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기로 '디아크' 인수해준다는데…주주들 "우리는요?"
2022-05-14 07:30
디아크는 지난해 3월 감사보고서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아 상폐심사가 진행 중인 코스닥업체다. 자칫 상장 지분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주주를 맞이하는 것이다.
얼핏 호재 같지만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는 전혀 아니다. 신주 인수 가격이 현 주가에 비해 크게 낮기 때문이다.
5월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휴림로봇은 디아크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취득 주식수는 5000만주며 투입되는 현금은 총 100억원이다.
현재 디아크의 발행 주식수는 8300만주로 신주를 발행해 휴림로봇이 이를 인수하면 지분율은 37.59%가 된다.
주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신주 발행가격 때문이다. 이번 유증 신주 발행가격은 디아크의 액면가와 같은 200원이다. 현재 디아크의 주가는 거래정지 전 종가인 2380원이다.
현 주가의 8%에 신주가 대거 발행되기에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은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만약 거래재개가 성사되고 이후 어느 정도 주가를 방어할 수 있게 될 경우 휴림로봇 측은 막대한 투자차익을 거두게 된다. 주가가 무너지거나 정리매매를 하게 되더라도 투자금 100억원 이상의 피해는 없다.
하지만 주주들은 다르다. 만약 상장 유지 결정에 따른 거래재개가 이뤄지더라도 저렴한 가격의 주식 유입에 따라 투자 손실을 피하기 힘들다. 정리매매를 진행하게 되더라도 발행지분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가치 하락은 더 극심하다.
여기에 디아크가 발행한 전환사채(CB)도 이번 유증으로 전환가격 리픽싱이 확정적이다.
현재 디아크는 17억원 규모의 제6회 CB를 발행한 상태다. 현재 전환가능 주식수는 210만8433주지만 만약 전환가액을 200원으로 낮추는 리픽싱을 진행할 경우 전환가능 주식수는 875만주로 늘어나게 된다. 이 물량이 전환돼도 지분 가치 희석이 발생한다.
디아크의 한 주주는 "아직 상폐가 확정된 것도 아니지만 상폐와 다름없는 충격"이라며 "회사를 믿었던 만큼 실망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디아크는 K-OTC 등록사 두올물산(카나리아바이오)과의 관계로 화제가 된 기업이다. 디아크가 거래정지 이후 회사의 핵심 사업부를 이전한 곳이 두올물산이다.
기존 주주들을 '복제'하는 인적분할을 통해 회사를 나누면서 디아크 주주들이 두올물산의 지분도 가지게 되는 구조지만 아직 신주는 배분하지 않은 상태다.
두올물산은 한때 K-OTC시장에서 주가가 30만원을 넘어 K-OTC 시가총액 1위에도 오르면서 디아크 주주들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다시 급락하며 현재는 2만5000원대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