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사태 후폭풍] 5대 거래소 제각각 코인 상장·폐지 통일안 나오나

2022-06-11 11:00
13일 당정 2차 간담회... 거래소 자율규제안 발표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거래지원 안내문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5대 가상화폐거래소가 가상화폐의 거래지원(상장)과 종료(상장폐지) 절차를 통일시킬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USD(UST)와 루나가 폭락해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은 것과 관련해 거래소마다 대응 방식이 달라 시장에 혼선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업계는 자율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해왔다. 다만 거래소별로 사업 전략이 달라 코인 상장·폐지 기준을 완전히 통일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2의 테라 사태를 막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투자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13일 당정 2차 간담회... 5대 거래소 자율규제안 첫 발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를 주제로 간담회를 연다. 이는 지난달 24일,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 가상자산 시장 내 투자자 보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정 간담회의 후속 모임이다. 1차 간담회에 이어 이번에도 가상자산 거래소 5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대표들이 참석한다. 이들은 ‘공정성 회복을 위한 거래소 운영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자율규제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거래소별로 다른 코인 상장·폐지 절차가 통일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코인 상장 시 위험성 요인을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고, 상장된 코인도 주기적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코인을 모니터링해 투자자에 안내하는 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상장된 코인에 대한 백서, 평가보고서 같은 정보가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방안도 담긴다. 코인 상장폐지 시 ‘코인런(뱅크런같이 가상화폐를 기존 화폐로 바꾸려는 행동)’을 막을 위기 대응 방안도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가상자산거래소들도 지난 9일 테라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공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1차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거래소들의 코인 상장·폐지 기준을 완전히 동일하게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략적인 코인 상장이 어려워 시장지배력이 높거나 코인 가격이 낮은 거래소로 이용자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코인 상장·폐지와 관련해) 엄격한 기준을 정해놓으면 차별성이 떨어져 여러 거래소가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지난 5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 당정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거래소 상장·폐지 절차 제각각에 시장 혼선
거래소들이 자율규제안을 내놓은 이유는 테라·루나 사태 이후 거래소 책임론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앞서 테라 사태가 수습되는 과정에서 거래소들의 대응이 제각각이어서 투자자 피해와 시장 혼란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거래소마다 가상화폐 유의종목 지정, 거래지원 종료(코인 상장폐지) 시기가 달랐다. 고팍스가 지난달 16일 가장 먼저 루나의 거래를 중단했고, 같은 달 20일엔 업비트가, 27일엔 빗썸이 거래를 중단했다. 코인원과 코빗은 각각 이달 1일과 3일에 거래를 중단했다. 이에 가상자산 거래지원, 종료에 대한 절차와 운영 방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도 자율규제 도입에 영향을 미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칭)’이 제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거래소에 자율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법상 가상자산과 관련한 관리·감독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규율하고 있는데, 가상자산업체의 자금세탁 방지에만 국한돼 투자자 보호 이슈에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투자자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핵심과제”라며 “투자자 없는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 루나·테라 사태로 한 차례 큰 폭풍을 맞았던 투자자들이 수요 기반마저 포기한다면 수년에 걸쳐 자생적 시장생태계를 만들어온 이들은 더 이상의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금융위가 ‘가상자산사업자 현황 및 감독’을 주제로 보고하고, 금감원은 다른 국가의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대책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역대 첫 검사 출신 금감원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복현 원장도 간담회에 참석한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美, 스테이블코인 관리·감독 강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제2의 테라 사태를 막기 위해 스테이블코인(특정 자산에 가치가 연동된 가상화폐)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 뉴욕주 금융서비스부(DFS)는 지난 8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가상자산업체가 지급준비금을 쌓고 매월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규정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가상자산업체는 쌓아 놓은 지급준비금을 투자자들에게 교환해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급준비금은 업체의 보유자산과 구분돼야 한다. 뉴욕주는 이번 규정 도입으로 스테이블코인 거래와 지급준비금에 대한 불투명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같은 실물자산과 가치가 연동돼 일반 가상화폐보다 가격 안정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 몇 년간 시장 규모가 급성장했다. 2020년 6월 110억 달러(약 13조9000억원)에 달하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올해 1600억 달러(약 202조3000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테라와 루나가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테라는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실물자산과 연동된 코인이 아니라 루나와의 교환(차익 거래)을 통해 가격이 유지되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주요국의 긴축 통화정책으로 경기침체가 우려되자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고, 두 코인 모두 가격이 급락했다.
 
이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1위 테더도 타격을 입었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이후 테더 시가총액은 100억 달러(약 12조6000억원)가량 증발했다. 테더 가격이 기준 가격인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대량 매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테더 또한 발행사가 지급준비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바이낸스를 이끄는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는 테더에 대해 ‘고위험 스테이블코인’이라고 지적했다.
 
가상화폐거래소 코빗의 리서치센터는 최근 '테라 사태 이후 스테이블코인 안정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모든 스테이블코인의 관건은 각각의 페깅(코인당 1달러에 고정) 유지 원리가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안정성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발전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