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팩IPO,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2022-06-10 11:39

[사진=픽사베이]

스팩 상장(IPO)은 현재 구조상 증권사가 크게 유리하다. 이유는 투자 전에 증권사가 전환가격이 낮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놓기 때문이다. 이는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을 야기할 수 있기에 금융당국에서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오는 28일과 29일 청약이 예정된 IBK스팩18호를 보자. 공모 방식으로 80억원의 자금을 모집하는데 이미 19억7000만원의 CB를 발행해놨다. 전환가격은 1000원으로 IPO 시 주당 모집가격인 2000원의 절반이다. 향후 CB 전환 시 보통주식은 희석이 된다. 청약에 참가한 투자자들은 많게는 18%, 적게는 13%씩 주식이 희석된 상태로 투자하게 된다.

이는 향후 피합병을 당할 때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초반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향후 스팩기업의 가치가 몇십 배가 뛴다면 기다릴 만하다. 스팩기업은 특별히 진행하는 사업이 없다 보니 향후 어떤 회사를 합병하느냐가 중요하다. 스팩기업은 자기를 인수해 줄 기업들에 상장사라는 메리트만 제공할 뿐이다. 

합병기업을 찾으면 합병비율을 산정하는데 이때 주당 가치를 어느 정도 산정하느냐가 쟁점이 된다. 합병기업의 기업가치가 높다면 자연스레 스팩주주들이 받아갈 몫은 줄어든다. 

심지어 한 주당 가격이 2000원을 밑돌 수도 있다. 이때 증권사는 이득을 보고 개인들은 손해를 보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만약 피합병기업의 1주당 가치가 1500원이라 해보자. 주당 가격이 1500원이면 증권사는 이득이고 소액투자자는 손해를 본다. 합병기업의 향후 성장 가능성은 나중에 고려할 문제다. 

그런데 이 같은 딜이 나타날 만한 상황은 충분히 조성된 상태다. 합병비율을 책정하는 방법에 현금흐름할인법(DCF)이 사용된다. 기업의 미래 실적을 추정하는 데 가중평균차입이자율(WACC), 시장규모 추정 등으로 주관적인 뷰를 얼마든지 반영시킬 수 있다. 회계법인이 DCF를 수행하긴 하지만, 추정을 위한 자료는 회사에서 대부분 제공한다. 

스팩의 합병기업 모집은 증권사의 성과다. 또 스팩기업은 공급이 많아 증권사는 을(乙)의 위치에 있다. 그렇기에 합병 비율을 스팩기업에 마냥 유리하게 산정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또 합병 과정에서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이 생기기에 소액주주들의 손해를 무릅쓸 수도 있다. 지난 8일 상장한 모비데이즈와 하나금융17호스팩과의 합병 과정에서 하나금융투자는 인수수수료와 합병 자문수수료를 수령했다. 다른 스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울러 이번에 거래를 맺으며 증권사는 향후 기업어음(CP) 주선, 인수합병(M&A) 주선 등으로 우회적으로 손실을 만회할 수 도 있다. 

그렇다 보니 전체 IPO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지만 스팩IPO는 꾸준하다. 증권사가 구조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과 5월 상장을 통해 증시에 새로 진입한 기업은 11곳이다. 이 중 스팩기업은 절반이 넘는 6곳이다. 6월 상장 예정인 9곳 중에도 3곳이 스팩이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SK쉴더스처럼 상장 철회 기업이 생긴다면 6월 역시 스팩기업의 상장 비율은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스팩 IPO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공식경기를 진행할 순 없다. 스팩 상장은 구조적으로 소액주주의 이익을 증권사, 대주주로 전이시키기에 용이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확립하겠다고 공언했다. 스팩 IPO의 구조적인 불평등 역시 고려해 시장의 기능을 제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