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도 물건 파는 라이브커머스...中신둥팡의 이유 있는 변신

2022-06-15 11:00
中사교육 경감 '쌍감정책' 규제 직격탄
최대 교육재벌기업서 생사기로 몰렸지만
영어 교육 특기 살려 쇼핑에 사교육 접목
중국어·영어 '이중언어' 콘셉트로 초대박
라이브커머스 新바람 이끌까 시장 주목

  신둥팡 라이브커머스 [사진=웨이보 갈무리]

"쌀을 사려고 신둥팡(新東方·뉴오리엔탈에듀케이션)의 더우인(抖音·틱톡의 중국 버전) 플랫폼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쇼호스트가 영어를 사용하며 관련 내용을 영어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라이브커머스(생방송 전자상거래)를 보면서 물건도 구매할 수 있고 영어 공부까지 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중국 저장성 닝보에 사는 탕(唐)모씨(31)는 최근 본지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둥팡의 라이브커머스는 다른 방송과 달리 농산물을 설명할 때마다 관련된 역사, 지리, 인문학적 배경지식을 곁들여 수업과 같다는 건 익히 들어서 알았지만 영어가 튀어나올지는 몰랐다"며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 당국의 규제로 생사기로에 섰던 신둥팡이 사업을 전환한 지 6개월 만에 대박을 터트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 '영어 교육'이라는 특기를 잘 살려 라이브커머스에 잘 녹인 것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사교육에 목말랐던 중국인들을 제대로 저격한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기업이 어떻게 당국의 규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신둥팡, 영·중 라이브커머스 시도···초대박 행진
중국 뉴스 포털 제몐은 중국 라이브커머스 전문 시장조사업체 후이툰수쥐를 인용해 신둥팡이 더우인 플랫폼 둥팡전쉬안(東方甄選)에서 '이중언어 라이브커머스'를 시행한 이후 사흘간 폴로어(follower)가 200만명 늘었고 판매액이 1777만 위안(약 34억원) 증가했다고 13일 보도했다. 특히 '이중언어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한 10일 방송 시청자 수는 최대 10만명을 기록했다. 하루 시청자 수 기준으로 앞서 자체 최고치(1000명)에 비해 100배 늘어난 수치다. 이날 방송 중 125개 상품이 소개된 가운데 판매량은 19만8000건, 판매액은 1534만3000위안(약 29억1947만원)에 육박했다.

11일에도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둥팡전쉬안 시청자 수는 1274만6000명, 총 거래액(GMV)은 2100만4300위안에 육박하면서 이날 더우인 플랫폼 라이브커머스 채널 순위에서 6위를 차지했다. 13일엔 실시간 라이브커머스 매출액 순위에서 한때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둥팡이 내세운 이중언어 라이브커머스란 영어 교사들을 쇼호스트로 전향시켜 중국어와 영어 '이중언어'로 물건을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단순히 중국어와 영어로 물건을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둥팡 장점인 교사 경험을 살려 지식을 공유하면서 물건을 판매하는 것. 예를 들면 복숭아를 판매할 때 영어 단어 'peach'를 알려주고 파생어인 형용사 'peachy'도 함께 설명하는 방식으로 판매 제품과 관련된 영어 단어를 학습하게 하면서 소비자와 소통을 이어갔다. 신둥팡 측은 10~11일 이틀간 라이브커머스에 쇼호스트가 7~8명 출연했다면서 이들은 유창한 영어를 선보였다고 전했다.

제몐은 올해 초 신둥팡의 둥팡전쉬안은 위민훙(俞敏洪) 신둥팡 회장과 쑨둥쉬(孫東旭) 신둥팡온라인(新東方在線)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라이브커머스에 출연했지만 '반짝' 관심에 그치는 등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면서 6개월여 동안 우여곡절 끝에 위 회장이 마침내 신둥팡에 적합한 라이브커머스 방법을 찾았다고 짚었다. 

신둥팡은 앞으로도 이중언어 라이브커머스를 앞세워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열을 올릴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늘어나는 수요에 신둥팡은 인력 긴급 수혈에 나섰다. 그중 이중언어로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는 쇼호스트 월급이 5만~6만 위안(약 955만~1146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 월평균 급여가 3만 위안대인 것을 감안하면 최고 수준에 속한다고 제몐은 전했다. 
 

[사진=신둥팡의 더우인 플랫폼 둥팡전쉬안 갈무리] 

◆주가도 대박 행진···주가 목표치 상향 조정
신둥팡의 대박에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신둥팡온라인 주가는 지난 10일 39.37% 급등한 데 이어 13일 39.97%, 14일 23.17%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13일엔 장중 한때 185%를 넘기도 했다. 3거래일간 시가총액이 60억 홍콩달러(약 9852억원) 가까이 훌쩍 뛰었다. 

신둥팡온라인 모기업인 신둥팡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3거래일간 30% 이상 상승률을 보였다. 뉴욕 증시에서도 신둥팡 주가는 10일 10.12%, 13일 5.49% 등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는 미국의 공격적 긴축 우려에 뉴욕·홍콩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했음에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이다. 13일 홍콩 항셍지수는 전장 대비 3.39% 하락했고, 항셍H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4% 밀렸다. 같은 날 뉴욕증시 주요 지수도 모두 폭락했다.

아직도 주가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중국 중신건투는 신둥팡 주가가 향후 20% 더 뛸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도 신둥팡 홍콩 주가 목표치를 73%나 상향 조정했으며, 투자 의견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높여 잡았다. 
 
◆中당국 규제 직격탄 맞은 신둥팡···라이브커머스로 부활할 수 있을까
신둥팡은 1993년 베이징 영어학원에서 시작해 오늘날 중국 최대 교육 재벌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중국 당국이 발표한 솽젠(雙減·쌍감) 정책에 약 30년 만에 운명은 뒤바뀌었다. 솽젠이란 초·중·고교 학생들 숙제와 과외 부담을 경감함으로써 학생들의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를 줄여 주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자는 차원에서 실시한 교육 정책인데, 이를 위해 중국 당국은 사교육 업체에 대한 규제 고삐를 바짝 죈 것이다.

이후 당국은 신규 교육업체 설립을 금지했고, 기존 업체도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강제 전환토록 했으며, 사교육 업체 관련 상장·투자도 제한하고 나섰다. 솽젠 정책 시행 5개월 만에 온라인 사교육 업체가 84.1% 폐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둥팡도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전역에 100개 이상의 캠퍼스와 5만명 이상의 강사를 고용 중이던 신둥팡도 대규모 감원, 감봉 등 구조조정에 나선 것. 주가도 지난해에만 뉴욕 증시에서 88% 고꾸라졌으며,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에 신둥팡은 농촌 플랫폼으로 눈길을 돌렸다. 지난해 12월 1000만 위안 상당 자본금을 들여 둥팡전쉬안을 설립해 인터넷 농산물 판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신둥팡은 둥팡전쉬안에서 고품질 농산물 제품 공급을 통해 차별화하고 다양한 신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며, 작물 종자 관리, 농산물 관련 라디오와 TV 프로그램 등도 만들어 소비자를 유치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신둥팡은 농산물뿐만 아니라 식품, 도서,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둥팡의 변신이 라이브커머스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언어 마케팅 수단은 일회성 관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제품 품질에 따라 앞으로 시장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제몐이 지적했다. 

또 고정 폴로어를 늘리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려면 시청시간, 사용기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폴로어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