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우주'에서 '지역'이 무슨 소용...연계와 협력 이뤄야

2022-06-07 08:00
항공우주청 설치 위치 두고 '산업' 경남-'연구시설' 대전 갈등
미국 NASA 본부는 수도에 위치...전국 산하 시설 총괄
위치보다는 지역 특성과 인프라 살려, 국가적 연계 필요

경기도 여주에 구축된 국내 최대 규모의 심우주 안테나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은 3분기 대형 '우주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오는 6월 15일에는 누리호 2차 발사가 전남 고흥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되며, 8월 3일에는 우리 기술로 제작한 달 탐사선 '다누리'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사된다.

이처럼 우주시대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해당하는 항공우주청 설치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앞서 올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은 우주강국 도약과 대한민국 우주시대 개막을 위해 항공우주청을 경남 사천에 신설하고, 우주선진국 도약을 이룬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항공우주청 설치는 학계 전문가 모두 반기는 정책이다. 공간정보(위성사진 등)와 항공교통정책이 국토교통부 소관이기에 항공우주와 일부 연관은 있지만, 우주 분야를 직접 다루는 부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거대공공정책연구과와 우주기술과가 전부다. 때문에 항공우주청을 통한 민관 협력과 예산 활용 효율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입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잡음이 많다. 우주기술 중심지로 꼽힌 대전을 중심으로 항공과 우주를 나눠 대전에 '우주청'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경남 사천 역시 합리적인 위치 조건이다. 경남연구원에 따르면 경남은 국내에서 우주산업 기업 수가 전국 18.1%를 차지해 두 번째로 많고, 종사자 수는 54.1%, 매출액은 23.4%를 차지하는 등 전국에서 가장 크다.

이와 달리 대전의 경우 주요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해 전자통신연구원이나 지질자원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이 KAIST 인근에 있는 등 연구개발을 위한 인프라 제반이 클러스터 형태로 구축돼 있다.

한편 전남 고흥의 경우 세계에서 13번째로 지어진 우주센터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하고 있다. 발사장을 비롯해 추진기관 시험시설, 조립시험시설, 발사관제 시설 등 발사체를 위한 주요 시설을 갖춘 항우연의 시설이다. 특히 로켓 발사는 위도가 낮을수록 지구 자전을 통한 추진력 확보가 유리하기 때문에 발사장으로서는 국내 최적의 조건이다.

그렇다면 우주 선진국인 미국은 NASA를 어디에 설치했을까? NASA는 구소련과의 경쟁을 위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본부는 수도인 워싱턴 DC에 있으며 전국에 다양한 산하 기관과 시설이 있다.

발사장으로 쓰이는 케네디 우주센터와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는 워싱턴 DC와 직선거리로 약 1200㎞ 떨어진 플로리다주에 있다. 우주 교신을 위한 골드스톤 심우주 통신 단지는 수도의 반대쪽 끝인 캘리포니아주에 있다. 영화에서 우주비행사가 지상 관제센터를 호출할 때 외치는 '휴스턴'은 텍사스주에 있는 존슨 우주센터다.

이처럼 NASA 주요 시설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직속의 연방정부 독립기관으로서 대륙 전역에 흩어진 우주 관련 시설과 기관을 관장하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항공우주청 설치 위치가 아니라 협력과 연계다. 국내 주요 우주 관련 기관은 항공우주청이 설치되면 산하기관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정치적 논리에 휩쓸린 기관 위치 이전이나 조직개편 등 불필요한 논쟁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항공우주청은 이미 잘 구축된 클러스터를 상호 연계해 활용하고,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막아 효과적인 예산을 운영하는 등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앞서 윤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미국 백악관 서쪽 별관인 '웨스트 윙'을 참고했다. 용산 집무실 역시 집무실, 비서실, 회의실, 출입기자실 등을 청사 안 가까운 곳에 배치해 원활한 소통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협치'의 노력이 대규모 장기 정책인 우주개발에서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