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자산 양극화] '부모 증여' vs '영끌대출' 결과는?

2022-06-25 06:00
무주택·영끌·증여…다른 결과에 자산양극화↑
금리 7% 공포…영끌족 '하우스푸어' 우려도

지난해 2030세대 대출로 인한 매입 비중이 높았던 노원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아주경제DB]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세대)의 자산이 양극화하고 있다. 부의 대물림 등으로 생기는 자산 격차가 세대 내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영끌과 증여 2030세대 자산 증식 방법 
#“부동산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서 대출)을 통해서 겨우 내 집을 마련했습니다. 2020년 상반기에 경기도 시흥의 아파트를 2억8000만원을 주고 샀는데 최고 5억원 정도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4억 중후반에 시세가 형성됐습니다.”(31세 경기도 시흥 거주 남성) 

#“2019년에 아버지께 5억원 정도 하는 아파트를 증여받았어요. 당시 증여세가 1억6000만원 정도 나와서 부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아파트 시세가 8억원쯤 합니다. 그때 증여받길 잘했죠. 부모님 보유세도 줄일 수 있었고, 증여세도 훨씬 적게 냈어요.”(34세 서울 동작구 거주 남성) 

최근 몇 년간 MZ세대의 가장 큰 화두는 부동산 투자였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관련 세금도 폭발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일부는 영끌을 통해 아파트를 매입하고 일부는 증여 등 이른바 ‘부모 찬스’를 통해 내 집을 마련했다. 2019년 이후 미성년자의 주택 구입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고, 구입액도 꾸준히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부족한 미성년자 집주인들 대부분은 ‘부모 찬스’를 이용해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25일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미성년자 주택 구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 나이 19세 이하 미성년자(Z세대)의 주택 구입 건수는 2719건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의 총 주택구입액은 4749억원에 달했다. 미성년자 주택 구입 건수는 연령대별 주택구입 현황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9년 332건이었는데 2020년 728건, 2021년 1410건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올해에는 3월까지 미성년자 주택 구입이 249건으로 나타나 전년 동기(291건)보다는 건수가 소폭 줄었다. 미성년자 주택 구입액도 함께 확대됐다. 2019년 638억원 수준이었던 미성년자 주택구입액은 2020년 1354억원, 2021년 2345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에는 3월까지 412억원어치의 주택을 구입했다.

영끌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한 2030세대도 늘었다. 최근 몇 년간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흐름을 잘 올라탄 영끌 투자자들은 자산가들과의 격차를 다소 줄일 수 있었다.

지난해 2030세대(20대 이하 포함)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2030세대의 매입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지난해 2030세대의 전국 아파트 매입 비중은 평균 31%로 집계됐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9년 28.3%에 불과했던 2030세대의 매입 비중은 2020년 29.2%로 올라서더니 지난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2030세대의 매수세는 수도권에 몰렸다.

특히 지난해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41.7%로 40%를 돌파했다. 재작년 37.3%보다 4.4%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2030세대의 인천 아파트 매입 비중은 33.2%, 경기는 36.3%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전셋값이 높고 집값은 상대적으로 낮아 ‘갭투자’가 가능한 지역의 매입 비중이 높았다. 지난해 서울에서 2030세대 매입 비중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51.5%인 강서구로 나타났으며 노원구는 재작년 38.6%였던 2030세대 매입 비중이 지난해 49.3%로 치솟았다.
 
벌어지는 2030 자산격차
이런 상황에 2030의 자산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부모 자산을 받거나 영끌 투자를 통해 자본을 불린 사람과 투자를 하지 않은 무주택자가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가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억5651만원으로 전년 대비 3802만원 늘었다.

자산상위 20% 가구 평균자산은 9억8185만원으로 1년 전보다 1억1141만원 올랐고 자산하위 20% 가구의 경우 2784만원으로 같은 기간 311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위 20% 가구와 하위 20% 가구의 자산격차는 35.27배로, 2020년(35.20배)보다 확대됐다.

자산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2019년(33.21배)과 비교하면 더 악화됐다. 2019년엔 상위 20% 가구 자산은 8억원, 하위 20%는 2409만원이었다.
 
금리 인상에 아파트 가격 하락세…'영끌족' 시름 깊어져
다만 집을 마련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부모의 도움으로 인해 비교적 자금 부담이 덜한 증여와 달리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아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영끌족은 집값 상승이 멈추고 대출이자가 크게 증가하는 현 상황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기쁨도 잠시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며 소득의 대부분을 대출 이자를 갚는 데 쏟게 생긴 것이다. 

앞으로 대출 이자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한국은행도 7월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며 조만간 주담대 금리가 연 7%대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직방은 최근 금리 상승에 따라 차주가 부담해야 할 월 상환액의 변동 추이를 분석했다. 만약 주담대 금리가 7%까지 상승할 경우 서울에서 전용 84㎡ 아파트를 대출금 상한선까지 받아 구매한 사람의 상환액은 한 달에 82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 전용 84㎡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2억8582만원으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최대로 적용하면 4억3716만원을 대출 받을 수 있다. 대출(대출 기간 30년 비거치 원리금균등상환 상품 기준)을 상한선까지 모두 받았을 때,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월 상환액은 금리가 연 4%일 때는 209만원이지만 7%일 때는 291만원으로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버티지 못하고 집을 내놓는 영끌족이 나올 수 있다.

게다가 이자 부담으로 집을 팔려고 해도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어 처분도 여의치 않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7220건으로 전년 동기 2만5870건 대비(1~6월) 28% 수준으로 급감했다. 추가 금리인상 우려와 대출 규제,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경기도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지난해 영끌을 통해 매입한 아파트의 이자 부담이 커져 처분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며 “샀던 가격보다 시세가 떨어지고 거래도 안 돼 곤란을 겪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집값이 더 내려간다면 이른바 하우스푸어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