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PGA 코리안 투어 제1회 우리금융 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 4라운드 아침이 밝았다.

전날 밤 순위표는 요동쳤다. 최대 순간 풍속 10㎧의 강풍이 대회장(페럼 클럽 동·서 코스)을 덮쳤다. 샷 하려던 선수도, 퍼트하려던 선수도 불어오는 강풍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깨진 루틴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웠다. 언더파는 3명, 이븐파는 5명, 나머지는 모두 오버파다.

그 와중에도 6명의 선수는 순위표 상단을 지켰다. 커트라인(합격선)을 통과한 71명 중 6명 만이 사흘 합계 언더파를 유지하고 있다. 

212타(4언더파) 선두 장희민(20), 213타(3언더파) 2위 김민규(21), 214타(2언더파) 공동 3위 현정협(39)과 장동규(34), 215타(1언더파) 공동 5위 이태훈(캐나다)과 김우현(31)이다.

공교롭게도 '무관'과 '유관'의 싸움이 됐다. 겁 없는 '무관'들이 더 높은 위치에 자리했다.

장희민은 코리안 투어 QT 10위로 데뷔한 신인이다. 시즌 개막전(제17회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는 17위에 올랐다.

이번이 그의 두 번째 코리안 투어 대회다. 링크스 코스가 산재한 유로 프로 투어(DP 월드 투어 3부) 출신이라 그런지 바람에 강하다.

강풍에 낙엽처럼 점수를 떨군 선배들과는 다르게 70타(2언더파)를 때리며 순위표 맨 윗줄을 선점했다.

장희민은 "매 라운드 깃대 위치가 까다로워진다. 4라운드는 더 힘들 것 같다. 한 홀마다 꼼꼼하게 전략을 세우겠다. 기회를 잡은 만큼 우승이 목표다. 차분하게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우승 시 생애 첫 투어 우승으로 기록된다.

자타공인 우승 후보인 김민규는 목전에 두고 미끄러질 때가 많았다. 우승 기회를 번번이 놓쳐도 낙담하지 않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차 있다. 

그런 그가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마수걸이 우승에 성공할지가 관건이다.

김민규의 3라운드는 처절했다. 불어오는 바람에 76타(4언더파)를 때렸다. 버디 3개, 보기 5개, 더블 보기 1개를 기록했다. 다행인 점은 순위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희민과 1타 차 2위다. 이번에는 선두에서 쫓기는 것이 아닌, 추격하는 처지다.

지난 몇 번의 우승 도전에 비해 다소 마음이 편할 것으로 보인다. 우승 시 역시나 생애 첫 투어 우승이다.

현정협은 2009년 처음 투어에 데뷔했다. 이후 올해까지 12년 동안 코리안 투어를 뛰고 있다. 아직 우승이 없다.

제17회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공동 93위, 제41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공동 36위가 이번 시즌 기록이다.

시즌 최고 성적임은 틀림없다. 문제는 생애 첫 승이냐, 마느냐다. 

12년 동안 최고 순위는 준우승이다. 2017년 유진그룹/올포유 전남오픈, 2018년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다.

이들을 추격하는 선수들은 모두 '유관'이다.

장동규는 2015년 제58회 KPGA 선수권대회에서 1승을 거뒀다. 이후에는 일본골프투어(JGTO)를 오갔다. JGTO에서도 1승(2014년 미즈노오픈)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대회는 111회 출전에 1승만을 쌓았다. 이제 2승을 쌓을 때가 됐다. 

'무관' 현정협과 공동 3위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선두 장희민과는 2타 차다.

이태훈은 순위권 선수 중 우승 감각이 가장 살아있다. 2021년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우승으로 가장 최근에 우승컵 손맛을 본 선수다. 코리안 투어 통산으로는 3승을 쌓았다. 첫 승은 2017년 제33회 신한동해오픈, 두 번째 우승은 2019년 제15회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이다.

그런 그가 3타 차 뒤에서 추격에 나선다. 우승 시 투어 통산 4승을 쌓게 된다. 또다시 금융사가 후원하는 대회에서 우승컵을 든다. '궁합이 잘 맞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태훈과 어깨를 나란히 한 김우현도 코리안 투어 3승을 보유했다. 2014년 2승(제2회 해피니스 송학건설오픈, 보성CC클래식), 2017년 1승(카이도시리즈 카이도 DREAM OPEN)이다. 

3승을 거둔 선수지만, 2021년 상금 순위 100위로 밀려나며 투어 카드를 잃었다. 그런 그가 이 대회를 통해 재기를 노린다. 우승 시 5년 만이다.

'무관' 현정협은 '유관' 이태훈, 김우현과 오전 10시 아웃 코스(1번 홀)로 출발한다.

챔피언 조는 오전 10시 10분 같은 코스에서 티샷을 날린다. '무관' 장희민·김민규가 '유관' 장동민과 한 조가 됐다.

이날(5월 15일) 오후 3시경 우승자가 결정된다. 우승자는 블루 재킷(우리금융 챔피언십 우승 부상)을 입고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초대 챔피언'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상금 2억6000만원도 받는다.

우승이 절실한 6명이 모였다. 물론 우승자는 나머지 65명 중에서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