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경제학] 밥상물가 위협·출산율도 더위 먹어…가구 전기요금 부담도↑
2024-08-07 06:00
기온 1도 오르면 농산물 가격 0.4~0.5%p↑
출산율 낮추는 폭염, 전기요금 부담도 우려
출산율 낮추는 폭염, 전기요금 부담도 우려
여기에 더위가 출산율 저하를 이끌 가능성도 큰 만큼 올해 합계출산율 0.6명대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로서는 비상이다. 또 냉방기기 사용 급증에 따른 '냉방비 폭탄'도 부담이다.
폭염에 가축 폐사·채솟값도 '들썩...아기 울음소리 줄어드나
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 8월호'에 따르면 이달 배추 도매가격은 10㎏에 1만6000원으로 1년 전과 19.3%, 평년(2019~2023년) 평균보다는 29.5% 비쌀 것으로 예측된다.
같은 기간 무의 도매가격도 20㎏ 기준 1만9000원으로 평년보다는 4000원가량 높고 9월에도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배추, 무와 같은 채소류는 습도와 기온이 생산량을 좌우한다. 장마철 폭우에 이은 폭염으로 고온다습에 취약한 이들 채소의 생육 부진 현상이 매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지난달 집중호우로 채소 가격은 크게 오른 상황이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2.6%로 4개월 연속 2%대를 유지했지만 농산물은 9.0% 상승했다. 상추(57.2%)와 시금치(62.1%), 배추(27.3%) 등 채소류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축산물과 양식 어류 역시 폭염에 따른 폐사가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 1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총 30만3000마리의 가축이, 양식장에서는 넙치 등 1만30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했다.
폭염이 심화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추석을 앞두고 먹거리 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앞서 한국은행은 폭염으로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농산물 가격이 0.4~0.5%포인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7%포인트 높아진다고 분석한 바 있다.
출산율에도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여름철 무더위는 체력을 떨어뜨리고 활동성을 저하해 직접적으로 임신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실제 영남대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2017년 발표한 '폭염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 최고기온 28~30도 대비 30~32도인 날이 하루 증가할 경우 9개월 후 출산율이 0.19%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출생아 수 23만명을 기준으로 30~32도인 날이 하루가 늘어나면 440여 명의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셈이다.
간접적으로도 폭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와 노동 생산성 악화 등 경제적 손실이 커지면 장기적으로 출산율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 경기 침체기에 발생하는 실직과 가계의 소득 감소와 같은 요인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출산을 미루는 현상이 더욱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 경신...냉방비 부담 ↑
냉방기기 사용에 따른 전력 사용량 증가도 부담이다. 앞으로 열흘가량이 올여름 전력 안정수급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폭염을 일으킨 기압계 배치가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이미 지난 5일 최대 전력은 여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경 국내 최대 전력이 93.8GW에 달했다. 지난 8월 7일 기록한 역대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93.6GW)보다 0.2GW가량 높았다.
이 시간대 공급 가능한 전력 여유분을 의미하는 공급 예비율은 한 자릿수인 9%까지 떨어졌고 공급 예비력은 8.5GW였다.
전력거래소는 8월 5~9일 일일 최대 전력수요가 93~94GW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국은 이 기간 104GW 전후의 공급능력을 확보해 10GW 이상의 예비력을 유지할 계획이지만 전력설비 고장 등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지적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가계의 전기요금 부담도 커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다면 2인 가구의 전기료 부담이 11만7000원에서 13만5000원으로 2만6000원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철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득 증가, 냉방기기 보급 확대, 2016년말 주택용 누진제 완화 등으로 기온이 평년 수준이었다 하더라도 냉방용 전기 사용이 2010년 이후 꾸준히 늘었다"며 "여름철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 수립 시 이 같은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