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는데 가출인?..실종자 매년 증가해도 수사도 못하는 경찰

2022-07-10 14:40

[사진=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인근에서 20대 직장인 김가을씨가 사라진 지 약 2주가 되면서 성인 실종 사건에서도 초기 수사가 가능하도록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아동과 달리 성인은 실종 신고를 해도 '가출인'으로 분류돼 강제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매년 늘고 있는 '미발견 가출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적으로 수사 사각지대부터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실종 당일 퇴근 후 미용실에 다녀온다고 한 김씨는 자신의 SNS에도 인증사진을 올린 뒤 "파마하자마자 비바람 맞고 13만원 증발. 역시 강남은 눈 뜨고 코 베이는 동네"라는 글을 남겼다.

이후 김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언니가 집에 쓰러져 있을지 모른다’고 신고했다. 이후 연락이 두절된 동생이 걱정된 김씨 언니는 이날 오후 11시37분쯤 김씨가 실종됐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19세 이상 성인 '가출인'에 대해서는 실종신고가 접수돼도 범죄 연관성이 없는 한 강제 수사를 할 수 없다. 지난 5년간 가출인 접수는 7만 400여 건이 접수됐다. 이 중 미발견 가출인은 꾸준히 늘었고, 2020년에만 1178명이 사라졌다. 현행법상 실종 신고를 하면 즉각적인 수색에 나서는 '실종아동 등'과 달리 성인은 강제 수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에 따르면 18세 미만 아동이나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 등을 포함한 '실종아동 등'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즉각 수색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가출인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위치 추적이나 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할 수 없다 보니 사고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즉각적인 수사에 나서기 어렵다. 사실상 사라진 가족을 찾기 위해 남은 가족들이 나서 정보를 얻는 것도 불가능한 셈이다. 실종 아동은 카드 내역 조회에는 영장이 필요하지만 위치 추적은 관련 법에 따라 가능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출인 신고 접수 건수는 6만6259건으로 같은 기간 18세 미만 아동 실종 2만1379건보다 3배가량 많다. 지난해 접수된 가출인 중 지난달 30일까지 미해제된 신고는 0.8%(556명)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친구들에게 감금 학대를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마포 감금살인' 피해자 B씨(사망 당시 21세)의 경우도 가족들이 두 차례 실종 신고를 했지만 위치 추적 등 경찰의 강제수사 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B씨는 숨지기 전 경찰과 7차례나 통화했지만 당시 친구들 강요로 경찰과 통화하면서도 “잘 지내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면서 사실상 가출인 신고만 접수했을 뿐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었다.

최근 5년간 가출인 사망자 건수는 △2016년 1285명 △2017년 1404명 △2018년 1773명 △2019년 1695명 △2020년 1710명 등이다. 미발견자까지 더하면 해마다 2000명 넘는 성인이 사라진 채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셈이다. 가출인에는 자발적 가출과 실종, 자살 의심, 연락 두절 등이 모두 포함된다.

실종된 성인들을 찾기 위한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실종 성인의 소재 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이 발의됐지만 다른 현안에 밀려 발의된 지 8개월이 넘도록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실종 당시 18세 미만인 아동과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 실종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어 실종 성인에 대한 부분은 법률적 공백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종 성인에 대한 신속한 신고·발견 체계를 마련해 성인 실종에 대해서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실종 성인에 대한 조속한 발견과 복귀를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