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미ㆍ중 디커플링] 이젠 '프렌드쇼어링' 시대…다극 체제 서막 열렸다
2022-05-23 14:25
미-중 무역전쟁 더 뜨거워진다
세계화 끝나나…인플레 우려 커진다
세계화 끝나나…인플레 우려 커진다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의 문이 열렸다. 미국이 동맹국끼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을 강조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등 각국에 미·중 무역전쟁에서 한 국가를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10월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미·중 통상전쟁은 더욱 가열되는 모습이다.
미·중 무역전쟁 더 뜨거워진다
중국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봉쇄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초당적 압박을 받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영향력이 연일 커지고 있는 아시아 등을 미국의 경제 틀로 끌어안기 위해 집중 노력을 벌이고 있다.
이달 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들과 만나 인프라 투자, 해양 보안 역량 강화, 전염병 확산 대응 지원금 등 총 1억5000만 달러(약 1930억7500만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했다. 사실상 이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당 회담에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10개 회원국 가운데 8개국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 닛케이아시아는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물자 공급망 확보를 위해 동맹국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의 대미 투자는 미국이 이 분야에서 중국의 진출을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의 미국 편향을 부추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기업의 대중국 매출은 지난 2013년에 2500억 달러를 넘기며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길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줄며 매출이 반토막이 됐다.
디커플링은 미국의 동맹국들에 미국과 중국 중 한 나라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세계 경제의 분할을 의미하겠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큰 아시아 국가들 입장에서는 중국의 완전한 배제를 원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미·중 긴장 고조, 인플레 우려 커진다
일각에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경제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30여년간 이어진 세계화가 붕괴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조제 마누엘 바호주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은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됐다”며 “이러한 모든 것들은 전 세계적인 디커플링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화는) 민족주의, 보호주의, 토착주의, 쇼비니즘(맹목적 애국주의)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심지어 제노포비아(이방인에 대한 혐오)도 있다”며 “어떤 것이 이길지는 미지수다”라고 덧붙였다.
데이터 제공업체 센티에오에 따르면 기업 어닝콜과 투자자 회의에서 나온 니어쇼어링, 온쇼어링, 리쇼어링에 대한 언급 횟수는 2005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한다.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자국 내로 이동하는 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에어버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도미닉 아삼은 세계화가 붕괴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장기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며 주요 경제 강국이 세계화의 붕괴를 막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요아힘 나겔 총재는 탈세계화(Deglobalisation)를 탈탄소화(Decarbonisation) 및 인구감소(Demographics)와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에 추가할 세 가지 D" 중 하나라고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