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소비자 만족도 빠진 보험사 비대면채널 강화

2022-06-18 09:00

[사진=연합뉴스]

"가입은 쉽지만, 정작 보험금을 지급받기는 어렵다. 빛 좋은 개살구다." 

최근 보험사의 비대면채널을 두고 소비자들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보험사의 비대면채널에 대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모바일과 인터넷에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늘려 보험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비대면채널을 강화해왔다. 

그 결과 보험사의 비대면채널 비중은 빠르게 성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업계 수입보험료 중 대표적 비대면채널인 사이버마케팅(CM)채널 비중은 5.42%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1.39%포인트 상승했다. 

CM채널 확대는 손보업계가 더 적극적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 국내 9개 손보사의 CM채널 수입보험료는 1조5532억48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이던 2019년 1분기(8766억200만원)보다 무려 77.2% 급증한 액수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손보사의 CM채널의 수입보험료는 사상 처음으로 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험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라는 취지와는 맞지 않게 비대면채널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족도는 대면채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손해보험협회의 작년 하반기 보험금 불만족도 공시에 따르면, 보험사의 비대면채널 불만족도는 대면채널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 기간 손보사의 다이렉트채널 보험금 불만족도는 0.22를 기록했다. 이는 손보업계 평균 보험금 불만족도인 0.15를 상회하는 수치로, 대표적 대면채널(0.12)보다는 2배 가까이 높았다. 생보사들도 비대면채널의 보험금 불만족도가 대면채널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의 다이렉트채널 보험금 불만족도는 0.4로 전체 평균(0.25)을 크게 웃돌았다. 설계사채널의 보험금 불만족도는 평균보다 낮은 0.24였다. 교보생명도 다이렉트채널(0.66)이 설계사채널(0.61)보다 보험금 불만족도가 높았다. 미래에셋생명은 다이렉트채널(1.37)의 보험금 불만족도가 설계사채널(0.22)의 6배에 달했다.

보험금 불만족도란 보험금 청구 후 보험금에 대해 만족하지 못해 보험을 해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보험금 불만족도가 높을수록 보험가입자의 해당 보험상품과 보험사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취지와 달리 비대면채널에 대한 보험소비자의 불만이 큰 데에는 보험사들이 비대면채널 강화를 소비자보호보다는 비용 절감에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유지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보험설계사 조직을 축소하고, 대신 무리하게 비대면채널로 그 자리를 메우려 했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비대면채널 강화에 나서면서, 보험사의 임직원과 보험설계사 수는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생명·손해보험사의 임직원 수는 5만7781명에서 5만6625명으로 1156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속설계사는 4만3632명이 짐을 쌌다.

모바일 등 비대면채널 강화는 금융권 전체의 흐름이다. 하지만 비대면채널 강화는 보험사들의 비용 절감보다는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보다 소비자 친화적인 비대면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