CEO "한국 빼고는 엔터테인먼트 논할 수 없어…매우 중요"
"재미 없으면 과감히 편집"…'로컬 퍼스트' 전략

유기환 넷플릭스 매니저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이번에는 예능으로 K-콘텐츠 열풍을 이어 나간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1~2개월에 1편씩 끊임없이 오리지널 예능을 선보이면서 한국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12일 넷플릭스는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한국 예능 상견례' 행사를 열고 예능 콘텐츠 전략을 공개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영상을 통해 "이제 한국을 언급하지 않고는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장 최근 예시로 '솔로지옥'이 있다"며 "한국은 넷플릭스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하반기 '테이크원', '코리아 넘버원', '피지컬:100', '솔로지옥 시즌2' 등을 앞세워 한국 예능 콘텐츠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오징어 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히트작을 줄줄이 배출하며 넷플릭스표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한국 예능 콘텐츠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비영어권 4위에 오른 '솔로지옥'과 국내에서 30일간 톱10을 한 '먹보와 털보'를 제외하고는 시청자들에게 두드러진 인상을 남긴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이다. 

유기환 넷플릭스 매니저는 "심지어 시청자에게 '넷플릭스에 예능이 있느냐'는 말도 들었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제외하면 2018년부터 4년간 6개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그러나 지난해부터 예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반기부터는 한두 달에 하나씩은 꾸준히 예능을 볼 수 있도록 론칭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20년 논픽션팀을 구성하고 한국 예능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다. JTBC 예능 PD 출신인 유 매니저를 비롯해 주요 방송사 PD 출신을 포함해 팀을 꾸렸다. 기획 초기 단계부터 작품이 나올 때까지 제작자와 가까이서 소통한다. 

넷플릭스 예능의 강점은 과감한 투자다. 유 매니저는 "1주일에 1편씩 방송하는 구조가 아니고, 100% 사전제작을 한다. 제작 후 번역 기간, 기술 표준 점검 시간을 거치다 보니 방송국 예능에 비해 제작 시간 자체는 길게 소모된다"며 "넷플릭스 예능을 보면 '돈 좀 쓰네?'라 생각할 분들이 많을 텐데, 분명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PD가 제작한 '먹보와 털보'를 예시로 들며 "보통 한 여행지에 가면 한 회차로 구성하나, 4달간 20~30회 이상 촬영을 하면서 3, 4일 치 촬영분이 1화로 압축되기도 하고 재미없으면 과감히 버리는 등 아낌없이 투자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예능 '먹보와 털보'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이 같은 특징에 넷플릭스 예능은 대규모 제작비를 투자한 블록버스터 형에 편중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 형식의 예능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유 매니저는 "당연히 블록버스터 작품만 할 수는 없고, 시청자들이 그것만 원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스케일 큰 것을 원하는 장르에서는 그런 것을 보여줘야 하지만, 3~4개월 내로 선보이거나 쇼트폼까진 아니라도 길이가 짧은 예능 등 조금 더 빨리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발표한 '코리아 넘버원'은 많은 분이 친숙하고 빠르게, 편안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접근했다. 어떤 장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의 한국 예능 전략은 '로컬 퍼스트'다. 글로벌 시청자에 앞서 한국에서 사랑받는 것이 먼저다. 유 매니저는 "넷플릭스에서 한국 예능이 성공적이라 판단하는 기준은 한국 시청자에 얼마나 호응을 받았는지다"라며 "지난 2020년 말 '솔로지옥' 기획안을 받았을 때 외국인이 좋아하도록 가자는 얘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당시 데이팅 프로그램이 한국에 거의 없어 한국인들이 목말라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을 어떻게 하면 만족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방송국에 있을 때도, 여기 와서도 느끼는 것이 한국 시청자들은 수준이 굉장히 높다. 드라마, 영화도 마찬가지"라며 "한국에서 통하는 것은 글로벌에서도 당연히 통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청자를 위한 고민도 지속한다. 유 매니저는 "글로벌 190여개국에 동시 송출해야 해서 한국 예능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정도로 자막을 사용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자막에서 재미를 줄 수 없다면 이야기에서 재미를 더 살리면 되겠다고 (관점을) 전환한다"며 "'솔로지옥'은 대사만 자막을 썼고, '먹보와 털보'는 화려한 그래픽 자막을 넣어 이해하지 못해도 그래픽이 주는 느낌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부에 글로벌라이제이션 팀이 있고, 작품 시작 단계부터 굉장히 밀접하게 소통한다. 어떤 웃음 포인트, 어떤 톤으로 번역하는지를 전문 인력과 회의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솔로지옥'에서 쪽지에 '오빠?'라고 쓴 것을 발음 그대로 'Oppa'로 번역한 것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Oppa로도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예능 투자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 매니저는 "올해 예능에서 지난해보다 훨씬 많이 투자하고, 내년에는 더 많이 투자하겠다"며 "시청자에게 많은 예능을 선보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