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크에 드리운 마제스타의 그림자

2022-04-13 15:56
10여년부터 코스닥서 무자본M&A 활용·상폐 위기 몰아넣은 세력
이번엔 디아크서 활동한 정황… 소위 '선수' 등장에 당국도 긴장

[카나리아바이오(옛 두올물산) CI]


엠제이비와 에스엘바이오닉스(옛 세미콘라이트), 에이루트(옛 제이스테판), 제이테크놀로지(옛 마제스타), 감마누 등은 코스닥 시장에 꾸준히 투자한 투자자라면 익숙할 이름들이다. 상장폐지 되거나 상폐 직전까지 몰리면서 투자자들을 절망케한 종목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회사들과 현재 상장폐지 심사를 받고 있는 디아크(옛 OQP)와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 회사들의 지분관계와 경영에 깊숙하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세력이 있다는 점이다. 

회계사와 자칭 M&A 전문가 들로 구성된 이 세력은 10여년 간 주식시장에서 활동하며 많은 기업들을 상폐 위기로 몰아넣은 바가 있다. 몇몇은 수년전 검찰의 수사 끝에 구속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증시에서 활동이 감지된다.

최근 K-OTC 등록사인 두올물산(카나리아바이오)과의 합병 등으로 증권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디아크의 복잡한 딜 구조도 이 세력의 '선수'가 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올물산 계열사 경영진에 '선수' 이름이…당국 '긴장'

4월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각 회사의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현재 K-OTC 등록사인 두올물산과 그 관계사, 합병된 과거 자회사 등에는 이 세력의 인물들이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흡수합병한 랜드고와 두올물산의 주주 중 하나인 에어라이브테크놀로지, 과거 두올산업(현 디아크)과 관계사였던 마제스타의 측 인물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두올물산의 최대 주주인 위드윈투자조합38호의 사실상 지배주주는 제이디알에셋을 거느린 엘리시온매니지먼트다. 여기에서도 이 세력의 인물로 추정되는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엘리시온매니지먼트는 최근 쌍용차 인수에 나섰다가 잔금 마련을 하지 못해 실패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인수자금을 빌려주기도 했던 곳이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엘리시온매니지먼트는 회사의 법인 등기상 주소지에 실제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는 사실상 '유령 회사'다.

이들은 과거 디아크가 빗썸의 인수에 나서던 2019년 즈음에 민법상 조합과 다른 상장사의 투자 등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빗썸 인수가 실패로 끝나고 남은 세력이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세력 거쳐간 상장사들…대부분이 상폐되거나 퇴출위기

이들이 디아크의 최근 복잡한 지분 변동에 관여한 것으로 예상되면서 거래소와 금융당국 등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들과 엮였던 많은 인수합병이 결국 상장폐지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세력들은 10여년 전 제이비어뮤즈먼트와 창해엔지니어링, 엠제이비, 그리고 마제스타가 등장하는 무자본 M&A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또 마제스타와 세미콘라이트(현 에스엘바이오닉스), 제이스테판(현 에이루트)과의 무자본M&A에서도 이 세력과 함께하는 '선수'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들이 마련한 자금은 감마누라는 또 다른 상장사의 인수로도 이어졌다.

감마누는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한국거래소가 최종 상폐결정을 내렸는데 법원 판결을 통해 이를 뒤집은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이들의 행보에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마제스타는 제이비어뮤즈먼트와 합병한 뒤 결국 상폐됐다. 엠제이비도 상폐를 피할 수 없었다. 세미콘라이트와 제이스테판은 상폐 직전까지 몰렸다가 이 세력이 지분을 털고 나간 뒤에야 가까스로 회생에 성공했다. 감마누는 벼랑 끝에서 돌아왔지만 디아크는 아직 상폐심사를 받는 처지다.
 
두올물산이 인수한다는 현대사료 급등도 이들의 '작품'?

한편 디아크 주주들 사이에서도 현재 회사 측이 만들고 있는 M&A의 설계가 이 세력의 '작품'이라는 말이 나온다. 

디아크는 지난해 3월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되자 같은 해 8월 인적분할을 통해 바이오사업부와 투자 및 제조관리 부분을 각각 다른 회사로 신설한다. 

이후 바이오사업부를 K-OTC에 등록한 두올물산으로 옮기고 제조관리 부문도 두올물산이 인수했다. 결국 기존 디아크가 영위하는 사업은 고스란히 두올물산으로 옮긴다. 코스닥 상장사가 K-OTC 등록사로 '이사'를 간 셈이다. 

이 과정에서 두올물산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아크 거래가 정지되기 전 기계적으로 걸려있던 공매도 투자자들이 두올물산의 주가 급등으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한국판 게임스탑으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 두올물산의 본점 주소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사무실이다. 이곳은 이 세력이 활동한 마제스타와 에어라이브테크놀로지가 2019년까지 주소로 쓰던 곳이다. 디아크의 분할에서 등장했던 OQP바이오와 두올물산홀딩스, 랜드고도 이곳을 주소로 쓰는 중이다.

한 디아크의 주주는 "두올물산이 인수한다는 현대사료의 최근 주가 급등도 이 세력의 작전이라는 말이 주주들 사이에서 나온다"며 "이들이 워낙 눈길을 받다보니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이들이 활동한 상장사에서 주주들의 피해가 극심했기에 거래소나 감독원 등이 디아크와 두올물산 등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딜에 대해서도 주주들의 피해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