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회 디 오픈] ② 좁아서 버림받은 머셀버러 올드코스

2022-07-12 07:00
디 오픈 챔피언십으로 향하는 여정

머셀버러 올드코스 클럽하우스. [사진=이동훈 기자]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 동쪽으로 6마일(9.6㎞) 달리다 보면 머셀버러 푯말이 보인다.

출구로 빠지면 영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형 교차로를 만난다.

교차로 가운데 티에 올려져 있는 공 조형물이 있다. 드라이버용 긴 티가 아닌 우드 이하용 짧은 티다. 교차로 잔디에 박혀 있다. 딤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공에 구멍을 뚫었다. 꽤 공을 들인 모습이다.

교차로를 지나면 큰 경마장이 나온다. 골프장 안내는 온데간데없다.

스코틀랜드인을 제외한 나머지 영국인들은 1996년 초까지 이곳을 에든버러 경마장으로 불렀다.

머셀버러라는 지역에 있지만, 에든버러가 더 유명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서러움이 많은 곳이다.

이곳은 1816년 지어진 경마장으로 영국 내에서 14번째로 크다.

경마장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머셀버러 올드코스라는 작은 문구가 보인다.
 

머셀버러 경마장 안에 위치한 머셀버러 올드코스. [사진=이동훈 기자]

문구에 따라 주차하고 내리면 드라이버 티샷 소리가 들린다.

타구음이 들리지 않았다면 골프장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이유는 경마장 트랙 안에 있는 9홀(파34) 규모의 골프장이기 때문이다.

한 골퍼가 1번 홀 티샷을 위해 트랙으로 걸어가다가 "클럽하우스는 저쪽에 있어요. 가서 등록하고 플레이하면 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알려줬다.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가정집만 즐비했다. 머릿속에 있던 클럽하우스와는 달랐다.
 

머셀버러 올드코스 클럽하우스 외벽에 조각된 디 오픈 챔피언십 우승자들. [사진=이동훈 기자]

한 가정집 앞에 붙은 푸른색 로고와 벽에 조각한 클럽 회원들(뭉고 박, 윌리 파크 주니어, 윌리 파크 시니어 등)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골퍼들은 차례대로 티샷을 했지만, 클럽하우스는 굳게 닫혀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던 순간, 관리인이 불렀다.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취재 중이고, 다음 주 150회 디 오픈 챔피언십으로 간다고 말이다.

"디 오픈의 여정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는 말에 환하게 웃는다.

그러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열쇠를 꺼내 1층 라운지를 보여준다.

벽에는 디 오픈 관련 사진과 우승컵으로 가득했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윌리 파크 시니어와 주니어의 모습이 보인다.

지난 149번의 디 오픈 중 6번이 이곳에서 개최됐다. 뭉고 박(1874년), 제이미 앤더슨(1877년), 밥 퍼거슨(1880년), 윌리 퍼니(1883년), 데이비드 브라운(1886년), 윌리 파크 주니어(1889년)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처음 개최된 1874년은 지금으로부터 148년 전이다.

그때는 명예로운 에든버러 골퍼 모임이 사용했던 코스다.

근데 문제는 경마장 안에 있어서 좁다는 것이었다. 인구 과밀로 결국 명예로운 에든버러 골퍼 모임은 걸렌 지역에 골프장을 짓는다. 그곳이 바로 우리에게 친숙한 뮤어필드다. 

그리고는 디 오픈 개최지를 빼앗아 간다. 그때부터 머셀버러 올드코스는 쇠퇴기를 맞이한다.
 

클럽하우스 외벽에 걸려 있는 '머셀버러 올드코스 골프클럽 골프의 발상지 방문객 환영' 팻말. [사진=이동훈 기자]

머셀버러 클럽하우스에는 '방문객을 환영합니다'라 적혀 있고, 뮤어필드에는 '회원과 초대받은 사람 외에는 입장할 수 없다'고 적혀있다.

두 클럽의 운명이 엇갈리는 순간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코스라는 기네스 세계기록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 빼앗겼다.

현장에서 본 코스는 드라이버를 잡기 힘들 정도로 짧았다.

화이트 기준 2968야드(2713m)다. 6번 홀 팬디(혼돈의) 벙커가 시그니처였다. 윌리 파크 주니어는 빼어난 장타자였다. 이 벙커를 손쉽게 넘었지만, 다른 골퍼들은 빠지기 일쑤였다. 현재 이 벙커는 아쉽게도 사라졌지만, 클럽하우스에 예전 모습이 남아있다.

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바로 히커리 렌털 클럽이다. 골프장에는 4개가 구비돼 있다. 개당 35파운드. 클럽은 수십년 이상 사용한 것처럼 보인다. 

히커리 채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 전장이 짧기 때문이다. 현대의 골프채로는 코스를 훌쩍 넘길 만하다.
 

머셀버러 올드코스 클럽하우스 2층 사무실에 마련된 히커리 렌털 클럽. [사진=이동훈 기자]

그린피는 15~17파운드다. 이른 아침 갔을 때는 15파운드를 제시했다.

클럽하우스 안에는 초창기 명예로운 에든버러 골퍼 모임이 만든 13개 조항의 골프 규칙이 있다.

홀의 지름을 4.25인치(108㎜)로 처음 만든 곳도 이곳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정말 유례 깊은 골프장이네요"라는 이야기에 관리자 앨런 트위디 씨는 미소를 지었다.

흐뭇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미소다.

"350주년을 맞이한 이 골프장을 3명이 운영한다. 원형 교차로 조형물은 2010년 윌리 파크 시니어 디 오픈 첫 우승 150주년 기념으로 설치했다. 올드코스라 히커리 채로 체험해보면 좋다. 디 오픈의 오래된 대회장에서 골프를 하는 것도 낭만적인 부분이다. 뮤어필드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머셀버러 올드코스 클럽하우스를 지키는 트위디 씨. [사진=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