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공공요금 폭탄] 전기·가스요금에 전기차 충전료도↑...尹 공약 파기 도마 위

2022-06-30 14:25

서울 한 다세대 주택에 설치된 전력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7월 1일부터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른다. 여름철 사용량이 많은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이 동시에 인상된다. 전기자동차 충전요금도 할인 혜택이 끝나며 이용자 부담이 늘어난다.

공공요금 등이 잇달아 오르면서 이르면 이달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치솟을 전망이다.
 
7월 1일부터 전기·가스요금 줄인상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3분기(7∼9월)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가 킬로와트시(㎾h)당 5원 오른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분기별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는 연료비 조정단가는 분기마다 정한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르면 조정단가는 직전 분기보다 ㎾h당 ±3원, 연간으론 ±5원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엔 1년치 최대 인상 폭인 5원을 올리기로 했다. 분기 조정 폭을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전기요금뿐이 아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메가줄(MJ)당 1.11원 오른다. 지난해 12월 천연가스 공급규정 개정으로 확정한 정산단가 인상분(MJ당 0.67원)과 기준원료비 인상분(MJ당 0.44원)을 반영한 결과이다.

가스요금은 가스를 만드는 데 쓰이는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단가인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와 소매 공급업자 공급 비용과 투자 보수를 합한 '도소매 공급비'로 구성된다.

인상률은 주택용이 7.0%, 음식점·구내식당·이미용실·숙박시설·수영장 등에 적용하는 일반용(영업용1)은 7.2%, 목욕탕·쓰레기소각장 등에 적용하는 일반용(영업용2)은 7.7%다. 

이에 따라 주택용 가스요금은 현행 MJ당 15.88원에서 16.99원으로 오른다. 일반용 가운데 영업용1은 15.49원에서 16.60원으로, 영업용2는 14.49원에서 15.60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한 빌딩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소 [사진=연합뉴스]

4인 가구 부담액 월 4000원 늘어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이 오르면서 월평균 307㎾h를 사용하는 4인 가구는 7월부터 매달 1535원의 요금을 더 내야 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10%)와 전력산업기반기금(3.7%)을 합치면 실제 부담액은 월 1700원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취약계층 요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한전은 7∼9월에 한해 복지할인 대상 약 350만 가구의 할인 한도를 40%로 높인다. 특히 장애인·유공자·기초수급·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배려계층에 대해서는 할인 한도액을 1600원 더 올려 월 최대 9600원을 할인할 예정이다.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적용에 따른 요금 증가 폭을 반영한 것이다. 사회적 배려계층 가구의 지난해 7∼9월 월평균 전기 사용량은 320㎾h로,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분을 그대로 적용하면 전기요금은 월 1600원가량 늘어난다.

4인 가구 기준 가스요금은 2000원 이상 오른다. 서울시 기준으로 매달 2000MJ을 사용하는 4인 가정의 월 가스요금은 현행 3만1760원에서 3만3980원으로 2220원 인상될 전망이다.

전기차 사용 가구는 부담액이 더 늘어난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할인제도를 이달 말 종료한다.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할인제도는 전기차 충전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을 할인하는 제도다. 2017년 처음 도입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할인제도 종료로 7월 1일부터 전기차 충전요금은 ㎾h당 292.9원에서 313.1원으로 6.9% 오른다. 원래 요금제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사실상 이용자 부담은 늘게 된다. 여기에 전기요금 인상분(5원)까지 적용하면 ㎾h당 300원대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장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6%대 물가 상승 초읽기···공공요금 10월 추가 인상

공공요금이 오르면서 물가 오름세도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랐다. 5.6%를 기록한 2008년 8월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가운데 전기·가스·수도요금 기여도가 0.32%포인트(p)에 달했다. 공공요금이 물가 상승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1년 전보다 9.6% 오르며,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0년 1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5월(3.3%)보다 0.6%포인트 올랐다. 3.9%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가계·기업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 상승률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의 오름세는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6%대로 치솟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한 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11월(6.8%)이 마지막이다.

정부도 6%가 넘는 물가 상승률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국제 유가와 원자재·곡물 가격이 급등한 영향을 우리가 필연적으로 받고 있다"며 "6월 또는 7~8월에 6%대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분기부터는 물가 오름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오는 10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다시 한번 동시에 인상될 예정이어서다.

전기요금 중 기준연료비가 지난 4월 ㎾h당 4.9원 인상된 데 이어 10월엔 4.9원 더 오른다. 지난 5월 0원에서 1.23원으로 뛴 가스요금 중 정산단가도 7월에 1.90원으로 0.67원 오른 데 이어 10월에도 2.30원으로 0.40원 더 인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파기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자 시절인 지난 1월 전기차 충전요금을 5년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