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해빙 무드] 이재용, 日 게이단렌 회장단과 연쇄 회동...한·일 경제 교류 본격화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한·일 재계회의 참석차 방한한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과 만찬 회동했다. 두 사람은 한·일 기업 간 교류 활성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쿠라 회장은 스미토모화학 회장으로, 삼성과 오랜 인연이 있다. 스미토모화학은 삼성전자에 올레드(OLED) 스마트폰용 편광필름을 공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게이단렌 부회장 겸 히타치그룹 회장과도 오찬 회동했다. 두 사람은 식사를 함께하며 양사 간 반도체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일본 최대의 전자제품 제조사인 히타치에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12월에도 게이단렌 임원진을 만나 한·일 기업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재계는 광범위한 일본 네트워크를 지닌 이 부회장이 최근 한·일 관계 개선에 발맞춰 민간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이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최악이던 2019년 9월 한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일본 재계의 초청을 받아 ‘2019 일본 럭비 월드컵’ 개회식과 개막전을 참관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도 긴밀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은 2013년, 2014년, 2019년 방한 당시 이 부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일 관계 해빙 분위기는 이 부회장의 게이단렌 회장단 회동 등 경제계를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년간 열리지 않았던 한일재계회의가 3년 만에 개최된 것이 대표적이다. 전경련 주도로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재계회의에서는 △한·일 경제 동향 및 전망 △지속가능사회 실현을 위한 한일 협력 △새로운 세계 질서와 국제 관계 등이 논의됐다.
구체적으로 상호 수출 규제 폐지,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한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 부활,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발전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 등을 안건으로 다뤘다. 한·일 재계회의는 이날 ‘양국의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역할을 다하자’는 내용으로 8개 항의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게이단렌 대표단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3년 만에 재개된 한일재계회의가 실질적 교류 활성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경제 안보 시대에 양국 기업인들이 계속 소통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 간 미래 지향적 협력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며 “양국의 현안 해결을 위해 한일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2017년 이후 중단된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도 올 하반기 중 5년 만에 재개될 전망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에서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의 회장과 도쿠라 게이단렌 회장을 따로따로 만나 한·일 경제협력 재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일 경제인 교류 행사인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를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한·일 경제인 회의’도 화상으로 열렸다. 한일경제협회장인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등 260여명의 경제인이 참석해 양국 경제 현안과 포스트 코로나 대응 협력을 논의했다. 대표적인 한·일 비즈니스 항공 노선인 김포∼하네다 노선도 2년 3개월 만인 지난달 29일 재개됐다.
재계는 한·일 관계 회복을 강조한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양국 간 해빙 분위기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며 한·일 기업 간 교류 확대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양국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밀접하게 얽혀 있다. 공급망 리스크의 상호 보완이나 인력-일자리 협력 등에도 한·일 경제 교류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대한상의가 지난 4월 국내 기업 327곳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7곳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