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유튜버로 변신한 대법관' 박일환 "대법원도 재판해야"
2022-05-23 18:00
법관 34년...'위법수집 증거배제 원칙' 첫 판례 남겨
"상고허가제로 사건 추려내고 대법원도 재판해야"
유튜브채널 '차산선생법률상식' 구독자 10만명 돌파
"상고허가제로 사건 추려내고 대법원도 재판해야"
유튜브채널 '차산선생법률상식' 구독자 10만명 돌파
"대법원에서 변론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아쉽습니다."
판사와 법원장 그리고 대법관, 법원행정처장까지 34년이란 인생의 절반을 법원에서 보낸 박일환 전 대법관(71·사법연수원 5기)이 지난달 1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 말이다.
판사는 판결로 말하는 법. 그는 2007년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에게 무죄를 판결하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위법수집 증거배제 원칙'을 적용한 첫 판례를 남기며 법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또 음원 사이트 '소리바다'의 저작권 침해 책임을 인정하며 음원 파일의 무단 유통을 못 하도록 하는 유의미한 판결을 내렸다.
무거운 법복만큼이나 30여년간 공정과 중립의 무게를 양쪽 어깨에 짊어진 것일까. "다시 태어나도 판사가 될 것이냐"고 묻자 특유의 소탈한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판사는 고립되고 또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실체적 진실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체가 희미하면 머릿속에 드는 의문과 의심을 법정에서 해소하는 것이 판사의 일상. 박 전 대법관은 "방송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웃음) 이제는 내가 선택해서 하는 생활이 되니까 좀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판결로 세상을 변화시킨 박 전 대법관은 '1호 대법관 출신 유튜버'로서 인생 2막을 열었다. 법원 실무나 판례, 법적쟁점 등을 소개하며 법관 생활로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이유에서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차산선생법률상식'은 악플이 없어 이른바 '청정구역'이라 불리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현재 구독자 수 10만명을 넘기고 실버 버튼까지 획득했다. 자신을 청정구역에 사는 가재라고 칭하는 구독자들에게 상당한 애정이 있는 듯 그는 모든 댓글들을 읽고 '좋아요'를 꾹 누른다.
재경법원과 대법원, 법원행정처까지 두루 거친 박 전 대법관은 법원을 나와 법원을 바라보며 느낀 재판 제도의 현실에 대해 침묵하지 않았다. 심각한 사건 적체 현상을 마주한 우리 대법원은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은 바로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제도를 도입했다. 박 전 대법관은 "사실 대법원에서 변론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아쉽다"며 "상고허가제 등을 도입해 대법원에서 일부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변론을 하게 되면 재판의 질도 올라가고 국민들의 재판 받을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겠냐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제언했다. 다음은 박 전 대법관과의 일문일답.
판사와 법원장 그리고 대법관, 법원행정처장까지 34년이란 인생의 절반을 법원에서 보낸 박일환 전 대법관(71·사법연수원 5기)이 지난달 1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 말이다.
판사는 판결로 말하는 법. 그는 2007년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에게 무죄를 판결하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위법수집 증거배제 원칙'을 적용한 첫 판례를 남기며 법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또 음원 사이트 '소리바다'의 저작권 침해 책임을 인정하며 음원 파일의 무단 유통을 못 하도록 하는 유의미한 판결을 내렸다.
무거운 법복만큼이나 30여년간 공정과 중립의 무게를 양쪽 어깨에 짊어진 것일까. "다시 태어나도 판사가 될 것이냐"고 묻자 특유의 소탈한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판사는 고립되고 또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실체적 진실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체가 희미하면 머릿속에 드는 의문과 의심을 법정에서 해소하는 것이 판사의 일상. 박 전 대법관은 "방송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웃음) 이제는 내가 선택해서 하는 생활이 되니까 좀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판결로 세상을 변화시킨 박 전 대법관은 '1호 대법관 출신 유튜버'로서 인생 2막을 열었다. 법원 실무나 판례, 법적쟁점 등을 소개하며 법관 생활로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이유에서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차산선생법률상식'은 악플이 없어 이른바 '청정구역'이라 불리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현재 구독자 수 10만명을 넘기고 실버 버튼까지 획득했다. 자신을 청정구역에 사는 가재라고 칭하는 구독자들에게 상당한 애정이 있는 듯 그는 모든 댓글들을 읽고 '좋아요'를 꾹 누른다.
