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사망] 자민당-종교단체 관련 의혹 SNS 확산

2022-07-10 10:59
통일교, 신도, SGI 등 관련 각종 음모론 퍼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진=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사망이 자민당과 종교단체 관련 의혹으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 총격을 가한 용의자가 “(아베 전 총리의) 종교단체와의 연관성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소셜미디어(SNS)에는 각종 음모론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 뒤 일본 NHK당이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NHK당은 이번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과 종교단체가 연계돼 있다고 지속 주장했다. 구로카와 아키히코 NHK당 사무총장은 지난달 선거 토론회에서 아베 전 총리가 “해외 간첩 활동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일본 종교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언급이 실린 동영상은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2013년에 창당한 NHK당은 국영방송 NHK에 대한 수신료 반대를 주장하는 정당으로, 소규모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방송 공정성 관련 규정 덕분에 선거 기간 방송 토론회에 출연할 수 있었다.
 
블룸버그는 “해당 정치인의 발언은 살인범의 동기를 밝힐 수 있는 긴장감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를 암살한 야마가미 데쓰야는 어머니가 종교단체에 거액을 기부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해당 종교단체와 관련이 있는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원한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적 동기는 없다는 것이다.
 
이후 이슈의 초점이 자민당과 종교단체 간 관련성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NHK당의 그간 발언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구로카와 총장은 지난달 NHK가 방송한 토론회에서 일본이 외화를 많이 보유한 종교단체로부터 '조용한 침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자가 토론 주제인 개헌 논의에 집중하라고 거듭 경고했는데도, 그는 “일본이 이렇게 된 것은 아베 탓, 아베 탓이다”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
 
또한 구로카와 총장은 아베 전 총리의 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한국의 통일교를 일본으로 들여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을 지지하는 창가학회(SGI)와 중국 공산당 간의 긴밀한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 공산당 신문인 아카하타는 지난해 9월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 관련 단체 모임에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NHK당 당수인 다치바나와 관련이 있는 한 단체의 홈페이지에는 반세계주의 등과 관련한 글들이 게재돼 있다. 또한 해당 사이트에는 '유대인의 마약 자금, 아이젠버그와 아베 그리고 아소 가문'이라는 제목에 아베 전 총리의 사진이 실린 동영상들이 게시돼 있다.

블룸버그는 현재 일본의 상황은 ‘큐아논’으로 대표되는 정치 음모론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신흥 극우주의 음모론 단체인 큐아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구할 메시아라고 믿는다. 지난 2020년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은 폭력을 선동하는 큐아논의 동영상을 금지한 바 있다.
 
과거에도 자민당과 종교단체를 결부한 비판이 있긴 했다. 교도통신 서울 주재 특파원을 지낸 바 있는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아오키 오사무는 '일본회의의 정체'라는 책을 통해 일본 우익 최대 로비단체인 ‘일본회의’의 뒤에 종교집단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회의 산하에 있는 ‘일본회의 국회의원간담회’에는 자민당의 거물들이 많이 가입돼 있다.
 
저서에 따르면 일본회의는 1997년 우파단체인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국민회의)와 ‘일본을 지키는 모임’(지키는 모임)이 통합, 결성한 조직이다. 이 중 지키는 모임은 신자 수가 300만명이 넘었던 신흥종교단체 ‘생장의 집’ 교주 다니구치 마사하루(1893~1985)의 사상을 교의로 삼아 1974년에 결성된 종교 우파조직이다. 일본회의의 뿌리는 생장의 집이며, 현재 일본회의를 지탱하는 주축은 ‘신도’라고 아오키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