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정책, 수요자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2022-06-02 05:00
곽의택 한국소공인진흥협회 회장

곽의택 한국소공인진흥협회 회장 [사진=한국소공인진흥협회]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경제가 빠른 속도로 정착되며 소상공인도 디지털 전환의 파고를 반드시 헤쳐 나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놓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요구는 더욱 가속화돼 전통 방식의 소상공인들에게 매우 심각한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난해부터 소상공인들을 위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소상공인 상점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스마트 시범 상가 스마트 상점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상점이란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스마트 기술을 상점에 도입, 신규 고객을 창출하거나, 매장 방문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의 제공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영업환경을 구축해 놓은 매장을 말한다.

하지만 정부 취지와 달리 스마트 상점 정책은 현장과 괴리로 실효성을 잃고 있다. 스마트 상점 지원 사업 수요 대상자 대부분이 50~60대 고령자로 디지털 기술 수용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현황 및 단계별 추진전략’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소상공인은 15.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소상공인도 29.7%에 불과했다.

보고서에는 “소상공인의 디지털 기술 수용성은 보통 이하 수준이며 대체로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이 부족해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분석 내용이 담겼다.

필자가 2007년부터 현재까지 전통시장과 소공인을 위한 조직 활성화와 유통 교육을 실시하며 현장에서 느낀 점도 이와 동일하다.

현장은 한마디로 줄탁동시(啐啄同時)였다. 줄탁동시란 병아리가 알을 까고 나올 때 과정을 뜻하며 안과 밖에서 함께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 혜택을 소상공인이 충분히 받을 수 있으려면 충분한 교육이 선제 돼야 하는 이유다.

과거 아날로그 환경에서는 정책 공급자 중심 지원 사업, 즉 전통시장의 캐노피 사업이나 주차장 지원 사업 등이 그런대로 효과를 봤으나 디지털 경제 환경은 다르다. 유통시장 개방으로 대기업 및 디지털 기술을 앞세운 유통 플랫폼까지 등장하며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종속되게 됐다.

정책지원 분야에 있어 스마트 기술을 기초기술과 중점 기술로 구분하지 말고 수요자들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 현장에선 기초적인 스마트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상점들이 대다수다. 이들에게 하드웨어 기술 보급 등과 같은 고급 디지털 기술 적용을 지원하는 것은 오히려 디지털 전환으로부터 뒷걸음질치게 할 것이다.

하드웨어 기술 보급보다는 스마트 오더와 같은 기초적인 기술 지원 비중을 높여야 한다. 스마트 오더 기술은 대부분 벤처기업 등이 개발한 기술로 매장의 주문 예약, 프로모션, 홍보 기능이 풍부해 인건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고 적은 예산으로도 많은 상점에 지원할 수 있어 수혜 폭을 넓힐 수 있다.

원활한 소상공인 스마트화를 위해 수요자인 소상공인과 공급자인 기술기업 간 균형 있는 상호 성장도 전제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담당 부처와 운영기관 담당자들이 수요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예컨대 정책 운용 담당자들이 현장에 나가 기초기술과 중점기술에 대한 수요자들의 이해도 수준을 직접 파악해 수요자들이 지원책 활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올해도 절대 적지 않은 예산이 스마트 상점 지원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앞서 대략 6000개의 스마트 상점 도입을 목표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에 앞장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년 동안 스마트 상점 지원 사업은 충분한 테스트 베드를 거쳤다.

이제부터는 수요자 중심 지원정책으로 전환을 해야 할 차례다.

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을 고루 방문해보고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도 함께 경청한다면 스마트 상점 사업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안착하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