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거물급 운명] 경기·인천 등 격전지 승패...포스트 지선 정국 방향타

2022-05-31 00: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인천 계양구 계산4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에 이재명이 지면 정치생명 진짜 끝장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23일 계양을 지역 길거리 유세에서 손날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할 경우 이 위원장의 정치생명을 넘어 167석의 초거대 야당 민주당이 진짜 끝장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굉장한 반성의 시간이 장기간 필요할 것"이라며 "패배하면 반성하고 혁신하고 물러설 사람들은 물러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이 경기와 인천 수도권 선거에서 완패할 경우 선거 패배의 원인을 두고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86그룹 용퇴론'까지 있어 상황에 따라 2년 후 총선을 바라보고 '헤쳐모여' 수준의 정계개편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조기등판' 이재명 효과 없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30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후보가 경기‧인천 선거 승리까지 견인해 주기를 기대했었는데 그 효과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큰 재미를 못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인에 대해선 "윤석열 정부 초기인 관계로 선거 이슈보다 큰 이슈들이 (정부에서) 많이 나왔고 민주당도 지지층이 좀 격동할 만한 그러한 모멘텀을 잘 못 만들고 있다"면서 "선거 막판 중앙당에서 잡음을 낸 것은 큰 실책으로 지도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선거 막판 잡음'은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간 갈등 문제를 지적한 거로 보인다. 그는 "지방선거 승리 기준점을 단체장 7석으로 보는데, 7석 이하라면 비대위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0.73% 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이재명 위원장을 조기 출격시켜, 이번 지방선거를 '대선의 연장전'으로 만들었다. 윤석열 대 반(反)윤석열 구도다. 윤 대통령은 정식 취임 이전 용산 집무실 문제로 불통 이미지가 쌓였고,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위주 인사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고 한·미 정상회담과 청와대 개방,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6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집행 등 긍정적인 이슈들이 이어지면서 여론은 호의적으로 돌아섰다. 야당이 주장하는 '정권견제론'보다 여당의 '정권안정론'이 힘을 받으면서 이재명 효과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기에서 與 패배하면...’尹心 책임론‘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기도는 김동연 민주당·김은혜 국민의힘 후보 간 초박빙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일(지난 26일) 이전 실시된 여론조사 대부분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기록했다. 
 
경기는 두 달 전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에게 5.32%포인트차로 패배한 곳이며, 보수진영 후보 결정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해 민주당에 충분한 승산이 있는 곳이다. 민주당이 다른 곳에서 패배해도 경기도에서 승리한다면 '이재명 효과'를 주장할 수 있다. 

반면 경기도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여권 내부에서 '윤 대통령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당초 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했지만, 윤 대통령의 측근 김은혜 후보가 돌연 등장했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4월 경선 패배 이후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 자객의 칼에 맞았지만, 장수가 전쟁터에서 쓰러진 건 영광"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실상 경선 불복을 선언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연구위원은 "경기도가 핵심이다. 민주당이 전체적으로 패배해도 경기도를 이기면 (민주당 지지) 표심은 살아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반면 국민의힘도 경기도를 지면 이기고도 묘한 뒷맛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