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전통시장] 시장 활성화 한다더니...예산은 쥐꼬리·관리는 중구난방
2022-06-12 14:11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 공감해도 관련 예산은 태부족
전통시장 전담부서 없어...지원 부서 제각각ㆍ정책 실효성↓
전통시장 전담부서 없어...지원 부서 제각각ㆍ정책 실효성↓
디지털 전환 속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전통시장 정책 전담부서를 신설, 중구난방인 집행 부서를 일원화하고 적합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 필요성 크지만…'쥐꼬리 예산'에 발목
중기중앙회와 중기부 등이 최근 실시한 전통시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전통시장의 25%를 웃도는 350여곳이 온라인에 개별 점포를 만들고도 정작 판로까지 개척한 곳은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20년부터 소상공인 디지털 역량 제고를 위해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과 소상공인 O2O 플랫폼 진출 지원사업 등을 새롭게 진행해 올해까지 이어오고 있다.
특히 중기부는 디지털 전통시장 지원 사업을 진행하며 △전통시장 온라인 입점지원 △육성전략 구축 △인프라 지원 등 종합지원에 나설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신규 진행되는 디지털 전통시장 지원 사업은 총 22곳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관련 예산은 34억원에 불과했다. 전국 전통시장이 1401곳인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지원 규모다.
그나마 예산 규모가 큰 지원 사업들도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책에 그쳐 지원 효과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전통시장은 일반적인 소상공인의 사업 운영 형태나 스마트기술 이해도 등 여러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임에도 소상공인이라는 한 범주로 포함돼 지원되다 보니 정책에 대한 현장 이해도와 만족도가 낮다.
소진공 관계자는 “전통시장만을 전담하는 부서는 없다”면서도 “소상공인·전통시장 디지털 전환은 올해 공단의 중점 추진과제로, 디지털 전통시장 지원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규모 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 “전통시장 다룰 컨트롤타워가 없다”…전담부서 제각각에 실효성↓
하지만 현장에선 정책 집행 부서를 통합할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일된 전통시장 지원책 및 부서가 없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특히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은 정책과 현장 괴리감이 가장 큰 정책으로 꼽힌다.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은 소비·유통환경의 비대면·디지털화에 대응하기 위해 소상공인 상점에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스마트기술 또는 스마트오더) 보급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초기술 지원책이 담겨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임에도 비전통시장인 상점가 및 골목상권까지 지원 범주에 포함돼 전통시장들의 참여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올해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은 단순 설비 및 장비 도입 지원에 포함되는 스마트오더 기술 등을 기초 기술로 분류, 상인들의 단독 지원 신청을 막아 놓은 상태다.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한 중점 지원 기술과 복합 도입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지원 가능하다.
스마트오더 기술 지원은 모바일 예약·주문·결제 시스템 등 비대면 주문·결제가 가능한 서비스 도입을 지원하는 것으로 크게 QR 및 앱·웹 기반 서비스로 나뉜다. 예컨대 전통시장 상점의 경우 대부분 매장 면적도 작고, 스마트 기술에 대한 상인들의 이해도가 낮아 키오스크나 스마트미러 등의 고급 기술보단 모바일을 통해 매장 정보를 파악하고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는 스마트오더 기술 등이 시장 디지털 전환에 더 효과적이다.
수도권을 벗어날수록 상황은 더 심각했다. 지난 2년간 강원, 충북, 울산, 전북, 전남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지역별 전통시장·상점가 분포도에 비해 사업 지원 상가 수가 0곳이거나 많아야 10곳인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 관계자는 “스마트오더 기술의 경우 단순 기초 기술로 이미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 등에서도 무료로 관련 사업 기술을 지원해 주는 경우가 많아 올해는 다양한 스마트 기술들과 함께 활용될 수 있도록 분류한 것”이라면서 “스마트오더 단독 활용만 불가할 뿐 다른 기초 스마트 기술과 함께 신청하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통시장 상인들에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스마트상점 기술 보급 사업에 선정돼도 관련 비용의 30%는 자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통시장 상인 대부분이 50~60대 고령층인 탓에 디지털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기술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정책 활성화의 걸림돌 중 하나다.
곽의택 한국소상공인교육진흥원 이사장은 “정부가 전통시장을 소상공인이라는 큰 범주 안에 묶어 지원책을 펼칠 경우 관련 정책 실효성은 계속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스마트 상가 지원 대상을 상점가와 전통시장으로 분류해 모집하고 전통시장은 전통시장에 맞는 디지털 전환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