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첫 달 탐사선 '다누리'준비 끝... 8월 'Moon' 연다

2022-06-06 13:58
7월 한국 출발해 미국 도착...8월 스페이스X가 발사
중력 타고 유영해 12월 달 궤도 진입 후 1년간 임무
24시간 통신 위해 NASA와 국제 심우주 네트워크 구축
모든 과정이 새로운 도전...심우주 탐사로 도약 기대

오는 8월 발사를 앞둔 다누리를 발사장으로 이송하기 전 최종 점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대한민국 최초 달 궤도선 다누리(KPLO)가 오는 8월 달로 향한다.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러시아,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인도에 이어 7번째로 탐사선을 달에 보낸 국가가 된다.

다누리는 발사장 운송을 위해 최종 점검을 마치고 7월 5일 새벽 항우연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간다. 운송을 위한 컨테이너를 사전에 제작했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안토노프사의 초대형 수송기가 파괴되면서 더 작은 비행기에 맞춰 컨테이너도 새로 제작했다.

같은 날 오후 플로리다에 도착할 예정인 다누리는 8월 3일에는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우주로 향하며, 약 4개월간 궤도비행을 거쳐 달에 도착한다. 도착 이후에는 1년에 걸쳐 달 표면 사진을 촬영하고, 전자기장, 달 표면 원소 성분 분석 등 데이터를 얻는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현재 다누리는 모든 개발을 마무리하고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6만명 이상이 참여해 '달을 누려라(다누리)'는 의미 있는 이름도 가졌다. 2007년 11월 우리나라가 우주개발 세부실천 로드맵에 달 탐사를 넣은 지 15년 만에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달에 가는 방식은 달 궤도 전이(BLT 혹은 WSB)를 사용한다. 지구를 벗어나 태양 등 다른 천체의 중력장을 이용해 최소 연료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발사 후 달에 가기까지 약 4.5개월이 걸리지만 연료 소모가 아주 적기 때문에 달에 도착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간도 길어진다.

지구에서 약 38만㎞ 떨어진 달을 향해 직접 탐사선을 발사하면 2~3일 만에 도착할 수 있지만 이는 연료 소모가 많다. 강한 추진력으로 발사된 만큼 달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 발사체 속도를 줄이는 역추진에도 많은 연료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BLT 방식은 165만㎞라는 먼 거리를 중력에 이끌려 유영하듯 달 중력장에 진입한다. 정해진 시점에 최소 2번에서 최대 9번까지 궤도 수정을 위해 엔진을 점화할 계획이다. 달에 도착한 이후에는 달 궤도를 5바퀴 돌면서 목표한 궤도(100×100㎞, 지름 100㎞인 원형) 진입을 위해 다시 엔진을 점화한다.

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 단장은 "BLT는 연료 소모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165만㎞라는 먼 거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달로 직접 발사하면 38만㎞(달까지 거리)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6개 탑재체로 1년간 임무···사진, 감마선, 자기장 등 다양한 정보 수집
 

다누리가 갖춘 6개의 탑재체[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누리에는 탑재체가 총 6개 실린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영구음영지역 카메라(일명 섀도 캠)이다. 섀도 캠은 달에서 태양이 닿지 않는 극지방이나 분화구(크레이터)를 촬영하는 고감도 카메라로, 일반 카메라의 200배에 달하는 감도가 특징이다. 이 카메라를 이용해 빛이 닿지 않는 지역에 얼음이 있는지 탐사할 계획이다.

항우연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루티·LUTI)는 달 궤도선 이후 추진될 달 착륙 임무를 위한 후보지를 탐색한다. 픽셀당 2.5m를 담을 수 있으며, 무게는 약 12㎏이다. 항우연에 따르면 이 무게로 고해상도 카메라를 제작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온도가 급격히 변하고, 광원(태양) 세기가 더 강한 우주 환경 특성상 이번 카메라가 작동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광시야 편광 카메라(폴캠·PolCam)는 달 표면 입자와 우주방사선 영향 분석을 위해 편광영상을 촬영한다. 달 표면은 지상에서도 촬영할 수 있지만 해상력에 한계가 있다. 폴캠은 달 가까운 곳에서 세부적인 묘사가 뛰어난 표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경희대에서 개발한 자기장측정기(KMAG)는 달 생성 원인을 연구하기 위해 달 주변 자기장을 측정한다. 특히 달뿐만 아니라 우주공간의 자기장도 어떤 형태로 분포돼 있는지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개발한 감마선 분광기(KGRS)는 달 표면의 광물자원 탐사를 위한 감마선 분광측정을 수행한다. 화학적 성분을 파악하면 암석의 풍화, 기원, 보유한 자원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우주인터넷탑재체(DTNPL)는 우주인터넷을 시험해 향후 있을 심우주 탐사에 대비한다. 지구 밖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국내 최초의 통신 테스트로,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우주 곳곳에 있는 장비가 지구 기지국과 통신할 수 있는 시대도 열릴 전망이다.
 
여주에 직경 35m 안테나 구축···NASA와 심우주 통신 네트워크 구현
 

다누리와 교신하기 위해 경기도 여주에 구축된 심우주 안테나.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탐사에는 궤도선뿐만 아니라 지상시스템의 중요성이 크다. 궤도선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제어하는 것은 물론 탑재체가 보내온 각종 데이터를 지구에서 받아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우연은 이를 위해 경기도 여주에 심우주 지상안테나와 다누리 임무운영센터를 구축했다. 항우연에 따르면 임무운영센터는 다누리 관제와 운영을 총괄 통제하는 곳으로, 올해 5월까지 60여명이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216시간에 걸친 리허설을 실시하며 임무 수행을 준비해왔다.

지상시스템 구축에는 사업비 248억원을 투입했으며, 이 중 안테나에만 174억원이 들었다. 안테나 직경은 35m로 국내에서 가장 크며, 높이는 아파트 15층 수준인 45m다. 특히 지구 자전으로 인한 음영이 발생하지 않도록 NASA와 협력해 국제 심우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24시간 통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다누리에 섀도 캠 탑재 공간을 제공하는 대신 NASA의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협력을 이룬 것.

이 국제 네트워크에는 여주 안테나를 포함해 미국(골드스톤), 호주(캔버라), 스페인(마드리드) 등에 있는 심우주 안테나 등이 포함된다. 다누리가 발사되고 1시간 뒤 캔버라 안테나와 연결되면서 최초로 데이터를 수신하고 관제센터에서 작동 상태를 점검한다. 이후 마드리드, 골드스톤, 여주 순서로 옮겨가며 통신을 이어간다.

다누리는 4.5개월간 항해 끝에 오는 12월 11일 달 궤도에 안착할 예정이다. 이후 1년간 정해진 임무를 수행한다. 2023년 중반쯤에는 남은 연료를 파악해 추가적인 임무 수행 여부와 임무 종류를 결정한다. 항우연은 달 궤도선을 시작으로 2030년대 초반에 달 착륙선 임무에 도전하고, 2035년까지 소행성, 화성, 목성 등 심우주 탐사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미 1969년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달 탐사 계획이 뒤늦은 시도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항우연 관계자는 우리 힘으로 지구를 벗어나 우주탐사에 첫발을 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다누리 발사는 궤도선과 탑재체 제작·운영, 165만㎞에 이르는 통신과 제어, 지구 이외 천체 궤도에 안착, 지상 센터 운영 등 모든 과정이 도전이다. 

이상률 원장은 "이번 다누리 시험에 성공하면 더 크고 도전적인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우주탐사를 위한 첫걸음이자 심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첫걸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누리 주요 사양과 임무 일정[그래픽=김효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