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의 16년 바둑 사랑

2022-06-09 11:00
KB금융그룹
16년 쉼 없이
바둑 리그 후원
뿌리 깊은 나무처럼
매년 수십억원 선뜻

KB금융그룹(회장 윤종규)의 KB국민은행(은행장 이재근)이 바둑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이다. 2003년 드림 리그로 시작해 2004년과 2005년 주최사(농협, NHN 등)가 바뀌며 정처 없이 떠돌던 기사들을 아름드리나무 밑에 쉬게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10 한국바둑리그 공개 해설. [사진=한국기원]

◆2006년부터 한국바둑리그 주최

나무의 이름은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이하 한국바둑리그)다. 처음 품에 안은 팀은 총 8개(신성건설, 한게임, 제일화재, 파크랜드, 월드메르디앙, 매일유업, Kixx, 영남일보)다. 각 팀의 선수는 5명. 첫 해 우승팀은 Kixx다. 정규 리그 7승 5무 2패, 포스트 시즌에서 한게임을 상대로 2전 전승으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1년 뒤 2007년 한국바둑리그에는 변화가 생겼다. 팀 인원이 5명에서 6명으로 늘어났다. 늘어난 인원과 함께 선택의 폭도 늘었다. 감독들도 지략 싸움을 펼쳤다. 최규병 영남일보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다. 11승 3패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 리그 1위에 올랐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제일화재해상보험에게 1패 만을 내주고 모두 승리했다.

영남일보는 2007년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한국바둑리그를 휩쓸었다. 최규병 감독이 3연패에 성공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2010년은 영남일보가 힘을 쓰지 못했다. 정규 리그를 16전 4승 12패 최하위(9위)로 마쳤다. 포스트 시즌이 시작됐다. 신안 천일염의 기세가 대단했다. 하이트 진로, 충북 앤드 건국우유를 누르고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챔피언 결정전은 사상 처음 국립중앙박물관 특설 대국장에서 진행됐다. 해설도 공개 해설이다. 신안 천일염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011년은 9개가 아닌 8개 팀 체제로 진행됐다. 처음으로 여성 기사가 출전하지 못했다. 포스코 LED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2012년은 드림 리그를 포함해 출범 1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번에는 10개 구단이다. 처음으로 2군 리그가 도입됐다. 한게임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해가 다르게 한국바둑리그는 KB국민은행과 함께 커나갔다.


◆뿌리 깊어진 아름드리나무,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시작

2013년부터는 정식 명칭이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이하 KB바둑리그)로 바뀌었다. 한국 바둑 역사상 최초로 장생 대국(무승부 상황)이 나왔다.

2014년부터는 드래프트 제도가 도입됐다. 한국기원 소속 기사 전원을 대상으로 했다. 인원도 1군 5명, 2군 3명 등 총 8명이다. 보호 선수 제도도 수정됐다. 2군 리그의 이름은 KB국민은행 락스타리그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KB국민은행 퓨처스 바둑리그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티브로드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정규 리그 1위에 이어 포스트 시즌도 우승도 확정했다. 2016년은 정규 리그 3위에 머물렀지만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챔피언 결정전을 거치며 우승컵을 따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연패를 달성한 영남일보에 이어 두 번째 3연패로 기록됐다.

2017년은 처음으로 5강 체제 포스트 시즌(와일드카드 도입)을 진행했다. 우승은 정관장 황진단이다. 신성건설 이후 12년 만에 대전 연고 팀이 우승했다.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선보였다.

유튜브 생중계가 도입된 2018년은 포스코켐텍이 우승했다.


◆ 또 한 번의 변화 시즌제 도입

2019년 KB바둑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가을에 시작해 겨울에 끝나는 일정으로 바꿨다. 이름 하여 2019~2020시즌. 일정 변경과 함께 2시간 장고 판이 신설됐다.

이번에도 포항 포스코 케미칼이 통합 우승을 거뒀다. 정규 리그와 포스트 시즌을 휩쓸었다. 2020~2021시즌은 리그의 엠블럼이 교체됐다. 왕좌에 앉은 셀트리온을 한국물가정보가 끌어내렸다.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준우승을 거둔 셀트리온 기사단과 아주뉴스코퍼레이션 곽영길 회장(왼쪽 4번째). [사진=한국기원]

◆새로운 챔피언 수려한 합천 등장]···신진서 연승 행진

그리고 바로 직전(2021~2022) 시즌. 유후(YOUWHO)가 합류해 9개 팀(수려한 합천, 셀트리온, 포스코 케미칼, 컴투스 타이젬, Kixx, 바둑메카 의정부, 정관장천녹, 한국물가정보 등) 체제로 시즌이 시작됐다. 

