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형ETF 허와 실] 이름 때문에 끌린다고? 뚜껑 열어보니 절반이 마이너스

2022-06-09 07:00
올해 38종 신규 상장 가운데 테마형ETF가 33종
해외반도체·2차전지·수소·수자원 등 분야도 다양
문제는 33종 가운데 18개 종목 마이너스 기록 중
전문가 "시장 관심 과도… 고평가 위험 주의해야"

[자료=게티이미지뱅크]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며 올해 새롭게 출시한 ETF 중 약 90%가 테마형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차전지, 수소, 수자원 등 이색 상품을 대상으로 한 테마형 ETF의 수익률은 기존 일반형 ETF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TF 시장의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차별화된 테마로 자산을 구성한 ETF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막상 올해 신규 출시된 테마형 ETF 가운데 절반 이상은 기준가 대비 손실을 기록 중이라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 반도체·2차전지·수소까지 테마형 ETF 일색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신규상장한 ETF는 총 38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규상장 ETF 수가 26개였음을 감안하면 상장한 ETF 수가 1.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월별로는 5월에 신규 상장한 ETF가 14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1월 6개, 2월 7개, 3월 5개, 4월 6개 등이 국내증시에 새로 합류했다. 

ETF 신규상장 증가는 테마형 ETF가 견인했다. 1월부터 5월까지 신규상장한 38개 ETF 중 33개가 테마형이었기 때문이다. 신규상장 ETF의 86.84%가 테마형이었던 셈이다. 테마형 ETF는 특정 주제(테마·theme)나 트렌드(trend)와 연관된 자산으로 지수를 구성해 추종하는 상품이다. 

신규상장 ETF가 투자하는 테마도 각양각색이다. 먼저 해외 반도체 테마를 추종하는 상품은 2종이 출시됐다. 지난 4월 상장된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와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다. 추종지수는 S&P글로벌 반도체 한국경향지수(S&P Global Semiconductor Korea Tilted Index)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다.

반도체 외에도 2차전지와 수소 등 근래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테마를 추종하는 ETF도 다수 선보였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색 테마들의 상장도 잇따랐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ETF 관련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KOSEF 미국ETF산업STOXX'를 출시했고 삼성자산운용도 'KODEX 미국ETF산업Top10 Indxx'를 선보였다. 한화자산운용은 대체투자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ARIRANG 미국대체투자Top10MV'를 공개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수자원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글로벌워터MSCI(합성)'를, KB자산운용은 창업투자회사에 투자하는 'KBSTAR Fn창업투자회사를 출시했다.

이밖에도 리츠, IT소비재, 헬스케어, 국고채, 금리, MZ소비재 등 이색 테마에 투자하는 ETF 출시가 잇따르는 모양새다.
 

1~5월 신규상장 테마형 ETF 기준가 및 6월 8일 종가 현황 [출처=한국거래소]


◆ 테마형 ETF, 쏟아지지만 수익률은 '글쎄'

문제는 테마형 ETF 출시가 성행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수익률이 시원찮은 상황이다. 새로 출시된 테마형 ETF 중 절반 이상이 기준가를 하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상장 테마형 ETF 33개 중 18개 종목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ETF별로 살펴보면 연초에 일제히 출시된 과창판 테마 ETF 4종의 낙폭이 가장 크다. 8일 종가 기준 이들 ETF의 기준가 대비 낙폭은 △SOL 차이나육성산업액티브(합성) -18.50% △KINDEX 중국과창판STAR50 -17.68% △TIGER 차이나과창판STAR50(합성) -16.75% △KODEX 차이나과창판STAR50(합성) -15.70% 등이다.

이어 VITA MZ소비액티브(-14.16%)와 WOORI AI ESG액티브(-12.64%), KOSEF 미국ETF산업STOXX(-8.29%) 등이 기준가 대비 하락률 상위권을 기록했다. ARIRANG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기업MV(-7.53%)와 HANARO 미국메타버스iSelect(-7.4%), KINDEX G2전기차&자율주행액티브(-5.75%) 등도 기준가를 5% 이상 하회하는 중이다.

반면 종합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들은 대부분 수익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덜한 상황이다. 5월 신규상장 ETF들의 기준가 대비 변동률은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 2.25% △TIMEFOLIO 미국S&P500액티브 2.15% △ARIRANG 미국S&P500 0.96% △TIGER 미국S&P500배당귀족 0% 등이다.

◆ 유행 쫓는 테마형 ETF, 전문가 "신중한 접근을"

테마형 ETF의 수익률 저조 문제는 학계에서도 우려를 사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3월 발간한 '테마형 ETF의 성장과 위험요인'에서 "상장 당시 테마형 ETF에 편입된 종목은 시장의 관심을 과도하게 받아 결과적으로 고평가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도별 신규 출시된 주가지수 ETF 중 테마형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이 56%(18개), 2021년이 77%(41개)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코로나19 이전 테마형 ETF의 운용자산(AUM) 및 거래대금 규모는 주식형 ETF 내에서 2%에 불과했지만 2021년 말 기준으로는 비중이 약 25%로 급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테마형 ETF의 증가는 자산운용사 간 경쟁 심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 미리 시장을 선점한 상품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운용사들이 이색 테마형 ETF 등으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다만 테마형 ETF는 상장 이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시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장 이후 최소 250 거래일 이상의 수익률 자료가 존재하고 비교 가능한 국내 주식형 실물 ETF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테마형 ETF는 상장 이후 250거래일(약 1년) 동안 평균 누적초과수익률이 -5.7%로 주식시장 수익률을 하회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