재경법원과 대법원, 법원행정처까지 두루 거친 박 전 대법관은 법원을 나와 법원을 바라보며 느낀 재판 제도의 현실에 대해 침묵하지 않았다. 심각한 사건 적체 현상을 마주한 우리 대법원은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은 바로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제도를 도입했다. 박 전 대법관은 "사실 대법원에서 변론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아쉽다"며 "상고허가제 등을 도입해 대법원에서 일부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변론을 하게 되면 재판의 질도 올라가고 국민들의 재판 받을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겠냐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제언했다. 다음은 박 전 대법관과의 일문일답.
-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슬기로운 생활법률> 책도 내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법관 사이에서 어떤 말이 오가는가.
"글쎄.(웃음) 잘 모르지만 좀 신기하다고 한다. 어떻게 콘텐츠를 꾸준히 올릴 수 있는지. 판사는 자유분방하게 살기 어려운데, 지금은 변호사도 하면서 주어진 업무를 내가 선택해서 하는 생활을 하니까 좀 자유롭다. 법관 때는 보는 눈도 있고 의식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만나는 사람도 제한되고. 특히 옛날에 방송사 같은 데는 근처도 안 가는데 그런 데서 오라고 하니까 가도 되고 좋다.(웃음)"
- 다시 태어나도 판사를 할 것인가.
"어떤 아버지를 둘지에 따라 조금 달라지겠지만(웃음) 일단 로스쿨에 가고, 판사는 요즘 바로 될 수는 없으니까. 또 로펌 가서 7~8년 하다가 판사를 할까, 한다면 조금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요즘 너무 좋은 직업이 많지 않은가. 판사는 고립된다는 게 누가 만나자고 하면 대부분은 재판과 관련해서 부탁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는 거다. 인간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걸 해결할 방법도 사실 마땅치 않다.
옛날에는 판례연구회를 하면 반은 판사고 반은 변호사였다. 2000년 이후로는 이제 모임이 판사들 위주로 모인다. 판례에 대한 공부를 하는데 판사들끼리만 모여 공부하니까 그게 현실과 100% 맞을 수가 없는 거다. 변호사들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거의 모든 연구회가 다 판사 위주로 돼 있다. 판사, 교수, 변호사가 다같이 모여 연구해야 하는데 지금 그렇지 못하니까 법학 생태계 여러 가지 영역이 파괴돼 버리기도 하는 거다."
- 대법원 사건 적체가 심각하다는 말이 나온다. 대법관이 그 실태를 제대로 알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떤가.
"제가 1년에 사건 7000~8000건 처리했었는데, 10년 뒤에 보니까 2만 건으로 늘었다.(웃음) 미국도 옛날에 적체가 많아서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상고허가제를 도입했다. 사건 하나하나 맞다 틀리다 재판하면 아무리 우수한 사람이라도 하루에 10건 처리 못 한다. 그렇다 해서 대법관 수를 늘리면 또 문제가 되는 것이 '판례 모순'이 발생한다. 선고 이유를 쓰는데 대법관 별로 이유가 안 맞는 거다. 똑같은 쟁점인데 판사마다 뉘앙스도 다르고 심지어 유무죄를 반대로 쓰는 등 의견을 통일할 수가 없다. 사람마다 견해가 다 다른데 같은 사건에 대해 쟁점도 많고 판단도 여러 개 있으면 맞다 틀리다 논쟁이 대법원에서 또 생기는 거다.
그래서 대부분 항소심에 맡기고 법률 충돌이 생기는 경우만 골라서 대법원에서 통일시켜주는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부분이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대법원에서 모든 사건에 대해 선고 이유를 다 쓰면 곤란하다고 해서 심리불속행 제도가 도입됐다. 그런데 이제 심리불속행이 이뤄지니까 변호인이나 재판 당사자들이나 선고 이유를 충분히 듣지 못하니까 불만이 많아지는 거다. 그런데 법원은 적체된 사건 처리하느라고 골머리 아프고, 4~5년째 지연되는 사건들이 또 쌓이고 악순환인 거다."
