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손잡고 미국에 첫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공장을 세운다. 이로써 미국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업체 중 비교적 후발 주자로 여겨졌던 삼성SDI도 현지 완성차 업체 공략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SDI는 미국 내 합작법인 부지로 인디애나주 코코모시를 선정하고, 25억 달러(약 3조1625억원) 이상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25일 밝혔다. 다만 향후 투자 규모는 최대 31억 달러(약 3조9215억원)까지 점진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북미 시장에는 K-배터리가 현지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다수 합작공장 설립에 나선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를 통해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간에 배터리 생산설비를 설립하고 있다. SK온도 포드와 함께 테네시, 켄터키 등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삼성SDI는 합작법인 설립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양사와 인디애나주 정부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서 투자 발표 행사를 열고, 합작법인(JV·Joint Venture)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행사에는 에릭 홀콤 인디애나주지사,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사장), 마크 스튜어트 스텔란티스 북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참석했다.
 
합작법인은 올해 말 착공해 2025년 1분기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초기에는 연간 23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을 시작한다. 이는 순수전기차(77㎾h 기준) 약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양사는 향후 33GWh로 생산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공장 설립으로 향후 주변 지역에서 일자리가 1400개 만들어질 것이라고 스텔란티스는 내다봤다.

스텔란티스는 이미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서 부품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여기에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배터리 생산공장까지 들어서면 인디애나는 북미 스텔란티스 전기차 생산의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규 공장은 스텔란티스 북미 조립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를 공급한다.
 
특히 합작법인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는 ‘프라이맥스(PRiMX)’로 대표되는 삼성SDI 최신 기술력이 적용될 예정이다. PRiMX는 지난해 말 삼성SDI가 배터리 업계 최초로 선보인 브랜드다. 올해 1월 미국 CES 2022에서 처음 공개됐고, 삼성SDI가 생산하는 모든 배터리를 통칭한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합작법인 부지 선정에 도움을 준 인디애나주와 스텔란티스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북미 전기차 시장에 확고한 발판을 마련했고, 앞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1년 전 우리는 유럽과 북미 지역 기가팩토리 5개를 기반으로 하는 공격적인 전동화 전략을 추진한 바 있다"며 "이번 발표로 데어 포워드 2030(Dare Forward 2030)에서 언급한 탈탄소 미래를 향한 스텔란티스의 추진력을 보여주는 한편 우리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 전략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 4위 자동차 회사인 스텔란티스는 203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전기차 판매 비중을 해당 기간까지 유럽 100%, 북미 50%로 각각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