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 수도권 통합 재건축 속속 등장…대단지 프리미엄 노리는 단지들

2022-07-10 15:00
정부, 서울시 재건축 활성화 움직임…통합 시 속도 빨라질 가능성↑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여의도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아주경제DB]

1기 신도시에서 불기 시작한 ‘통합 재건축’ 열풍이 인천과 서울 등 수도권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여러 단지가 함께 사업을 추진하면 단독으로 진행할 때보다 규모가 커져 사업성이 좋아진다. 아울러 정부나 지자체의 인센티브를 원하거나 권리 관계상 필요성 등으로 통합재건축을 선택하는 단지도 있다.
서울시 인센티브에 여의도 통합재건축 움직임 '꿈틀'
10일 정비업계와 영등포구청 등에 따르면 화랑(160가구·1977년 준공)·장미(196가구·1978년)·대교(576가구·1975년) 등 이른바 '화장대' 3개 단지 주민들이 최근 재건축 설명회를 열었다.
 
단지별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민들이 모여 개최한 행사로 통합 재건축의 유리함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다. 통합 재건축 시 분담금 감소 등 장점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움직임은 서울시의 정비사업 인센티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의도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대교아파트 등은 이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사업이 지지부진했었다"며 "최근 시와 정부에서 재건축 활성화 정책이 펼쳐지고 있으며, 통합재건축 관련 인센티브 이야기도 나와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화장대' 통합 재건축단지에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앞서 시는 목화아파트와 삼부아파트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층수 규제를 50층 이상으로 완화하고, 종상향으로 비주거시설 비율을 줄여 주택수를 늘리는 등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목화아파트는 통합 재건축 시 한강 조망권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등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사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화장대'도 이런 조망권과 사업성 등이 추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대교아파트가 가장 규모가 크지만 화랑아파트와 장미아파트가 한강변에 위치했다. 앞서 목화와 삼부처럼 한강조망권 관련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통합 재건축의 가장 큰 장점은 대단지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건설사와 협상에서도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집값 또한 높은 경우가 많다.
 
또한 전문가들은 공공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지별로 작게 쪼개서 각자 재건축하면 도시가 중구난방일 가능성이 높다"며 "각 아파트단지가 아니라, 여의도 구역 전체를 생각하고 한 번에 설계하면 해당 지역과 더욱 조화롭고 다채로운 경관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서울시 입장에서도 통합 재건축을 진행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인천에서도 대단지 통합 재건축 추진 잇따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에서도 대단지 통합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1980년대 중후반에 준공된 인천 남동구 ‘만수주공아파트’ 6개(1~6단지) 단지는 총 7000가구 규모의 대규모 통합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는데 통과하지 못해 다시 신청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들 6개 단지는 대지권이 하나로 묶여 있기 때문에 개별 재건축보다는 통합 재건축이 더 수월하다고 보고 있다.
 
통합 재건축은 아니지만 만수주공과 비슷한 이유로 통합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우극신(우성2·3차, 극동, 신동아4차)'은 통합 리모델링 시 500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 단지들도 한 필지를 공유하고 있어, 통합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인천의 또 다른 통합 재건축 단지도 있다.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에 위치한 현대 1·2·3차 아파트는 최근 통합 재건축을 논의하기 위한 추진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세 단지 모두 1980년대 중후반에 지어져 재건축 연한 30년을 훌쩍 넘겼다.
 
가장 규모가 큰 단지는 1단지로 2204가구이며 2단지(1496가구), 3단지(1200가구)도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다. 모두 합하면 5000가구에 육박한다.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매머드급’ 단지로 거듭나는 셈이다.
 
주민들은 이들 단지의 통합 재건축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5월 말 추진준비위원회를 결성한 상태다. 추진위는 설명회를 진행한 이후 예비안전진단을 위한 주민동의서를 모집하고,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맞춰 안전진단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1기 신도시 '통합 재건축' 확산
통합 재건축 움직임이 가장 거센 곳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다. 향후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수혜 대상으로 지목된다. 지난 5월 중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 후곡마을 3·4·10·15단지는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준비위) 발대식을 개최했다. 이들 4개 단지는 1994~1995년에 지어져 준공 30년 차에 가까운 아파트다.
 
이들 단지를 합산할 경우 전용면적 56~199㎡, 총 2406가구의 대단지 규모가 된다.
 
또한 일산의 문촌 1·2단지와 후곡 7·8단지도 통합 재건축을 위해 지난달 추진위를 설립했다. 4개 단지 총 2476가구로 이들 단지는 경의선 일산역(1.5㎞)과 3호선 주엽역(1.2㎞), 대화역(1.3㎞)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올해로 준공 30년 차가 된 일산동구 백석동 백송마을 3단지와 5단지의 경우 각각 단독 재건축과 통합 재건축 방식 모두를 고려 중이다. 특히 5단지의 경우 실거주율이 85%에 달하고 재건축을 위한 주민동의율이 67%를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분당에서는 서현동 삼성한신, 한양, 우성, 현대아파트가 재건축추진위를 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단지의 총 가구 수만 7769가구에 달한다.
 
군포 산본신도시에서는 대림솔거7단지, 롯데묘향, 극동백두, 한양백두, 동성백두9단지 등 총 3804가구가 재건축추진위 구성을 마친 상태다.
 
1기 신도시에서 통합 재건축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1기 신도시 재정비를 통해 주택 10만 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는데 공급을 늘리려면 아무래도 대단지가 유리하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도시에 있는 아파트들은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지어져 재건축 연한이 비슷한 시기에 도래한다"며 "한 번에 다 재건축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순차적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으면, 추후 사업 시기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정비사업의 성패는 속도가 좌우한다"고 말했다.
 
또 1기 신도시는 인근 단지 용적률이 비슷한 수준이다. 통합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단지별 용적률 차이로 인한 분쟁 우려도 비교적 적다.
 
다만 통합 재건축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여러 단지의 의견을 동시에 모아야 하기 때문에 갈등이 심하다. 단지별로 분담금 등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주민 의견이 나뉘며 난항을 겪기도 한다.
 
이은형 연구원은 "단독, 통합 어떤 재건축 방식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통합 재건축은 각 단지별 아파트 주민들 간 의견을 일치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