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NA] 대만, 반도체 인력난 심각

2022-06-22 17:59
대학, 타개위해 '반도체 학원' 잇달아 개설

[칭화대가 개설한 반도체 학원 =신주시 (사진=NNA)]


대만 반도체 산업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AI), 5G 이동통신 시스템, 메타버스(가상공간) 등 새로운 기술의 진보・보급에 따라,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난 타개를 위해 대만의 대학들은 ‘반도체 학원’을 잇달아 개설, 첨단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도체 인재영입과 관련된 대만의 최근 상황을 보고한다.

 

대만의 구인사이트 ’104 인력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만의 반도체 업계의 월간 평균 구인건수는 3만 4000건에 달해, 최근 7년 중 가장 높은 수요를 나타냈다. 반도체 산업의 유효구인배율은 2019년 12월 2.3배, 2020년 12월 2.6배, 2021 12월이 3.7배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1년 12월 기준 구직시장 전체 유효구인배율은 1.7배로 나타나고 있어, 반도체 업계의 인력수요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반도체 업계의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이후 타이완(台湾)대, 칭화(清華)대, 양밍(陽明)교통대, 청궁(成功)대 등은 반도체 학원을 잇달아 개설했다. 반도체 학원에서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 프로세스, 패키징, 소재 등을 다루게 되나,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담당하게 될 첨단인재의 육성이다.

 

[청궁대 쉬웨이저우 집행부원장. (사진=NNA)]

청궁대 반도체 학원은 AI, 빅데이터, 환경, 지속가능성, 스마트 제조 등과 관련된 교육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 중요성이 해마다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궁대 반도체 학원의 쉬웨이저우(許渭州) 집행부원장은 “얼마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반도체 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테마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칭화대는 리더가 될 인재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협력, 커뮤니케이션, 의견조율 등 조직운영 시 요구되는 능력 제고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장스제(張世杰) 칭화대 반도체 학원 부원장은 “특정 연구분야를 깊게 탐구하는 능력은 통상적인 학생들이 지니고 있다. 다만 상사에게 집중해야 할 분야와 투자해야 할 항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인 능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반도체 학원에서는 첨단산업체 일선 간부의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설비와 제조 프로세스 발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며, 실습의 기회도 제공한다.

 

■ 수요를 못 따라가

근본적으로 반도체 학원은 첨단인재를 단기간에 대량으로 육성할 수 없다. 1년간 배출할 수 있는 인재는 4개학교 합쳐서 약 400명 수준으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만의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구조까지 감안하면, 인재에 관한 장기적 계획 수립은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산업현장은 이러한 첨단인재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청궁대의 쉬 집행부원장은 “확실히 인재부족은 심각하지만,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 수준은 다양하다. 연구개발(R&D)을 수행할 첨단인재도 필요하지만, 반도체 기업이 대거 고용하고 있는 엔지니어에게는 그런 높은 수준의 능력까지 요구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칭화대 반도체 학원 장스제 부원장. (사진=NNA)]

이러한 가운데, 청궁대는 다양한 업무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난타이(南臺)과기대, 쿤산(崑山)과기대, 가오슝(高雄)과기대 등과 공동으로 반도체 과정을 개설했다. 학생들은 반도체 과정 수강을 통해 학점을 취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 전문지식까지 습득할 수 있게 된다.

 

대만의 반도체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설치, 인력부족을 타개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으나, 쉬 집행부원장은 해외공장 건설은 비용을 훨씬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의 니즈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 인프라 건설에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와 현지의 전문인력을 잘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지적하며, “회사 상황에 따라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고 규정했다. 한편, 대만 반도체 업계에는 근래에 중국 기업의 ‘인재 빼가기’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대만의 집적회로(IC) 설계 기업에 근무하는 한 엔지니어에 의하면, 수년 전 일부 직장동료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당시 다니던 회사보다 5배 많은 연봉을 보장받고 전직했다고 한다. 대만의 반도체 패키징 업체 관계자는 “능력있는 사람이 전직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라며 이해를 표시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이러한 상황은 많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이 좋은 조건으로 인재 스카웃에 나서지만, “중국 당국의 정책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하며, 중국 기업에 한번 이직한 사람이 다시 대만 기업으로 돌아오려 해도 “대만 기업이 정보유출 등을 우려해 좀처럼 채용하려 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일본 기업도 채용에 고전’

대만 반도체 업계의 실적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재를 회사에 붙잡아두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큰 폭의 임금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제조) 세계최대 기업 TSMC(台湾積体電路製造) 류더인(劉徳音) 회장은 지난 3월, 예년 4월에 실시되는 임금인상에 대해, “올해 상승폭은 모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궁대 반도체 학원이 위치한 건물 =타이난시 (사진=NNA)]

대만 IC설계 기업에 근무하는 한 엔지니어는 TSMC의 올해 임금인상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급여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대만의 구인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 대만, 외국계 기업 모두 채용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 다만 일본 기업은 급여면에서 대만 기업과 차이가 커서 채용에 고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칭화대의 장 부원장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반도체 부족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며, 직면하고 있는 인력난이 2년 이내에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업은 해외인력 영입을 비롯해, 다른 분야의 인력을 채용, 내부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청궁대 쉬 집행부원장은 스마트제조, AI 등의 도입을 통해 에너지 절감을 추진하는 것도 기업이 향후 매진해야 할 분야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