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모빌리티 택시 업계, 이용객 대상 '수수료 폭리' 만연⋯근거는 정부의 '뒷짐'

2022-06-19 07:04
'노쇼' 5분 만에 수수료 5만원?...정부 "기업 자율에 맡길 뿐"

서울 시내를 달리는 카카오택시. [사진=연합뉴스]

#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모씨(남), 지난 5월 30일 을지로에서 도봉구로 가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 벤티 차량을 예약했다. 탑승하기로 한 장소에서 미리 대기 중이던 김모씨, 약속 시간보다 10분이 지난 시점에서야 방금 걸려온 모르는 전화번호가 택시 기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기사는 이미 다른 이용객을 태우고 운행 중이었다. 김모씨는 다른 택시호출서비스를 이용하려던 찰나, 신용카드 결제 알림에 깜짝 놀랐다.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된 신용카드에서 취소 수수료 명목으로 5만원이 자동결제된 것. 카카오T 고객센터에 상황을 설명해봤지만, 예약 시간 5분이 지난 상태에서 탑승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정상 수수료를 100%(최대 5만원) 부과한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택시 예약 취소 시 수수료를 100%까지 부과하는 등 거대 모빌리티플랫폼 택시 업체들의 폭리가 소비자에게도 전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은 취소 수수료 부과 기준을 업체 자율에만 맡겨버린 정부가 만든 것이라며, 기준을 세우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16일 동종업계에 따르면, 카카오T 등 모빌리티플랫폼 택시 업체들은 예약 후 취소 또는 노쇼(예약 후 연락 두절) 이용객에 최대 100%에 달하는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T의 수수료 규정을 보면, 카카오T는 벤티와 블랙 택시 예약 후 출발시간 1시간 미만 전 취소 또는 출발시간 5분 이후까지 연락 두절 및 미탑승 시 운임의 100%까지 수수료를 부과한다. 노쇼의 경우 수수료는 최대 5만원이다. 
 
타다도 출발 예정 시각으로부터 10분 이후 연락 두절 또는 미탑승 시 최대 5만원까지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며, 출발 예정 시각으로부터 1시간 이내 취소하면 최대 3만원까지 수수료를 매긴다. 마카롱택시 운영사인 KST모빌리티는 예약 출발시간 1시간 전 미만에 예약 취소를 하거나, 예약 출발시간 이후에 취소하면 예약비와 기본요금, 선택 서비스비 총액을 수수료로 부과한다.
 
김모씨는 카카오T에 예상 운행 시간 중 지각한 10분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부과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으나 카카오T의 답은 ‘불가’였다. 이처럼 모빌리티플랫폼 택시가 부과하는 취소 수수료에 대한 소비자 불만과 피해를 주장하는 민원은 소비자고발센터와 각종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국토부, 수수료 부과 기준 마련은 공정거래법에서⋯공정위 “해야 한다면 국토부가”
 
모빌리티플랫폼 택시 업체들은 취소 수수료의 액수와 비율을 내부 규정에 따라 정하고 있으며, 각 사마다 약간씩 다르다. 택시운송업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국토부)가 택시 기본 운임에 관한 기준은 법령으로 정해놓고 있지만, 추가 비용으로 분리되는 수수료에 대해선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택시운송업자들은 국토부 산하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두 가지 법을 따른다. 하지만 두 법 모두 기본 운임에 관한 법령은 있으나 수수료에 관한 법령은 없다.
 
익명을 요구한 택시 업계 관계자는 “취소, 노쇼 수수료 부과의 근거가 되는 기회비용은 설득력은 있으나 완벽한 근거로 보긴 어렵다”며 “현재는 수수료를 최대 5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향후 10만원, 20만원으로 올린다고 해도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택시 업계는 그간 모빌리티플랫폼 택시 업체들이 각종 수수료를 과도하게 인상하고 있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개인택시 기사들이 국토부를 방문해 플랫폼 업체들의 과도한 수수료 인상을 제재할 규정을 마련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카카오만 해도 택시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플랫폼 업체의 과도한 폭리가 기사와 이용객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년여가 흐른 현재까지 국토부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수수료 부과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국토부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취소 수수료 부과 기준(법령)이 없는 것 때문에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 등의 문제는 일반적인 상황으로, 개별법(택시발전법·여객자동차법)에서 다룰 게 아니라 공정거래법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런 부분(수수료 부과 기준)은 일반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개별법이 아닌 공정거래법을 따라야 한다”며 “기본 운임이 아닌 취소 수수료 등은 부수적인 것으로 국토부가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공정위는 기업의 담합 등이 적발됐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역할을 할 뿐, 규제를 위한 기준을 정하는 것은 각 소관 부처에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모빌리티플랫폼 업체들이 부과하는 수수료에 대해 어떤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면 공정위가 아니라 국토부의 관련 법이 작동하는 게 맞다”면서 “다만 국토부 소관 법이라 해도 수수료 등에 대한 직접적 규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측면에 신중해야 하지만 플랫폼 업체의 독점력을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가격에 개입하는 경우는 시장독점력이 커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문제는 플랫폼 업체가 택시 업체에 독점력을 사용한 것”이라며 “플랫폼 업체가 현재까지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줘왔지만 앞으로는 소비자에게 독점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취소 수수료 배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필요하고, 기회비용의 발생이라는 취소 수수료 부과 근거는 나름 설득력이 있지만 결국 얼마를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의 문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