- 하급심에서 올라오는 사건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 되는데, 대법관 입장에서 파기환송되는 사건들은 보통 어떤 경우들인가.
"그건 해봐야지 안다. 전체가 100건이라고 하면 '이건 심리불속행해도 되겠다' 하는 사건들은 50건 정도다. 그건 금방 골라낸다. 그런데 남은 50건 중에서는 법리적으로 애매한 것들이 있다. '하급심 판결이 맞다' 하는 건 80~90% 빨리빨리 골라내고 남은 사건에 집중을 해야 한다. 그것이 대법관의 기술이다.(웃음) 그 비율을 너무 낮춰 잡으면 나중에 고생하게 되는 거다. 처리 안 한 사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이면 '아이고 이거 큰일 났구나' 하는 거다."
- 그래서 상고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들이 법원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반 판사는 당사자든 당사자 대리인이든 법정에서 만나서 대화를 하면서 물어볼 수가 있다. 이것은 어떻게 되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떠냐, 내가 잘못 생각할 수도 있고 또 그들이 잘못 말할 수도 있고 그러면 판단을 고칠 수 있다. 재판하면서 틀린 건 수정, 수정하면서 서서히 진상이 드러나는 것이다. 100%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결론을 내게 되는데, 대법원은 서면만 써낸다.
약간 그런 게 있다. 대법관은 서로 간에 확인해가며 재판하는 것과 좀 달라서 두려움이 많다. 대법원에서도 사실은 변론을 해야 한다. 법에는 변론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어렵다고 한다. 재직 시절 전원합의체뿐만 아니라 소부에서도 변론을 하자고 해서 한두 건 시범 삼아 해봤는데 하니까 반응은 좋았다. 그런데 하도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못 하겠다고 해서 지금은 거의 안 할 거다. 그래서 그게 제일 좀 아쉽다."
- 미국이나 독일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상고허가제를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은 대법원에서 변론한다고 하면 변호사도 굉장히 영예로 생각한다. '대법원에서 변론할 변호사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구조다. 대법원 재판을 할 수 있는 변호사는 정해져 있다. 독일도 1심, 2심, 3심 변호사를 나눠 놨다. 다른 나라는 '어느 법원 소속 변호사' 이렇게 표현한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법 변호사' 하면 그 사람은 중앙지법 사건만 하는 거다. 그러면 브로커나 전관예우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하면 당장 아우성일 거다.
우리나라도 상고허가제 등을 도입해서 하급심에서 많이 추려내고 남은 사건을 가지고 대법원에서 변론을 하면 재판 질이 올라가고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도 보장되면서 또 대법원에 대한 신뢰도 올라가지 않겠나, 지금 생각이 그렇다."
"글쎄.(웃음) 잘 모르지만 좀 신기하다고 한다. 어떻게 콘텐츠를 꾸준히 올릴 수 있는지. 판사는 자유분방하게 살기 어려운데, 지금은 변호사도 하면서 주어진 업무를 내가 선택해서 하는 생활을 하니까 좀 자유롭다. 법관 때는 보는 눈도 있고 의식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만나는 사람도 제한되고. 특히 옛날에 방송사 같은 데는 근처도 안 가는데 그런 데서 오라고 하니까 가도 되고 좋다.(웃음)"
"어떤 아버지를 둘지에 따라 조금 달라지겠지만(웃음) 일단 로스쿨에 가고, 판사는 요즘 바로 될 수는 없으니까. 또 로펌 가서 7~8년 하다가 판사를 할까, 한다면 조금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요즘 너무 좋은 직업이 많지 않은가. 판사는 고립된다는 게 누가 만나자고 하면 대부분은 재판과 관련해서 부탁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는 거다. 인간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걸 해결할 방법도 사실 마땅치 않다.
옛날에는 판례연구회를 하면 반은 판사고 반은 변호사였다. 2000년 이후로는 이제 모임이 판사들 위주로 모인다. 판례에 대한 공부를 하는데 판사들끼리만 모여 공부하니까 그게 현실과 100% 맞을 수가 없는 거다. 변호사들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거의 모든 연구회가 다 판사 위주로 돼 있다. 판사, 교수, 변호사가 다같이 모여 연구해야 하는데 지금 그렇지 못하니까 법학 생태계 여러 가지 영역이 파괴돼 버리기도 하는 거다."
