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된 대기업 내부거래 규제, 획일적 적용 아닌 시대상 반영해야"

2022-06-24 09:23

대한상공회의소는 6월 24일 ‘제3회 공정경쟁포럼’을 개최하고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규제 현황 및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대기업 기업집단의 계열사 부당지원을 막고자 도입한 공정거래법 내부거래 규제가 구체적 기준 없이 일괄 적용되면서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제3회 공정경쟁포럼’을 개최하고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규제 현황 및 개선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주제발표에 나선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미국과 EU는 모회사의 자회사 지원이나 계열회사 간의 협조행위를 경쟁법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는 공적 제재를 하는 경쟁법으로 규제해 개별기업이 처한 환경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인 규제”라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내부거래가 문제로 지목되는 원인으로 기업 현실과 국내 법체계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집단을 통한 경영이 일반화됐지만, 국내 회사법은 기업집단의 실체를 부정하는 법체계를 취하면서 내부거래의 긍정적 역할을 간과하고 규제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는 해석이다.

이에 황태희 성신여대 교수는 “내부거래 규제 도입 후 경제력 집중 해소라는 입법 목적이 얼마나 달성됐는지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외국인 투자자, 소액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감시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규제 문제와 개선점은 무엇인지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신영수 경북대 교수는 “내부거래 규제는 회사법이나 경쟁법이 아닌 ‘기업집단 규제법’으로, 한국 특유의 지배구조와 거래관행을 규율해 온 독자적 제도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부당한 내부거래로 인한 폐단이 적절히 통제되기 어려운 현실이기에 공정거래법의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자료=대한상공회의소]

곽 교수는 현행 내부거래 규제방식을 두고 “모든 기업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다 보니 정부 정책을 믿고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집단은 오히려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되는 역설적 상황이 생겼다”며 “기업 특성에 맞는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한 자율적 규제로 전환하거나 지주회사의 본질을 고려한 내부거래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혁 강원대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 도입한 지주회사제도는 시행 20년이 지나면서 과도한 내부거래규제 문제, 금산분리 원칙, 인적·물적분할 문제 등에 부딪히고 있다”면서 “내부거래, 지주회사 등 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목표를 전반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곽 교수는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규제는 ‘부당성’, ‘정상가격’ 등 모호한 요건이 있어 기업이 사전에 해당 내부거래의 정상‧위법 여부를 자체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예외 허용사유 역시 요건이 엄격해 실제 허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호하거나 엄격한 요건은 기업에 사전 규제로 작용해 정상거래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면서 “일본의 경우 내부거래의 긍정적 측면도 함께 살펴봐 기업집단 내부통제시스템 등 자율규제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박성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기업집단 체제를 통해 성장한 우리 기업 현실에 비춰볼 때, 공정위는 내부거래 규제의 취지는 유지하면서 거래비용 절감,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 내부거래의 긍정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을 주재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내부거래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경영방식의 하나”라며 “규제 도입 당시와 시대적 상황이 바뀐 지금은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규제 차원보다 정상적・효율적인 내부거래는 폭넓게 허용하는 등 균형 있는 제도 설계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대한상공회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