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가 미술품 조각투자업계 최초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했다. 조각투자로 구매한 미술품을 보관하는 기간 동안 전시·대여 등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등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열매컴퍼니는 이날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서비스 수요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규제 특례 또는 각종 지원을 제공해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유도하는 제도다. 적용 대상은 기존 금융서비스의 제공 내용·방식·형태 등과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업 또는 이와 관련된 업무로 한정된다. 조각투자업계에서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Kasa)가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처음 지정됐다.

이로써 열매컴퍼니는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중 최초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게 됐다. 현재 주요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는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소투와 아트투게더, 테사 등이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들 미술품 조각투자업체가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민법·상법상으로 소유권을 증명하기 어려운 수익청구권과 달리 이들이 취급하는 미술품은 소유권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매컴퍼니는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다. 조각투자로 구매한 미술품을 보유기간 동안 임대·전시하는 방식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청구 권리가 발행하면 상품이 증권성을 갖게 된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미술품 가격 기준으로 통상 대여는 1%, 전시용은 0.5%의 월수익이 발생한다"며 "규제 샌드박스 신청으로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이 된다면, 플랫폼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미술품 보유 기간 동안 배당금 등 적잖은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열매컴퍼니는 이날까지 총 157건의 미술품을 공동구매했다. 이 가운데 88건에 대한 재매각을 성공해 평균 30.6%의 수익을 기록했다. 미술품의 연평균 가격 상승률은 121%고 평균 재매각 기간은 313일이다.

높은 수익률은 조각구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특이한 사업구조에서 기인했다. 여타 조각투자 업체들이 자산을 조각구매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 것과 달리 열매컴퍼니는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지 않는다. 대신 미술품 공동구매 시 총 구매자금의 5~10% 가량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한다. 미술품 재판매 차익이 클수록 열매컴퍼니와 투자자 모두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김 대표는 "플랫폼이 수수료 수익에 집중하면 미술품 거래의 본질인 미술품 구매·재판매보다 조각소유권 발행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미래가치가 높은 미술품을 제안해야 하는 미술품 거래 플랫폼 본연의 업무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며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미술품을 소액으로도 소유할 수 있게 한다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제로수수료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열매컴퍼니가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함에 따라 다른 조각투자업체들의 신청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혁신금융서비스가 없으면 발행 후 2차 거래와 수익청구권 발행, 디지털 자산 사업 등 사업 확장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술품 조각투자 아트투게더도 7월 중으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할 방침이다. 테사도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준비하는 중이다.

아트투게더 관계자는 "현행 민법의 틀 안에서 기존 사업구조를 유지하며 서비스를 다각화하기 위해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미 다수의 업체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위한 신청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