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식용유 대란'에 우는 치킨집 사장님 "가게 문 닫을 판"

2022-05-12 14:30
국내 마트서 식용유 '1인당 2개' 구매 제한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생산·수출길 막혀
식용유 가격 상승에 자영업자들 '곡소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용유 사용량이 많은 전집과 치킨집 사장님들이 울상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물류대란으로 상승세였던 식용유 가격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또 한 차례 무섭게 치솟으면서다. 여기에 국내 유통업체들이 식용유 구매 대란을 우려해 1인당 구매량을 제한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식탁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부 창고형 할인마트들이 전날 일제히 식용유 구매 개수에 제동을 걸었다. 먼저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전국 20개 매장에 대해 1인당 식용유 구매량을 2개로 제한했다. 코스트코도 전 지점 식용유 일부 제품에 한해 1인당 1개만 구매하도록 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식용유 대란을 실감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정말 식용유 대란이 오려나 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남긴 한 식당 점주는 "식용유 가격을 보러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갔더니 해표 콩 식용유 1.8ℓ(리터)를 1인당 2개 이상 구매 못 한다고 쓰여 있었다. 또 가격은 6000원이 넘었다. 식용유 대란이 새삼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식용유 가격은 지난달부터 줄줄이 오름세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해표 '맑고 신선한 식용유(900㎖)'의 이번 달 평균 판매가격은 4477원. 하지만 지난해 같은 달엔 4071원이었다. 또 같은 기간 '오뚜기 콩기름 100%(900㎖)'는 3674원에서 4916원으로 33.8% 급등했다. 

특히 식용유 가격 인상이 언제쯤 끝날 지 모르다 보니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식용유값을 고려해 음식 가격을 손보자니 손님이 떨어져 나갈 것이 우려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전북 전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업체에서는 식용유를 많아야 다섯 통밖에 안 주고 가격은 매주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2만5000원이었던 식용유가 어느새 5만3000원이 됐다"며 "이대로라면 장사를 접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밀가루·식용유 가격 급등, 자영업자 비상 [사진=연합뉴스]

'아프니까 사장이다'의 한 점주는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5만원 이하 식용유 제품은 기존 재고 물량이고 공장 출고가는 이미 지난달 5만원에 육박했다. 심지어 이달엔 그마저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격보다도 현재 수급 상황이 좋지 않아 조만간 구하기도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식자재 마트에서는 벌써 1인당 1~2개로 구매 제한을 걸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주들은 단기간에 식용유 재고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글을 본 업주들은 "이대로라면 치킨 3만원도 가능성 있다", "눈 뜨고 오르는 것만 구경하고 있어 매우 힘든 지경"이라고 맞장구쳤다.

한편 이번 식용유 대란은 세계 최대의 해바라기유 수출국이었던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시작됐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생산과 수출길이 통째로 막히면서다. 여기에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내수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팜유 원유와 파생상품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식용유 수급난은 더 심화했다. 팜유는 식용유를 비롯해 라면, 과자, 초콜릿 등 가공식품과 화장품, 세제, 바이오디젤 등의 원료로도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팜유 수입의 절반 이상(56%)을 인도네시아에 의존하는 상황. 그 결과 올해 3월 국내 수입 팜유 가격은 t당 1400달러 선을 처음으로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영경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 세계에 공급하는 농산물과 자원이 많기 때문에 연쇄적인 효과를 일으켜서 전 세계 글로벌 공급망에 미친 영향이 나비효과처럼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