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 위성통신의 시작 KT SAT…'스페이스 데이터'로 초연결 시대 이끈다

2022-05-18 15:28
금산서 안테나 1개로 시작해 45개·위성 5기 보유…아시아 최대
잠실 BTS 콘서트 해외로 송출…먼 바다 선박 1650척 통신 연결
"6G 시대는 상상을 뛰어넘는 서비스 지향…하이브리드 시스템 필요"

KT SAT 금산위성센터 위성안테나 전경 [사진=KT SAT]

서울에서 3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KT SAT 금산위성센터는 올해로 개국 52주년을 맞은 국내 위성통신의 '성지'다. 넓은 마당에 거대한 위성 안테나가 각각 도맡은 위성 방향을 바라보며 이리저리 흩어져있다. 

가장 큰 위성 안테나는 개국 당시인 1970년 개통한 금산1국 안테나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9년 문화재로도 등록됐다. 개국 당시에는 136개 회선으로 국제전화와 저속 데이터 서비스만 제공했지만, 지금은 고성능 장비에 회선 수도 7000개로 늘었다. 52년 전에는 1개에 불과했던 안테나도 45개로 늘고, 현재 5기의 위성을 보유하면서 아시아 최대 규모 텔레포트로 거듭났다.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 유럽까지 전 세계의 60%에 달하는 커버리지를 구축했다. 

14국 안테나는 아프리카, 중동 등 지상망이 구축되지 않은 지역 외교부 공관을 연결하고, 37국 안테나는 기내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사각형 모양의 멀티혼 안테나는 12개 위성, 30개 채널을 수신해 국내 방송·미디어 서비스를 이끌고 있다. 오는 2024년에는 무궁화위성 6A호 발사도 준비 중이다. 
 

KT 금산위성센터 내 위성방송통신 관제실 전경 [사진=KT SAT]

방송 서비스도 이곳을 거친다. 천장에 달린 모니터에서 각각 15개씩 인터넷TV(IPTV) 채널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에서 보낸 신호를 가장 먼저 받아 목동 데이터센터로 전달하는 곳이 금산센터다. 

국내 프로그램을 해외로 송출하기도 한다. 지난 3월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콘서트도 KT SAT을 거쳐 해외 방송사로 나갔다. 다음달 2일 열리는 축구 대표팀 브라질전 경기도 KT SAT을 거친다. 

한국공항공사의 관제 백업망, 소방본부의 재해 안전망과 국내 도서산간지역 통신 서비스 등 공 공통신망도 KT SAT이 있어 원활히 운영되고 있다. 

KT SAT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박 1650척에도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근해를 벗어나면 위성으로만 통신이 가능하다. 이메일, 와이파이, 전화, CCTV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경일 KT SAT CTO가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KT SAT]

KT SAT은 이날 한 걸음 더 나아가 '스페이스 데이터' 신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경일 KT SAT 최고기술책임자(CTO)는 "KT그룹은 통신, 방송, 모바일 등 모두 진출했는데 유일하게 남은 것이 우주 데이터와 위성 활용"이라며 "KT SAT이 더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로 고객이 원하는 모든 데이터를 제공하겠다. 이제 스페이스 데이터라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 확장을 선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KT SAT의 주요 사업으로는 고속위성 데이터·방송 서비스, 글로벌해양위성통신(MVSAT), 국가 프로젝트 등이 있다. 여기에 위성 이미지 수집, 전처리, 분석·활용으로 부가가치를 확보하는 스페이스 데이터 사업에 새롭게 나서는 것이다. 

예컨대 전 세계 탱크에 비축한 석유량을 찍어서 1, 2주 뒤 가격을 예측하거나, 산불 발생 시 위성 사진을 찍어 바람 방향이나 피해 현황을 분석하고 빠르게 진압할 수 있다. 

최근 정부 주도 우주개발인 '올드 스페이스'에서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로 발전하면서 우주산업 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439조원으로, 매년 5~7% 급성장 추세다. 테슬라의 '스페이스X', 아마존의 '프로젝트 카이퍼' 등 글로벌 민간 기업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우주산업은 아직 3조5000억원 규모로 민간 참여가 늘어나고 있으나, 차세대 통신 시장 선점을 위해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KT SAT은 현재 스페이스 데이터 시장에 진입해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단계다. 다음 단계로 KT 그룹의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역량을 활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최종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더해 KT SAT은 △다중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국제 협력 △인오가닉 성장 추진을 통해 국내 우주산업을 활성화하고, 차세대 위성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지궤도(GEO), 중궤도(MEO), 저궤도(LEO) 장점을 융합한 다중궤도 위성통신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정지궤도 위성 5기를 보유했지만,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저궤도 위성 사업자와도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유로컨설트 WSBW 2021에서 송경민 KT SAT 대표는 LEO 얼라이언스 구축을 제안해 글로벌 협력을 주도하기도 했다. 최근 저궤도 위성 회사인 망가타에 주주로 참여한 것처럼, 인수합병과 투자를 통해 기술력 확보에도 나선다. 

아울러 지상망과 위성을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서비스, 에지 컴퓨팅, 저궤도 위성에서 정지궤도 위성으로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하는 옵티컬 데이터 릴레이 서비스 등 기술도 개발 중이다. 

최 CTO는 "5G까지 통신은 얼마나 빠른지가 중요했지만, 6G는 성능 하나만 고려할 상황이 아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서비스를 지향해야 한다"며 "통신 체계 구축을 위해 지상망으로는 부족하다. 정지궤도·저궤도·중궤도 위성, 성층권 고고도 유사위성 등을 연결해 망을 구축하는 다양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나오지 않으면 6G망 구축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KT SAT은 정지궤도 위성에 저궤도, 비정지궤도, 레이저통신망,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을 융합해 연결하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