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 고공행진] TF 꾸리고 초저가 확대까지…유통업계 '총력전'

2022-06-13 18:03

 최근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가 '물가안정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가 하면 산지 다변화, 사전 비축 등으로 고물가 대응 전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를 앞두고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자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다. 

13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으로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금융위기가 한국을 덮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선 것도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가공식품 지수는 1년 전보다 7.6%나 급등해 10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가격이 상승한 품목은 69개에 달한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국수(33.2%), 밀가루(26.0%), 식용유(22.7%) 등이 크게 올랐다. 소금은 1년 전보다 30.0% 상승했고, 식초(21.5%), 부침가루(19.8%), 된장(18.7%), 시리얼(18.5%), 비스킷(18.5%), 간장(18.4%) 등 22개 품목이 10% 이상 급등했다. 

농축수산물도 지난달 4.2% 올랐다. 특히 축산물이 12.1% 상승했는데 수입 쇠고기(27.9%), 돼지고기(20.7%), 닭고기(16.1%) 등이 크게 급등했다.
 
'원가 부담 커져' … 외식프랜차이즈 가격인상 릴레이
가공식품 품목 대부분이 오르면서 외식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4% 올라 1998년 3월(7.6%) 이후 24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39개 외식 품목 가격 모두 지난해 말보다 올랐고, 이 가운데 치킨 가격 상승률이 6.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자장면(6.3%), 떡볶이(6.0%), 칼국수(5.8%) 등의 순이었다. 

치킨의 경우 주요 프랜차이즈의 프라이드치킨이 1마리당 1만6000원∼2만원 수준이다.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가 작년 말부터 치킨 가격을 올리면서 교촌치킨, BHC, BBQ 등 3대 프랜차이즈 대표 메뉴 가격이 모두 마리당 2만원대가 됐다.

최근엔 외식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원가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오는 16일부터 버거류 제품 가격을 평균 5.5%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약 6개월 만의 가격 인상이다. 이번에 가격이 조정되는 품목은 버거류 15종을 포함한 81종으로, 제품별 조정 인상 가격은 400∼500원 수준이다.

햄버거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커피 프랜차이즈도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올해 초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할리스커피, 엔제리너스, 커피빈 등의 대형 업체들이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저가 커피 브랜드도 가격인상에 합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가 커피 브랜드인 벤티는 지난 10일부터 일부 커피 메뉴를 최대 17% 인상했다. 메가커피도 지난 7일부터 일부 커피 메뉴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카페라떼가 2700원에서 2900원으로, 바닐라라떼가 3200원에서 3400원으로 올랐다. 

이보다 앞서 컴포즈커피, 빽다방, 매머드커피 등 저가 커피 브랜드들도 가격을 올렸다. 컴포즈커피는 지난 5월부터 커피를 포함한 일부 제품 11종에 대해 200~300원씩 인상했으며, 더본코리아의 ‘빽다방’은 지난 4월 음료 22종과 디저트 6종의 가격을 200~500원씩 올렸다. 매머드커피도 지난 2월 카페라테·바닐라라떼 등의 커피 제품 가격을 200~300원씩 인상했다.

문제는 이런 고물가 상황이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비료값과 곡물가격 및 유가가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가뭄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먹거리에 대한 부담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엔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대란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추가적인 물가 인상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GS25에 진열된 리얼프라이스 상품. [사진 = GS25]

 
◆유통업계 "초저가 PB·가격 낮춘 가공식품으로 식탁물가 낮춘다"
물가 오름세가 좀처럼 둔화되지 않자 유통업계도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대형마트는 '물가안정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고물가 대응 전략에 나섰다. 가격 사전 예측과 산지 다변화, 사전 비축 등으로 최대한 가격 인상 폭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롯데마트는 최근 강성현 대표 주도로 ‘물가안정 TF’를 꾸리고 상품별 가격을 예측, 관리하는 ‘프라이싱팀’을 강화했다. 프라이싱팀은 신선·가공식품부터 주방용품까지 카테고리별 매출 상위 30%인 생필품 500여종 가격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직소싱(중간도매 없이 직거래) 비중 확대, 사전 계약·비축 등으로 원자재비 인상에 따른 가격 상승분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 상품본부 중심으로 비상대책회의를 수시로 열고, 광고비 등이 투입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편의점업계도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다. 가맹본부 마진을 줄이고 지역 농가와 직계약을 하는 등 생산 단가를 낮춰 서민물가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편의점 CU는 최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을 위해 가성비를 높인 득템 시리즈의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도시락, 삼각김밥, 컵라면 등을 최대 65%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할인 행사 대상 상품은 인기 도시락과 참치마요, 전주비빔 삼각김밥 등을 비롯해 CU의 초저가 PB 상품인 득템 시리즈 라면, 즉석밥, 구운계란 및 라면 등 총 20종에 달한다. 

GS25는 GS수퍼의 초저가 PB 리얼프라이스 상품까지 도입하며 물가 안정에 팔을 걷어붙였다. 기존 GS25에서 취급하는 상품보다 용량은 2배이면서 가격은 약 20% 저렴한 생활 필수 공산품 6종을 도입했으며, 향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물가 안정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해 GS리테일이 보유한 유통 채널 내외부와 여러 협업을 진행 중”이라며 "GS25가 초저가 리얼프라이스 상품 도입을 통해 소비자와 중소 제조사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물가안정 및 상생 소비 플랫폼으로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