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말로만 외치는 '세계 1등 수소'는 그만...방향 전환할 때

2022-07-10 18:00

수소차 충전하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반 택시와 요금이 동일합니다." 수소 택시에 적힌 문구다. 휘발유나 경유가 아닌 수소로 굴러가는 자동차는 요금이 비쌀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으려는 시도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수소는 낯설고, 비싼 에너지로 인식돼 있다.

'수소 산업 세계 1등'이라는 목표를 내세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달리 수소차 시장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새 정부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전 세계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는 상황에서 관련 정책과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강한 의지와 달리 소비자들은 '미래 없는 수소차'라며 일찌감치 전기차로 눈을 돌렸다. 전기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수소차는 한 달에 겨우 1000여대 팔리는 게 전부다.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비싼 설치 비용과 위험하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충전소 설치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수소차 시장을 살려보겠다고 다짐한 정부는 지갑을 열었다.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큰 액수의 보조금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수소차 국고보조금은 2250만원이다. 지자체 지원금은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1750만원에 이른다. 두 보조금을 합치면 차량 1대당 최대 4000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원금이 가장 많은 경기 화성시에서 6765만원짜리 넥쏘를 구입하면 4000만원 저렴한 2765만원에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돈을 푼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보조금만으로 전기차로 눈을 돌렸던 소비자의 마음을 수소차로 돌리긴 어렵다. 수소차 구입 비용이나 충전소 설치 사업 예산만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 수소차 정책을 손봐야 한다.

우선 단순히 '자동차 숫자 늘리기'에만 집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시각을 틀어야 한다. 미국과 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들이 수소차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프라 구축에 돈이 많이 드는 데다 아직은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소 트럭이나 버스, 선박, 중장비 등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기차가 단거리 무공해 지역에서 주로 활용되는 것과 달리 수소차는 장거리용 대용량 중심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기차와 수소차, 각자 가진 장점을 살려 미래 자동차 산업을 그려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다. 또 수소 트럭이나 버스 등 상용차를 활성화하면 해당 차고지에 충전할 수 있어 편리성도 챙길 수 있다.

좀 더 촘촘하고 다양한 지원책 마련도 필요하다. 수소차 핵심 기술 개발이나 공급망 구축에서 성과를 낸 지방정부나 기업에 인센티브(장려금) 지급이 해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