"제가 1년에 사건 7000~8000건 처리했었는데, 10년 뒤에 보니까 2만 건으로 늘었다.(웃음) 미국도 옛날에 적체가 많아서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상고허가제를 도입했다. 사건 하나하나 맞다 틀리다 재판하면 아무리 우수한 사람이라도 하루에 10건 처리 못 한다. 그렇다 해서 대법관 수를 늘리면 또 문제가 되는 것이 '판례 모순'이 발생한다. 선고 이유를 쓰는데 대법관 별로 이유가 안 맞는 거다. 똑같은 쟁점인데 판사마다 뉘앙스도 다르고 심지어 유무죄를 반대로 쓰는 등 의견을 통일할 수가 없다. 사람마다 견해가 다 다른데 같은 사건에 대해 쟁점도 많고 판단도 여러 개 있으면 맞다 틀리다 논쟁이 대법원에서 또 생기는 거다.
그래서 대부분 항소심에 맡기고 법률 충돌이 생기는 경우만 골라서 대법원에서 통일시켜주는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부분이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대법원에서 모든 사건에 대해 선고 이유를 다 쓰면 곤란하다고 해서 심리불속행 제도가 도입됐다. 그런데 이제 심리불속행이 이뤄지니까 변호인이나 재판 당사자들이나 선고 이유를 충분히 듣지 못하니까 불만이 많아지는 거다. 그런데 법원은 적체된 사건 처리하느라고 골머리 아프고, 4~5년째 지연되는 사건들이 또 쌓이고 악순환인 거다."
- 하급심에서 올라오는 사건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 되는데, 대법관 입장에서 파기환송되는 사건들은 보통 어떤 경우들인가.
"그건 해봐야지 안다. 전체가 100건이라고 하면 '이건 심리불속행해도 되겠다' 하는 사건들은 50건 정도다. 그건 금방 골라낸다. 그런데 남은 50건 중에서는 법리적으로 애매한 것들이 있다. '하급심 판결이 맞다' 하는 건 80~90% 빨리빨리 골라내고 남은 사건에 집중을 해야 한다. 그것이 대법관의 기술이다.(웃음) 그 비율을 너무 낮춰 잡으면 나중에 고생하게 되는 거다. 처리 안 한 사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이면 '아이고 이거 큰일 났구나' 하는 거다."
- 그래서 상고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들이 법원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반 판사는 당사자든 당사자 대리인이든 법정에서 만나서 대화를 하면서 물어볼 수가 있다. 이것은 어떻게 되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떠냐, 내가 잘못 생각할 수도 있고 또 그들이 잘못 말할 수도 있고 그러면 판단을 고칠 수 있다. 재판하면서 틀린 건 수정, 수정하면서 서서히 진상이 드러나는 것이다. 100%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결론을 내게 되는데, 대법원은 서면만 써낸다.
약간 그런 게 있다. 대법관은 서로 간에 확인해가며 재판하는 것과 좀 달라서 두려움이 많다. 대법원에서도 사실은 변론을 해야 한다. 법에는 변론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어렵다고 한다. 재직 시절 전원합의체뿐만 아니라 소부에서도 변론을 하자고 해서 한두 건 시범 삼아 해봤는데 하니까 반응은 좋았다. 그런데 하도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못 하겠다고 해서 지금은 거의 안 할 거다. 그래서 그게 제일 좀 아쉽다."
- 미국이나 독일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상고허가제를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은 대법원에서 변론한다고 하면 변호사도 굉장히 영예로 생각한다. '대법원에서 변론할 변호사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구조다. 대법원 재판을 할 수 있는 변호사는 정해져 있다. 독일도 1심, 2심, 3심 변호사를 나눠 놨다. 다른 나라는 '어느 법원 소속 변호사' 이렇게 표현한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법 변호사' 하면 그 사람은 중앙지법 사건만 하는 거다. 그러면 브로커나 전관예우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하면 당장 아우성일 거다.
우리나라도 상고허가제 등을 도입해서 하급심에서 많이 추려내고 남은 사건을 가지고 대법원에서 변론을 하면 재판 질이 올라가고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도 보장되면서 또 대법원에 대한 신뢰도 올라가지 않겠나, 지금 생각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