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살 사건 유족, 文정부 인사들 고발..대통령기록물 봉인 해제 '촉각'

2022-06-22 15:23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와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했던 책임자 처벌과 수사를 즉각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민정철 전 민정비서관을 '월북 프레임'의 주도자로 지목해 검찰에 고발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故) 이대준씨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 전 실장과 김 전 민정수석비서관, 이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등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는 2020년 9월 27일 국가안보실에서 지침을 하달받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국가안보실에서 하달한 월북 관련 지침이 있어 (이씨의 표류가) 월북으로 조작된 것인지 파악하고자 서 전 실장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해경이 당시 '자진 월북'이라는 중간수사를 발표한 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민정수석실이 해경에 내린 지침으로 월북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전 수사관과 이 전 비서관도 수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씨 유족은 이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하지 않고 검찰이 직접 수사해달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자를 고발하는 사건을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공수처장이 수사하면 이는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라면서 "공수처가 수사를 맡게 되면 유족은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힐 생각이다"고 했다. 

문 대통령 등에 대한 추가 고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난달 25일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관련 기록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며 "23일 정보공개 여부에 대한 회신을 보고 추가 고발을 결정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 9월 서해 북측 해상에서 해수부 공무원 이씨는 북한군에게 사살됐다. 북한군은 이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해경은 이씨가 실종된 지 8일 만에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고 군 당국과 정보당국이 감청한 첩보와 그의 채무 등을 근거로 월북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지난 16일 해양경찰청은 최종 수사결과에서 "(이씨의)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번 사건이 전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연관된 터라 검찰이 따로 특별수사팀을 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장 30년간 열람 제한' 대통령 기록물 봉인 풀리나
이 사건에 대한 청와대 자료는 최장 30년간 열람이 제한된 '지정 기록물'로 지정됐다. 이씨 유족 측은 지난달 25일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해당 자료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11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정보공개 청구를 받으면 그 청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부득이한 사유로 기간 내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없을 때에는 10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기록관은 23일 이씨 유족 측에 답변을 줄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 대한 기록물 공개 여부가 국회 표결로 이어질 경우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고등법원장이 중요한 증거라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하면 공개가 가능하다.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대통령기록관에서 관련 자료를 열람하거나 사본 제작 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압수물과 달리 복사와 외부 반출에 제약이 크다. 때문에 검찰이 자료를 확보하더라도 형사사건의 증거로 수집한 것이라 일반 대중에 공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