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政治가 국민 신뢰를 얻는 전략
2022-07-07 05:00
그럼 한국 정치가 다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신뢰를 얻기 위해 ‘그 무엇’이 필요하지만 현 정치인들로는 이것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국민 신뢰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전제 조건은 담론(열린 토론)과 공동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는 반성과 성찰이 전제될 때 출발할 수 있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성찰은 모든 것을 뿌리째 뒤집어 처음의 토대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대선 패배 이후 영국에서 공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저술한 책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전략과도 맥이 닿아 있다. 새로운 시작으로 그는 협치인 ‘DJP’ 연대로 평화적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IMF 외환위기 극복, 최초 남북 정상회담, 최고의 한미·한일 관계 구축 등 민주화 이후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시중에는 윤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에게 ‘서로 못하기 경기하는 것 같다’는 조롱이 난무하고 있다. 현 정부의 ‘정체성’과 더불어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니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다원주의보다 위험 요소인 ‘능력주의’라는 포장지로 ‘초특권층 집단’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장관들의 재산과 흠집만 보더라도 보통 시민과는 괴리가 있다. 도적적 가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찾을 수 없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학벌의 능력주의가 오만하다”고 경고하지만 능력주의를 외치는 여당 대표의 성상납 의혹 뉴스와 여권 내 권력투쟁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보통 시민이 존중받는 사회”를 제안한다.
다른 한편에서 “윤석열 정부가 야당 복이 있다”는 조롱 섞인 말이 유행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두고 한 말이다. 보궐선거, 대선, 지선 등 3연패 당하고도 괴이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반성과 성찰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 것은 진 것’이라는 명료한 명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토를 달고 있다. 이대로 가면 차기 총선과 대선 역시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 평가다.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패배의 원인을 정확하게 토론하는 것이 우선이지 패거리 정치로 실패에 대한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은 불신을 낳게 된다. 민주당은 실패에 대한 반성은커녕 제대로 열린토론회 한번 열지 못할 정도로 ‘이재명 vs 반(反)이재명’ 권력투쟁 블랙홀에 빠져 있다.
지금처럼 염치없는 한국 정치 상황에서 여야에 중요한 일은 ‘왜 정치가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는가’에 대한 반성과 열린토론이다. 하지만 그만한 ‘용기’ 있는 리더가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
다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전략은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독일 고급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논설위원인 프리데리케 하우트가 쓴 칼럼의 일부 내용이다. 먼저 정치인 개인 태도와 덕목이다. 신뢰의 정치인과 불신의 정치인은 3가지에서 차이를 보인다. 먼저 신뢰받는 정치인은 정직하고 품위가 있으면서 불의에 용기 있는 리더다. 반면에 불신의 정치인은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며 포퓰리즘으로 선동한다. 후자는 ‘공화국’에 대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신뢰의 정치인은 민심을 살피면서 경청하지만, 불신의 정치인은 ‘빠’시즘에 의거해 적대감과 편파적인 정치에 편승한다. 국민을 보고 정치하는 것이 아니라 패거리를 내세워 정치하는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신뢰받는 정치인은 대의에 헌신하면서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고 미래 비전과 콘텐츠를 제시하지만, 불신의 정치인은 사악한 사익을 추구하면서 시류에 편승해 무능을 보여주는 자다.
둘째, 국민 신뢰는 열린 정당인가, 폐쇄 집단인가에 달려 있다. 영국 사회철학자 칼 포퍼는 “동물이 아닌 인간의 길은 열린 사회”라면서 “닫힌 조직, 배타적 교조주의 등은 열린 사회의 적들”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열린 사회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 겸손의 합리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열린 정당은 정의와 공평을 추구하고, 폐쇄 집단은 광기와 패거리 문화를 이용한다. 열린 집단은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연대하고 단결하지만, 폐쇄 세력은 이견(異見)을 공격하고 배척하는 마이너스 정치를 한다. 파시즘, 공산주의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사색당파처럼 오늘날 패거리 정치의 폐쇄 집단도 몰락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셋째, 신뢰를 얻기 위해 ‘지금 현재’ 용기 있는 행동이 필수적이다. 포퓰리즘에 맞서 용기 있게 무엇이 정의와 상식인지,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비전과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중주의에 편승하지 않고 미래 이슈와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용기, 즉 이 같은 많은 행동들이 축적될 때 신뢰가 쌓이게 된다. 신뢰는 수많은 행동 투자의 결과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시대정신’은 정치개혁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종민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한 ‘정치교체’도 그 일환이다. 이는 두 가지가 이뤄질 때 가능하다. 먼저 ‘다당제를 위한 입법’이다. 일각에서 말하는 세대퇴진론은 포퓰리즘이다. 한때 ‘3김(김영상·김대중·김종필) 퇴진론’과 흡사한 측면이 있다. 586세대에게 시대적 책무를 다하라는 ‘책임정치’를 말할 때다. 정치개혁을 위한 입법을 마무리하라는 시대적 명령이다. 지난 총선에서 보여준 위성정당을 만드는 구태를 청산하고 다당제로 갈 수 있는 입법 조치를 말한다. 그래야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적대적 공생구조’가 아닌 개혁 경쟁이 가능하다.
또한 여든 야든 서로 맞지 않으면 갈라서기가 나라와 자신들을 위해 바람직하다. 이솝 우화 이야기로, 개구리가 전갈을 등에 태워 함께 강을 건너는데, 태워준 개구리를 독으로 찔러 죽인 전갈에게 죽어가면서 개구리가 “왜 찔렀느냐”고 묻자 전갈은 “나는 전갈이아. 그에 내 본성이야”라고 대답했다.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망하기보다 갈라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교훈이다. 이는 정당 개혁과 연결되는 알갱이와 껍데기를 걸려내는 일이다.
둘째, 개헌이다. ‘실패한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고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나 ‘독일식 총리민주주의’로 개헌을 추구할 때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다양한 정당이 비전과 미래로 경쟁하고, 결선투표제로 심판을 받아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다. 더 바람직한 개헌은 ‘독일식 총리민주주의’다. 협치를 통해 미래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와 유사한 분단 역사와 인구(8000만명)를 가진 독일은 전국 균형 발전-우리는 지역 소멸, 독일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우리는 재벌 중심에 양극화, 독일은 평화통일 달성-우리는 구냉전에 신냉전 중, 그리고 독일은 유럽 중심 국가지만 우리는 미·중 강대국 갈등에 ‘넛크래커(호두까기)' 신세다. 독일은 협치인 연정을 통해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간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현재’ 온통 패싸움 중이다. 세대 간, 성별, 지역별, 계층별, 정파별 갈등에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패싸움 중이다. 지긋지긋한 분열과 증오를 뛰어넘어 통합과 협치를 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이 다당제 입법과 87년 체제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기하는 개헌에 있다. 87년 ‘레짐’을 종식하는 ‘제2의 양김(金)’을 뛰어넘는 용기 있는 리더가 나올 수 있을까!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학 언론학 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