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에도 가상화폐 자문 수요 꾸준..."규제 전 막차 타기"

2022-06-01 14:49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루나·테라USD(UST) 폭락 사태'에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규제를 강화할 조짐이지만 코인 발행과 해당 사업 관련 자문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루나 사태'로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코인 발행을 위한 법적 자문 수요는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투자 유치에 애로사항이 있어도 사업자들이 '루나 사태' 때문에 사업을 중단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55조원을 넘는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루나·테라 관련 국내 가상자산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55조2000억원이고 일평균 거래 규모는 11조3000억원이다. 이 중 단독 상장 가상자산은 403종으로 매우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 확장세에 '루나 사태' 같은 사고가 발생해도 예비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시국이 좋지 않아서 코인 발행은 고려해 보라고 해도 꼭 해 달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코인 발행과 관련해 사업자들이 주로 물어보는 건 가상자산 사업자 등록 여부와 해외 법인 설립 가능성이다. 김익현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2017년 말부터 금지된 가상자산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 여부와 사업자 등록을 물어본다"고 말했다. 2017년 말 금융위원회는 ICO를 '투기'로 판단해 금지했다.

이에 가상자산 사업은 잠시 주춤했지만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이 재점화했다. 윤 대통령이 'ICO 거래소 발행(IEO·Initial Exchange Offering) 추진'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IEO는 가상자산공개를 거래소를 통해 먼저 하고 진행한다는 얘기다. 현재 당정은 IEO 활성화 내용이 담긴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에 박차를 가할 분위기다.

법조계는 2017년 말 금융위가 '투기'라는 판단하에 ICO를 금지한 과거와 달리 현재 가상화폐 사업자들은 관련 법적 문제점도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어 일각에서 나오는 IEO에 대한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일축했다. 

국내 가상화폐 사업자들은 해외 법인과 관련해 △어떤 국가에서 설립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해당 국가에서는 어떤 규제가 있는지를 주로 자문한다는 게 법조계 전언이다. 김 변호사는 "국내 가상화폐 사업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사업자들이 싱가포르나 몰타 등에 가서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코인을 발행해 투자 유치를 하는 게 나을지 묻는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사기 확률이 높은 밈코인(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트렌드가 된 가상화폐) 등 소위 '한번 진입하고 빠지는' 코인 발행 문의도 여전하다. 코인 시장이 커질수록 각종 불법 업체들의 코인 발행 문의는 늘어난다는 얘기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고객 회사에서 스테이블 코인(기존 화폐 또는 실물자산과 연동시켜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암호화폐)을 만들어 달라고 문의한 터라 부정적인 답변은 해드릴 수 없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가상화폐 규제 기조가 강해지더라도 코인에 대한 관심은 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성 대표 변호사(법무법인 미래로)는 "블록체인 기술 또는 탈중앙화 금융 시스템이 세계적인 추세라 가상화폐에 대한 열기는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