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위기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2022-06-26 07:00

“올해도 경기가 별로 안 좋을 것 같아서 투자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연구개발도 많이 하겠습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투자를 좀 줄여야 하는데 (경제 상황을 고려해) 더 투자가 많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2년에도 시장 환경은 그리 좋지 않았다. 당시 세계 경제는 높은 불확실성 탓에 성장세가 둔화하고, 부정적 분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마저 감지됐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당장 그해 실적을 방어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다. 그러나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서두의 발언처럼 오히려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이 회장은 불경기 속 투자 확대와 관련해 “과거에 벌어놓은 게 있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이처럼 미래를 준비한 덕분에 삼성의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012년 매출 200조원 시대를 열었고 전년의 두 배에 가까운 영업이익(29조493억원)을 벌어들였다. 2013년에는 매출액 228조6927억원, 영업이익 36조7850억원으로 그 상승세를 이어갔다.

또 이때의 투자를 기반으로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7~2018년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감당할 수 있었다. 재계에서는 불경기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한 게 뒤이은 호황기에 ‘영업이익 50조원 시대’를 여는 기반이 됐다는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경제 상황은 10년 전과 정확히 일치하진 않지만 기업에 비우호적인 환경이라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원자잿값, 물류비 등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는 등 거시경제 전망이 부정적인 탓에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주가는 연일 52주 신저점을 경신하고 있고, 증권가에서는 회사의 2~4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당장의 실적을 지켜내는 데 급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최근 12일간 유럽 출장을 다녀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귀국길에서 기술개발, 인재 양성, 유연한 조직문화 확보를 강조한 것은 의미가 크다.

그는 특히 “(삼성이 할 일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하면서 미래를 위한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발언 직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계열사 사장단은 8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기술 확보를 위한 청사진을 그렸다. 기술을 개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인재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언급한 인재 양성도 함께 검토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 경영진이 머리를 맞대고 기술개발, 인재 양성 등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가운데 최근 일부 경영진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단기적인 실적 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안타깝다.

실제로 삼성 안팎에서는 일부 제품과 관련해 원가절감을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지닌 가치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당장의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 판단이다.

10년 전 이 회장과 현재 이 부회장의 판단처럼 기업은 어려운 시기에도 미래를 위한 인재 양성, 기술개발, 설비 투자 등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

아낄 수 있는 것은 아끼고 눈에 보이는 위험을 회피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위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위기 뒤에 오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경제 위기는 언젠가 지나갈 것이고 실적과 주가는 회복할 것이다. 그리고 실적과 주가가 반등할 때 그 폭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산업부 장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