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언론 "美 블링컨 對중국 연설 이중적·가식적" 비난

2022-05-27 18:05
"블링컨 아름다운 말, 사실상 美 패권 요구 복종 요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진=A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대중국 전략 연설에 대해 중국 언론들이 앞다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7일 '세계가 필요한 것은 미국의 '아름다운 말'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평을 통해 "블링컨 장관이 '세계 경제에서 중국 경제를 단절하고 싶지 않다',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등의 '아름다운 말'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요구에 복종하길 요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연설과 비교했다. 신문은 이번 미국의 발표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연설보다 덜 공격적이라며 블링컨 장관은 신냉전을 원하지도 않고 중국과 소통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반면 앞서 폼페이오 전 장관은 2020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실패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신봉자"라며 맹비난했다고 짚었다. 

하지만 겉보기엔 블링컨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보다 덜 공격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사실은 아니라며 "블링컨 장관의 아름다운 말 배후에는 사실상 이데올로기적인 이념으로 진영을 쪼개고 거만하게 다른 나라들에 줄서기를 요구하는 미국의 실체가 숨어있다"고 비난했다. 협력은 외교적 수사일 뿐 실제 행동은 다르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중국의 정치 체제를 변화시키거나 경제 성장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는 블링컨 장관의 발언 등에 대해서도 중국을 국제질서의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고 말한 부분에 주목해 그의 발언은 좋은 말을 하면서 나쁜 행동을 하는 미국의 위선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한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행동도 지켜본다(聽其言而觀其行)'는 논어 속 명언을 인용하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같은 날 환구시보는 또 다른 사평을 통해 "블링컨 장관의 연설은 중국은 '도전'으로 미국은 '억지력'으로 묘사한다"며 "마치 중국이 침략자이고 미국은 방어자인 것처럼 묘사한다"고 비난을 이어가기도 했다.

중국 정부도 블링컨 장관의 연설에 대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블링컨의 대중 연설은 "허위정보를 퍼뜨려 중국 위협을 과장하고,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의 대외정책에 먹칠하고 중국의 발전을 억압해 미국의 패권을 수호하려는 목적"이라며 결연한 반대를 표명했다.

중국 전문가들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왕이웨이 중국 인민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블링컨 장관은 IPEF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개방성과 포용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예상대로 부드럽게 발언했다"며 "이는 아세안 국가를 끌어들이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왕 소장은 "우리는 어떤 나라든 국제질서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이 말하는 국제질서는 중국이 미국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미·중 관계는 더 나빠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장텅쥔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가 계속해서 악화되도록 내버려 둘 것"이라며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미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바이든 정부는 정치적 목표를 위해 중국을 계속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