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고소 고발에 대한 경찰의 편파수사 논란 아직도 진행 중

2022-06-12 19:14
부동산 개발을 미끼로 회사 자금 100억원대 착복 고소 사건
고소인들, '노골적인 편파수사' 주장하며 수개월째 릴레이 시위중

[사진=강대웅 기자]

수사의 공정성은 경찰 존재의 이유이자 신뢰의 근간이다.

수사가 편파적으로 이루어지고 과오로 인정받는다면 그 근간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본연의 업무 수행에 충실한 대다수 경찰관들의 명예도 추락시킨다.

경찰 조직 내에서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도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고소 고발에 대한 경찰의 편파수사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수사과정에서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리고 혐의를 증명해야 하는 일이라 수사의 공정성이 담보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편파수사’를 했다며 수개월 넘게 릴레이 시위를 벌이는 등 고소인들이 반발하고 있는 충남 당진시 순성면 소재 공장개발과 용인시 토지개발 관련 고소 사건도 그중 하나다.

지난 2020년부터 한모씨 등 피해자 6명이 S씨에 대해 횡령·사기·사문서 위조·배임 등의 혐의로 수원서부경찰서에 고발했다.

하지만 편파수사 등 사건이 오래 지속되면서 10여명이 넘는 투자 피해자까지 계속 늘어가고 있다고 고소인들은 호소하고 있다. 고소인들에 따르면 내용은 대략 이렇다.

부동산 개발을 미끼로 회사 자금과 소유 부동산을 팔아 상습적으로 착복해 1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으로 진상과 여죄를 밝혀 달라는 내용이다. 당시 고소인들은 피해자 진상조사 대책위를 구성, 피해가 늘어나고 개인파산 등이 우려된다며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본보 4월 13일자 인터넷판 보도)

그러나 고소인들의 진정에도 수사 진행은 지지부진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소당한 S씨에 대한 수사가 무혐의 불송치로 2건이 결론났고 3건은 아직도 수사 중이라고 한다.

고소인들은 수원지방검찰청에 이 사건에 대한 이의를 신청하고 수원서부경찰서 경제팀의 수사가 편파적으로 이루어졌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고소 사건의 참고인 강압 수사건으로 6명이 진정 고소하여 수원중부경찰서에서 수원서부경찰서 수사관을 참고인 강압수사 사건으로 수사 중에 있다.

아울러 수원서부경찰서의 수사 행태에 대해 고소인들은 수원지방검찰청, 수원서부경찰서, 경기남부경찰청 등을 순회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1인 피켓 시위를 수개월째 이어가고 있고 지난 10일에는 경기남부경찰청 정문에서 집회 시위를 벌였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경찰서에 수차례에 걸쳐 탄원서와 내용증명으로 경찰서장과 수사과장의 면담 신청을 호소했으나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허탈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원서부경찰서 고위 관계자는 "강압수사 또는 편파수사는 전혀없고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했다“고 밝히며 수사 종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자 고소인들의 속은 더 타들어가고 있다. 고소인의 반발과 재수사 요청에도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면 사건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다. 

물론 사건관계인이 경찰 입건 전 조사(내사)·수사 절차 또는 결과의 적정성 등이 현저히 침해됐다고 판단하는 경우 수사심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는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신청 건수는 늘고 있으나 조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소수에 그치고 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접수된 2397건 가운데 조치가 이뤄진 건수는 전체의 6.9%, 165건에 불과하다.

그리고 165건 가운데 보완·재수사 지시는 45건뿐이다. 뿐만 아니라 수사심의 과정에서 중대한 위반사항이 발견된 경우 수사과오가 인정된 경찰관에 대해서 징계도 미약하다.

이런 가운데 형사소송법 등 일부 개정안, 즉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중에는 고소 사건이 경찰에 의해 불송치되었을 때 이의신청을 통해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게 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이 없어지게 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담당 경찰관이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해당 사건을 송치되게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억울한 피해자들은 다시 그 억울함을 호소하고 정정을 요구할 수 없게 됐다. 단지 경찰 수사관들의 처분만 바랄 뿐이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래서 안된다.  

앞선 사례의 고소인들은 억울함을 호소해도 애석하게도 구제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도 처한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의 직무상 범죄를 고소하고 싶을 때 검찰에 직접 고소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개정법에 따르면 불가능해 호소 창구 또한 막혀버리게 된다. 지난 10일 제39대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이 취임했다.

박 청장은 경찰 직원들에게 취임사에서 원칙을 지키고 불법에 엄정한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주문했다. 또한 박 청장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역량 △적법절차 준수를 주문했고 △공정과 상식에 입각한 일관된 법 집행을 해줄 것을 지시했다.

과연 청장의 주문대로 이루어지고 그동안의 일부 경찰들의 행태가 바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래저래 피해자인 충남 당진시 순성면 소재 공장개발과 용인시 토지개발 관련 고소인들의 속만 타들어 가는 형국이다. 안타깝다. 고소인들의 주장대로 만약 경찰의 일방적인 편파 수사가 계속된다면 더 많은 피해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견된다.

지난번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언급한 검수완박의 보완책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권 언급은 법무부가 적극 검토하여야 될 것이고 국회법사위원회에서도 보완책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경찰 수사는 공정성이 신뢰 확보의 관건이다.

그러나 편파 수사 등 잘못된 수사로 만약 가해자에 의해 피해자가 법에 의해 구제를 받지 못한다면 과연 법의 정의가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