18개 라운드 72경기로 정규 리그 순위가 가려졌다. 수려한 합천이 1위, 포스코 케미칼 2위, 컴투스 타이젬 3위, Kixx 4위, 바둑메카 의정부 5위, 셀트리온 6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방식은 미국 프로농구(NBA)의 플레이-인 토너먼트 방식이다. 

플레이-인 토너먼트에서 셀트리온이 바둑메카 의정부를 상대로 3대2 승리를 거뒀다. 신진서는 파죽지세로 연승을 기록했다. Kixx를 상대로 2전 전승을 거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컴투스 타이젬에는 첫 경기에서 2대3 패배를 당했다. 도전은 여기까지인가 싶었다. 그러나, 주장 신진서가 팀을 이끌었다. 승리에 이은 승리. 3전 2승 1패로 판세를 뒤집으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상대는 명가 포스코 케미칼. 선봉에 선 신진서가 팀을 이끌었다. 3대1, 3대2. 챔피언 결정전에 도착했다. 바닥에서 시작해 꼭대기에 오른 것이다. 올라오는 신진서를 박정환이 바라봤다.

신진서는 우승 행진을 이었지만, 팀원들이 패배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결국 셀트리온은 4전 1승 3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수려한 합천이 창단 3년 만에 정상에 섰다.


◆이번 시즌도 명승부, 기대되는 다음 시즌

6월 8일 오후 2시경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2층에서는 2021~2022시즌 KB바둑리그 시상식이 열렸다.

한상열 한국기원 부총재, 곽영길 아주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등이 참석했다.

퓨처스 리그 시상부터 시작했다. 12승 4패를 기록한 이원도, 이현호, 위태웅이 다승상을 받았다.

퓨처스 리그 준우승은 셀트리온, 우승은 수려한 합천이다. 셀트리온의 이원도는 "팀원들에게 바둑을 배우면서 수련했다. 팀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했고, 수려한 합천의 현유빈은 "우승해서 기쁘다. 몇 년 만에 우승하게 됐다"고 했다.

KB바둑리그 다승상(16전 전승)과 MVP(55.79% 획득)는 KB바둑리그 시즌 27연승, 총 29연승 중인 신진서의 몫이 됐다. 우승팀이 아닌 팀에서 나온 첫 MVP다.

이에 대해 신진서는 "한 번은 받지 못했다. 다시 받아서 영광이다. 포스트 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기분이 좋다"며 "김지석, 김승재 사범과의 대국이 기억난다. 포기하려 했던 것을 역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진서는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신다. 이제는 즐기시길 바란다.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노력하겠다"며 "MVP를 기대는 하고 있었다. 영광이다. 좋은 일이 많다. 세계 기전과 다음 시즌 KB바둑리그에서도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준우승팀과 우승팀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다. 

준우승팀 셀트리온 백대현 감독은 "6위로 시작해 고비가 많았다. 정신력으로 올라왔다. 기사들에게 감사하다"고 했고, 우승팀 수려한 합천 고근태 감독은 "시작할 때는 우승 생각이 없었다. 기사들에게 고맙다. KB바둑리그 다음 시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수려한 합천 주장 박정환은 "개인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쳤다. 팀 호흡이 좋았다. 잘했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따라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우승팀 수려한 합천. [사진=한국기원]

◆"고마워요. KB국민은행"

이날 시상식에 선 선수들은 모두 주최사인 KB국민은행에 감사함을 표했다.

"주최사인 KB국민은행에 감사합니다. 다음 시즌에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뿌리가 깊어진 한국 바둑의 아름드리나무에 전한 메시지다.

지난 16년간 한국바둑리그는 KB국민은행과 함께 멈추지 않았다. 끝을 모르게 변화를 추구했다. 출전팀과 방식 등을 거침없이 바꿨다. 1군에 이어 2군을 정착시켰다. 거친 풍파에도 아름드리나무는 꿋꿋이 버텼다. 한국 바둑 기사들을 위해서다.

시상식 전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KB바둑리그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 KB바둑리그 발전위원회를 발족했다. 리그를 더욱 재밌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종진 프로기사협회장이 말을 이었다. 

"KB바둑리그를 정말 재밌게 만들 수 있도록 기사들 모두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꽃다발을 종이봉투에 넣고 계단을 내려가는 한 기사에게 KB바둑리그를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

"다른 주최사가 붙으면 어색할 것 같아요. 고유명사라 해야 할까요. 연구생 이전부터 KB바둑리그를 보며 자랐어요. 출전이 꿈이었고요. 이제는 제가 이 리그에서 상을 받았네요. 또 다른 아이들이 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