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정부·기업, 사회 안전망 점검…글로벌 'ESG 법제화' 대응을

2022-07-13 05:00

박희정 한국조정협회 ESG위원장·세계ESG금융센터 대표이사 

공급망 교란과 코로나19 여파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기업도 어렵고 자영업자와 개인도 어렵다. 자영업자 대출 960조원, 이 중에 부실 우려 대출은 89조원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제1금융권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2금융권으로 이동한 데 따른 불법 대출이 감지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사회안전망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지금까지 제출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보고서의 사회 영역(S)을 살펴보면 대기업은 대체로 '근로시간 관리, 임금·복리후생'과 '안전·보건' 영역이 가장 낮은 점수였다. 금융권은 '공급망에 의한 인권침해 예방조치' 점수가 낮았다.

회사에서 '을'인 직원 입장에서 대체로 수긍하는 부분이다. 회사 노동인권 경영 매뉴얼에는 직원의 강제노동금지·근로시간·임금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세부적으로 '차별 괴롭힘 금지, 노동인권 교육, 행동규범'을 제시한다. 하지만 대기업 지인들을 만나면 상사의 괴롭힘과 지나친 스킨십으로 힘들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보고서의 사회 영역 실사 의무가 필요한 이유다.

ESG 평가·측정에서 S영역의 중요한 핵심으로는 안전·보건도 꼽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가장 핫한 이슈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국내 산재사망률은 23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 현재는 3위다. 지난해에만 828명이 사망했다. 주된 사망 이유는 '떨어짐과 끼임'이었다. 보건·안전수칙·관리체계가 있었다면 살았을 사람들이다.

이 법의 의무 주체는 개인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다. 보호 대상인 근로자가 안전·보건 조치가 미비한 상태에서 숨지면 경영 책임자 개인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양벌 규정이 있어 법인에도 5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1년 이상 징역이라는 규정 때문에 이른바 '바지사장' '빨간 줄 CEO(최고경영자)'를 찾는 경우도 간혹 본다.

다수 대기업 건설사의 최고안전책임자(CSO)는 검찰 출신이다. 노동청 출신과 판사 출신 대기업 CSO도 있다. 검사·판사 출신들로 방어를 하겠다는 것이다. 사고 시 경찰 역할을 하는 노동청 조사관 조사를 받아야 한다. 조사관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보낸다. 마지막으로 판사가 판단한다. 노동청과 검사·판사 출신을 찾는 이유다.

다수 대기업 ESG 보고서의 사회 영역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모범 관행을 제시하는 국제표준을 인증·활용한다. ISO 26000 사회적 책임과 책임 있는 비즈니스 연합(RBA), OCE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기업과 인권 이행 지침(UNGP), ISO 37001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의 기업 실사 가이드라인 등이다. 기준으로 삼은 이런 국제표준은 인권경영 핵심으로, 인권정책선언 수립과 인권영향평가 실시, 평가 결과 공개를 요구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를 법제화하며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다. '법률전쟁'이라는 단어가 있다. 법을 전쟁에 이롭게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와 기업들이 ESG에 더욱더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글로벌 차원에서 법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우리에게 유리한 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다.


박희정 미국 듀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기업가정신 전공·워싱턴대 로스쿨 미국법 전공, 세계ESG금융센터 대표이사 겸 국회 사무처 산하 법인 한국조정협회 ESG위원장, 미국 벤처캐피털 팰러앨토벤처스튜디오(스탠퍼드대학·경영대학원 협업) ESG·경제위원회 디렉터, 서울혁신파크 운영법인 미래도시환경연구원 특임연구위원, 한국M&A협회 전문위원, 세계에너지포럼(WEF) 고문,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 ESG정책위원장, 전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전 국회 정무위원장실 총괄·선임정책비서관, 전 법무법인 로고스 수석전문위원, 전 파빌리온 프라이빗에쿼티(PE) 고문, 전 유엔협회세계연맹 회장실 총괄‧전략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